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e-21guns.
검x사니 전력 속옷 실종사건 (주제 속옷) 본문
시시오x남사니
자캐 남사니와 언급됩니다. 캐릭 해석 주의해주세요.
오늘도 옷장이 한바탕 뒤집어져 있다. 오늘도 또 이러기인가? 사니와는 조용히 한숨을 쉬고 옷서랍을 열어 난장판이 된 옷가지를 정리하며 하나하나 찬찬히 옷의 개수를 세기 시작했다. 하나, 둘, 셋, 그리고 넷. 오늘까지 없어진 속옷만 벌써 4개째이다. 대체 누가 가져가는지 모르지만 이러다가는 곧 있으면 속옷없이 살아야 할 신세다. 그렇다고 해서 혼마루의 모두를 불러모으기에는 살짝 민망하기도 하고 속옷 때문에 불려질 남사들에게 미안하다. 잠시 연갈빛 머리를 긁적이던 사니와는 결국 제일 친한 남사에게 전부 털어놓기로 결정했다.
그리고 정확히 5분후, 사니와의 앞에는 기대감에 얼굴을 잔뜩 붉힌 시시오가 와 있었다. 내색하진 않았지만 많이 불안한 것인지 칼자루가 덜그럭덜그럭 떨리는 소리가 난다. ‘너에게만 잠시 해줄 이야기가 있어.’라는 사니와의 말에 보기 좋게 혹한 시시오는 하던 밭일도 때려치고 사니와와 함께 재빨리 별채의 뒤편으로 왔다. 그리고 사니와의 입에서 나온 말은 다른 의미로 시시오를 놀라게 만들었다.
“그..그래서, 지금 누군가가 주인의 속옷을 훔쳐가고 있다는 거야?!”
“으..응. 미안한데 너무 큰소리로 말하진 말아줘..”
“앗. 알았어. 그런데 나한테만 털어놓는 이유가 뭐야? 차라리 모두에게 말하는 편이 좀 더 찾기 쉬울 것 같은데.”
“그야 시시오가 제일 친하기도 하고 편하기도 하니까..”
아 또 이거다. 의도치 않게 마음을 후벼파고 지나가기. 사니와가 한 말뜻은 문자 그대로 친하고 편한 친구라는 의미지만 그에게 콩깍지가 단단히 씌인 시시오에겐 몇 배로 더 크고 행복하게 다가왔다. 어느때처럼 심장에 분홍빛 화살이 꽂힌 시시오는 분홍빛으로 물들어가는 배경을 보며 잠시 황홀감에 젖어만 갔다. 왜 그러냐며 멍하니 바라보는 사니와의 잘 익은 벼와같은 갈색 눈 한쌍을 보자 그제서야 현실로 돌아올 수 있었다. 사니와의 말대로라면 지금 혼마루의 누군가가 고의로 사니와의 속옷을 훔쳐가는 장난을 저지르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시시오는 그럴만한 남사를 아주 잘 알고 있었다.
“빨리 내놔!!”
“아니 이건 이것대로 놀랍군. 대체 뭘 내놓으라는 거지?”
“이..있잖아! 주인의 그거!”
“아니 그러니까 그게 뭐냐고 물어보고 있다만..”
시시오의 행동은 매우 재빨랐다. 사니와의 말을 듣자마자 그의 팔을 잡고 혼마루 내의 용의자 후보0번인 츠루마루 쿠니나가에게 찾아가 어서 내놓으라며 따지기 시작했으나 츠루마루 쿠니나가는 갑자기 왜 그러냐며 당황한 얼굴을 한 채 시시오에게 되물었다. 뭔지 말해야지 내놓던 말던 할 것 아닌가. 츠루마루의 타당한 지적에 시시오는 주인의 속옷이 없어진다는 중요한 사건을 과연 흑심 가득한 츠루마루에게 털어놔도 되는지 잠시 고민에 빠졌다. 결국 고민에 빠진 시시오 대신 사니와가 나섰다. 불쾌하다는 듯 인상을 찌푸리는 츠루마루의 팔을 잡고 조곤조곤 사건을 털어놓았다. 사건을 듣자마자 츠루마루의 황금색 두 눈이 반짝반짝 빛나기 시작했다.
“오오. 그 말은 지금 혼마루 안에 속옷도둑이 있다는 뜻이렸다? 이거 매우 놀랍군!”
“난 괴로워. 이러다간 몇 일 후에는 속옷 없이 생활해야 할 수도 있어.”
“그 점이라면 내가 해결해주지. 내 속옷을 입는 게 어떤가? 여벌분이 매우 많다고?”
“아하하. 그거 고마운 걸?”
“비록 훈도시긴 하지만 걱정할 것 없지. 내가 하나하나 매는법을 손수 가르쳐줄테니..”
“그렇게 냅둘 것 같아?! 저리 떨어지지 못해?!”
위기를 틈타 슬쩍슬쩍 순진한 사니와에게 음흉한 손길을 뻗는 하얀 학을 금빛 사자는 가만히 바라보고 있지 않았다. 으르렁거리며 둘 사이를 가로막자 츠루마루는 킬킬 장난스러운 웃음소리를 내며 뒤로 슬쩍 물러났다. 아까 당황하는 기색을 보니 아쉽지만 제일 유력한 용의자는 범인이 아닌 것 같다. 힘내보라는 츠루마루의 웃음끼 서린 목소리를 들으며 사니와의 팔을 잡고 시시오는 다시 사니와의 방으로 향했다.
“제일 유력한 녀석이 범인이 아니었네..”
“시시오. 설마 츠루마루를 의심하던 거였어?”
“그 녀석 말곤 딱히 주인의 속옷을 훔쳐갈 녀석이 없다고.”
“츠루마루가? 내 속옷을? 왜?”
아 미치겠다. 아직도 이 순진한 주인은 자신을 홀랑 삼킬 기회만 엿보는 츠루마루 쿠니나가의 흑심을 모르고 있다. 너무나도 순진한 사니와의 반응에 늑대에게서 양을 지키는 경비견의 입장이 된 시시오는 어깨가 무거워지는 걸 느꼈다. 그래도 지금은 츠루마루를 경계할 때가 아니다. 사니와의 속옷 분실 건이 먼저다. 시시오는 뜨거워지는 머리를 붙잡고 열심히 생각에 잠겼다.
일단 헤이안의 도검들은 전부 용의자 목록에서 제외시켜야 할 것 같다. 현세의 속옷을 입지도 않고 주인을 좋아하긴 하지만 속옷까지 훔쳐갈 만큼은 아니니까. 그리고 주인과 덩치차이가 많이 나는 녀석들도 전부 제외시켜야한다. 시시오가 과다한 사용으로 인해 열이 오른 머리를 붙잡고 고민에 빠져있을 때, 시끄러운 소란과 함께 문을 열고 두 남사가 들어왔다. 아와타구치의 협차인 나마즈오 토시로와 얼마 전 혼마루에 새로 온 그의 형제, 호네바미 토시로였다. 나마즈오는 오자마자 손에 있던 빨래 꾸러미를 바닥에 내려놓고 호네바미와 함께 꾸벅 머리를 숙였다. 알록달록하고 짧막한 사각 팬티, 바로 없어진 사니와의 속옷들이었다.
“죄, 죄송해요 주군! 호네바미가 실수로 주군의 속옷을 입고 다녔어요! 정말 죄송합니다!”
“미안. 옷장을 착각했다.”
“호네바미! 우리 옷장은 반대편에 있다고! 여긴 주군의 방이란 말이야!”
“미안. 내 잘못이다.”
어두운 얼굴을 한 채 고개를 꾸벅 숙이는 호네바미 토시로를 보자 시시오는 아까까지 신나게 고민을 하던 자신이 바보같아졌다. 왜 그랬냐며 쏘아붙이고 싶어도 진지하게 고개를 숙이는 호네바미와 제발 용서해달라는 듯이 불쌍한 눈으로 이쪽을 바라보는 나마즈오를 보니 쏘아붙이고 싶은 마음도 싹 사라진다. 다행히 사니와는 화낼 마음이 없는지 괜찮다며 둘의 머리를 웃으며 쓰다듬어주곤 땅에 곱게 개여있는 속옷들을 다시 서랍안에 집어넣기 시작했다. 하나, 둘, 셋. 어라 셋? 하나가 빈다.
“어라. 하나가 비어.”
“정말이야 주인?! 범인이 또 있는건가?!”
“그거라면 내가 지금 입고 있다. 지금 벗어서 빨아오도록 하지.”
사니와와 남사들이 보는 앞에서 벗으려는 셈인지 바지춤을 잡은 호네바미의 팔을 나마즈오가 재빨리 붙잡았다. 식은땀으로 인해 얼굴이 반들반들해진 나마즈오는 나중에 꼭 반납하겠다는 말과 함께 호네바미를 재빨리 아와타구치의 거처쪽으로 데려갔다. 결국 속옷 도둑 사건은 숙소를 착각한 호네바미의 해프닝이었던 거구나. 사니와의 평온한 말에 시시오는 어깨를 축 늘어뜨렸다. 결국 열심히 머리를 싸맨 자신만 바보가 된 것 같다.
“난 그럼 이만 돌아갈게! 해결되서 다행이네!”
“시시오 혹시 시간있으면 나랑 같이 차라도 마시지 않을래? 시시오가 너무 고생해줘서 고맙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해서 그냥 보내기 미안해.”
“저..정말?! 나야 좋지!”
생각지도 못한 기회가 시시오에게 찾아왔다. 생글생글 웃으며 과자류와 차를 가져오는 사니와를 보며 시시오는 씩씩한 미소를 지어보았다. 툇마루에 앉아 사니와와 어깨동무를 하며 차를 마시니 마치 천국에 온 것만 같다. 가을인데도 불구하고 시시오의 눈에는 온 세상 천지에 벚꽃잎이 내리는 것처럼 보였다. 저 멀리 손에 든 속옷을 휘날리며 뛰어오는 나마즈오와 그 뒤를 따라오는 호네바미를 무시한 채, 시시오는 조용히 사니와와 행복한 한때를 만끽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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