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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니 전력 60분. 유성을 기다리며

프라이 ver1.0 2016. 11. 6. 23:09

찌르릉 찌르릉. 풀숲에서 풀벌레 소리가 기분좋게 들려온다. 가을도 이젠 막바지에 다달았다는 걸 알려주는지 혼마루 곳곳에 심어진 나무들은 형형색색으로 물든 단풍잎들을 바닥에 떨어뜨린 채 앙상한 가지를 드러내고 있었다. 싸늘한 바람소리와 풀벌레 소리가 아우러진 혼마루의 깊은 밤을 사니와를 찾는 사자의 울음소리가 울리기 시작했다.

 

주인! 대체 어디로 간거야?! 대답좀 해줘!”

난 여깄어 시시오.”

대체 거긴 왜 올라간거야? 위험하니까 내려와!”

 

머리 꼭대기에서 들리는 부드러운 목소리에 고개를 들자 지붕위에 홀로 걸터앉아 생긋거리며 이쪽을 바라보는 사니와가 보인다. 대체 왜 거기에 올라갔냐고 묻는 시시오에게 사니와는 웃으며 이리로 오라는 듯이 손짓을 하기 시작했다. 조심스럽게 발을 옮겨 사니와 옆으로 가 걸터앉으니 부드럽게 미소 짓는 사니와의 얼굴이 보인다. 위험하다. 또 심장이 두근거리기 시작한다. 한밤의 어둠속에서 시시오가 붉어진 얼굴을 감추려고 노력할 때, 사니와는 조용히 손을 들어 밤 하늘을 가르키기 시작했다.

 

. 시시오. 저기 사자가 있어.”

, 사자? 어디에?”

저 하늘 위에.”

 

어디에 사자가 있냐며 투덜거리는 시시오를 향해 사니와는 천천히 손가락으로 별 몇 개를 가르쳐주기 시작했다. 제일 밝게 빛나는 레굴루스를 시작으로 사니와의 손가락을 시선으로 쫒으며 별을 이어보자 밤 하늘 한 가운데에 사자 한 마리가 늘어지게 앉아있었다.

 

오홋! 신기하네! 정말 사자가 앉아있잖아!”

신기하지? 그리고 이제 저기 근처에서 곧 유성이 떨어질거야.”

유성?!”

 

생각지도 못한 행운이다. 떨어지는 유성을 보며 소원을 빌면 그 소원은 반드시 이루어진다는데 이런곳에서 사니와와 같이 유성을 보게 되다니 꿈만 같다. 시시오는 조용히 고개를 돌려 밤하늘에 정신이 팔린 사니와를 바라보았다. 사니와 특유의 연한 갈색 머리는 한밤중에도 그 색을 잃지 않았고, 진한 황금빛으로 반짝이는 눈은 마치 호박석을 그대로 박아넣은 것 같다.

 

이렇게 아름다운 청년인 주인에게도 단점이 하나 있었으니 바로 자신의 마음을 눈치채주지 못한다는 점이다. 그것도 아주 심할 정도로. 옆에서 내색을 해봐도 묵묵부답으로 웃기만 하고 심지어는 고백까지 했는데도 그 의미를 착각해서 자기 멋대로 해석해서 받아들인다.

 

그 동안 햇던 마음고생을 되돌아보니 속에서부터 깊은 한숨이 푸욱 올라온다. 황금색 머리카락을 북북 긁던 시시오의 눈에 어느새 자신도 모르게 잠에 푹 빠진 사니와가 눈에 보인다. 날씨도 추운데 사무에 하나만 입고 올라온 사니와를 보자 시시오는 갈등에 빠졌다. 이대로 유성우가 떨어질 때를 기다리다간 사니와가 감기에 걸릴 것 같다. 소원과 사니와, 둘 사이에서 잠시 고민하던 시시오는 어쩔 수 없다는 듯이 피식 웃으며 잠이 든 사니와를 조용히 두손으로 끌어 안은 채 천천히 지붕에서 내려오기 시작했다. 내 소원은 사니와의 마음이니까. 그리고 유성에게 비는 소원 없이도 언젠가는. 그래 언젠가는 내 마음을 알아주겠지.

 

언젠가 꼭 있을 거라며 다짐한 뒤, 씩씩하게 웃으며 사니와를 옮기는 시시오의 등 뒤로 그를 응원하듯이 유성우들이 밤하늘을 가르며 떨어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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