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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성물/나오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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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이 ver1.0 2016. 10. 8. 19:35

오리지널 사니와 언급됩니다.

검x남사니 주의

도검난무 팬픽

캐해석 붕괴 주의



혼마루에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가득 울려퍼지고 있다. 저 멀리 츠루마루와 단도들이 서로 물총을 가지고 신나게 물장난을 하고 있었다. 이치고 히토후리는 차마 말리진 못하고 웃으며 지켜보고만 있었다. 여름도 아니고 가을인데 물장난이라니. 사니와는 툇마루에 앉아 그들을 보며 쯧쯧 혀를 차기 시작했다. 신나게 물장구를 치고 있는 남사들은 툇마루에 걸터앉아 멍하니 책자만 뒤적이는 사니와와 눈이 마주치자 웃음기를 지우고 심란한 표정을 지어보이고 있었다. 그것도 잠시, 그들은 다시 신나게 자기네들끼리 장난을 치며 깔깔깔 웃기 시작했다.

 

어디 불편한 곳이라도 있니?”

아니. 딱히 불편한 곳은 없는데. 무슨 일이야 카센?”

네가 혼자 쓸쓸히 앉아있길래 와봤단다.”

 

카센 카네사다는 말을 마치고 차를 가져와 사니와 옆에 다가와 앉았다. 언뜻 옆을 보니 사니와는 우두커니 앉아 단도들이 노는 것만 바라보고 있었다. 그 모습이 안쓰러워 카센은 손을 뻗어 사니와의 머리를 조용히 쓰다듬어 주었다. 평소처럼 손으로 쳐낼 줄 알았는데 의외로 사니와는 그의 손길을 거부하지 않았다. 평소처럼 무표정으로 달관했지만 그래도 츠루마루 때처럼 대놓고 거부반응을 보이지 않는 모습에 카센의 입가에 미소가 걸렸다.

 

싫어할 줄 알았는데 의외로구나.”

내가 왜?”

츠루마루가 쓰다듬을 땐 싫어했잖니?”

그건 츠루마루니까 그렇고.”

내가 뭘 어쨌길래 그러는거지..”

 

어느새 다가온 츠루마루 쿠니나가는 사니와가 자신과 카센에게 보여주는 온도차를 보고 시무룩한 얼굴로 사니와에게 따지기 시작했으나 사니와는 눈썹을 꿈틀대며 그 동안 츠루마루가 자신에게 치던 장난들을 그대로 그에게 말해주기 시작했다. 자는데 얼굴에다 낙서하기, 뜬금없이 튀어나와 놀래키기, 쓸데없이 간섭하기. 그동안 친 장난이 사니와의 입에서 술술 쏟아지자마자 츠루마루는 머쓱한 얼굴로 뒷머리만 긁적이기 시작했다. 저렇게 듣고 보니 확실히 심하긴 심했다. 미안하다며 사과하자 그제야 싸늘하던 눈빛이 다시 평상시의 무표정으로 돌아온다.

 

이따 밤에 할 얘기가 있는데 잠깐 시간을 내줄 수 있겠나?”

그냥 필요할 때 불러.”

하하하! 시원시원한 점은 마음에 드는군. 그러면 이따가 보도록 할까.”

 

츠루마루는 기분좋게 웃으며 사니와의 어깨를 손바닥으로 팡팡 두드린 후에 단도들이 기다리는 곳으로 물총을 들고 달려갔다. 영문 모를 행동에 사니와는 대체 무슨 일을 꾸미고 있는거냐며 카센에게 물어보았지만 카센은 왠지 모를 슬픈 미소를 띄며 사니와의 머리만 조용히 쓰다듬기만 하였다. 불안하다. 사니와의 가슴속에 불안감이 서서히 번지기 시작했다.

 

그날 밤, 사니와의 불안은 현실이 되어 나타났다. 츠루마루가 오라는 회의실의 문을 열었더니 그를 보고 있는 수많은 남사들의 눈과 마주쳤다. 재빨리 문을 닫으려 하니 츠루마루가 튀어나와 재빨리 그를 잡아채 안으로 데려갔다. 무슨 일이냐고 퉁명스럽게 물어보는 사니와에게 츠루마루는 씨익 웃으며 자신이 승리했다며 내기 내용을 일깨워 주었다.

 

이봐. 내기 내가 이겼다고?”

그렇게만 말하면 내가 속을 것 같냐?”

...역시 말이 부족했나? 그러면 총잡이라고 불러주면 알아주겠지?”

 

설마 츠루마루에게서 예전 자신의 별명을 들으리라곤 생각지도 못했다. 설마설마 했는데 진짜로 이길줄이야. 너무 놀란 나머지 말도 못하고 눈만 크게 뜬 사니와를 잠시 안타깝게 보던 츠루마루는 내기에서 이겼으니 원하는 것을 빌겠다고 하였다. 피식거리며 비웃는 사니와에게 츠루마루는 그의 과거이야기를 해줄 걸 요구했고, 츠루마루의 소원을 듣자마자 사니와의 얼굴은 싸늘하게 굳어가기 시작했다.

 

이미 알고 있다며.”

알고 있지. 하지만 너의 입으로 직접 듣고 싶구나.”

. 모두의 앞에서 날 창피주려고? 그렇게 해서 얻는게 뭔데?”

 

잠시 츠루마루를 노려본 사니와는 될대로 되라면서 회의실 중앙에 놓여있는 의자를 끌어다가 그 자리에 털썩 앉았다. 이목이 집중되자 사니와는 쉰 목소리로 어디서부터 듣고 싶냐며 남사들에게 물어보았지만 그들은 슬픈 얼굴만 한 채 답이 없었다. 결국 처음부터 해야하냐며 사니와는 속으로 피식 웃었다. 과연 다 듣고 나서도 그딴 얼굴 할 수 있는지 어디 지켜보겠다는 말을 덧붙히며 사니와의 이야기가 시작되었다.

 

일단. 부모이야기는 못해준다. 뭘 알아야지 해주지. 그러니까 그냥 넘어간다. 난 고아원에서 자랐지.”

, 고아원이요?”

그래. 원생이라고는 6살 전까지 나랑 내 친구밖에 없었어. 판자로 지은 주제에 난방시설도 없어서 겨울엔 바들바들 떨며 지냈지. 그러던 도중, 몇몇이 더 들어왔어. 애기들이였지. 맨날 울기만해서 돌보느라 힘들었어.”

 

아직도 눈에 선하다. 차가운 눈이 오는 겨울, 동생들과 추위를 이기기 위해 가장 따뜻해보이는 곳에서 서로 부둥켜안고 서로의 체온에 의지한 채 겨울을 새는 모습이.

 

그래서 8살부터 친구와 같이 일을 했어. 구두닦이나 구걸 같은거. 학교 끝나자마자 쉬기는커녕 일만 했었지.”

많이...힘들었겠구나.”

힘들었지. 정말 힘들었어. 하지만 즐거웠지. 행복했어. 나와 내 친구를 믿고 하루하루 열심히 사는 녀석들을 보니 보람차더라고.”

 

근데 그게 그리 오래가진 못하더라. 가라앉은 사니와의 말은 모두의 가슴을 철렁하게 만들었다. 그 친구 녀석이 병에 걸렸어. 담담하게 말하고는 있지만 그의 얼굴에는 슬픔과 후회가 가득 차있었다.

 

난치병이였지. 언제 어디서 걸린줄도 모른 채 미련하게 일만했었어. 치료할 수는 있었지만 돈이 없었어. 가만히 누워서 죽음만 기다리고 있는 녀석에게 내가 해줄 수 있는건 아무것도 없었어.”

사니와는 잠시 눈을 감고 그때의 일을 떠올려보았다. 창문 밖에는 비바람이 불고 있었고, 회색의 방안에 그녀석이 고통에 찬 거친 숨을 몰아쉬고 있었지. 그렇게 숱이 많던 머리는 어느새 빠지기 시작하여 이제는 머리에 듬성듬성 남아있는 몇 가닥의 머리카락이 다였다. 잠시 고개를 숙이고 말을 잇지 못하는 사니와를 향해 단도들이 다가왔지만 사니와는 괜찮다는 듯이 고개를 들고 말을 이어갔다.

 

그래서 돈을 벌기 위해 중동으로 갔어. 거긴 전쟁이 벌어졌으니까. 치료비는 전부 대준다고 했어. 그래서 18살의 나이에 살짝 빠르지만 그 사막으로 떠났지.”

가보니까 그곳은 지옥이었어. 매일 매일 사람이 오만가지 방법으로 죽어나갔지. 터져죽고, 굶어죽고, 피 흘려 죽고...거기서 한 사람의 생명은 파리 목숨보다 하찮았어.”

주군...”

근데 웃긴 게 뭔지 아냐? 처음 사람을 죽인 날, 난 화장실에 박혀서 조용히 울었거든? 근데 총 몇 번 맞고 둘, , ..그리고 셀 수 없을 정도가 되자 아무느낌 안 나더라.”

 

사니와의 얼굴에 비릿한 미소가 떠올랐다. 자조하는 웃음, 떨어져 추락한 자기 자신을 비웃는 그런 웃음이었다. 야겐은 이제 그만하라는 듯이 사니와의 팔을 조용히 잡았지만 사니와는 그의 손을 거칠게 뿌리치고는 말을 이어갔다. 밤에는 악몽과 환청에 시달리고, 낮에는 적군의 총알에 시달렸다. 그래도 이를 악물고 3년째 그 곳에서 살아남자 그의 별명은 아군에겐 절대적인 신뢰가, 적군에겐 공포가 되어 버렸다. 예전에 쓰던 이름은 어디간 채 그에겐 총잡이란 별명이 붙었다. 그리고 1년 후, 군은 망가질대로 망가진 그를 적당한 이유를 들어 쫒아내었다.

 

사니와의 이야기를 듣자마자 남사들은 비통에 잠겨갔다. 그를 쫒아낸 자들에 대해 분노하는 남사도 있었고, 사니와의 험난한 과거에 눈물을 보이는 자들도 있었다. 이미 알고 있었어도 정작 본인의 입으로 직접들으니 안타깝다. 위로하려는 츠루마루를 무시한채 사니와는 계속 입을 열어 이야기를 풀어나가기 시작했다.

 

그런데 와보니까 아무도 없더라고. 친구 녀석은 결국 못 버티고 내가 온지 한달 만에 결국 죽었어. 슬펐지. 소리도 질러보았고, 울기도 많이 울었어. 마치 온 세상이 내 불행만 바라는 것 같았지. 결국 다 포기하고 고아원으로 갔는데 날 반겨주는건 새까만 잿더미 뿐이였어.”

 

사니와의 목소리에는 이제 서리장 같은 차가운 분노가 서려있었다. 노후화 된 시설 때문에 모두가 다 화재 때문에 죽어버렸다. 멍하니 잿더미 한가운데 주저앉은 사니와에게 주민이 알려준 잔인한 현실이었다. 다가가 조용히 문짝을 열어보니 자그마한 손바닥자국들이 문에 수도 없이 찍혀있었다. 얼마나 뜨거웠을까. 얼마나 고통스러웠을까. 그 날 모든걸 잃어버린 사니와는 문을 끌어안고 하늘을 향해 고함과 비명을 질렀다. 동시에 사니와의 세계는 무너져 내렸다. 감정이 다 빠져나간 사니와의 가슴속에 타오르는 분노가 자리잡았다. 그때부터 사니와는 있는 힘을 다해 살아남았다. 복수. 이 짓을 저지른 자에 대한 복수만이 그가 살아가는 유일한 희망이었다. 신문, 뉴스, 주변인을 안가리고 용의자를 찾아 나섰다. 그런짓을 하면 안됬는데 말이야. 남사들에게 말해주는 사니와의 목소리는 점점 깊고 차가워지기 시작했다. 평소와는 다른 분위기의 사니와에 당황하는 사요가 보였다. 코우세츠는 조용히 사요에게 다가가 그를 껴안아 주었다.

 

그렇게 노숙을 하던 날에 우연히 술집을 지나가다가 들은거야. 자신이 불을 질렀는데 별다른 처벌없이 넘어가서 황당하다는 그 놈의 목소리를. 그래서 그놈을 미행한 끝에 그놈을 잡았어. 물어보았지. 왜 그랬냐고. 그랬더니 뭐라 그랬는지 알아?”

그 놈이 뭐라 그런 겁니까..?”

술먹고 홧김에 그랬댄다. 그래서 그대로 돌려주었지. 내 동생들, 내 가족들이 당한 그대로 산채로 태워 죽였어. 태워 죽인다음 실컷 칼로 찔렀어. 자 이제 이야기 끝이다. 그 이후에는 대충 노숙하다가 술집에서 일하다가 사니와가 됬지.”

 

사니와는 이제 일그러진 웃음을 띄며 남사들을 바라보았다. 이제 욕할거면 실컷 욕하라며 그들을 비웃었다. 아무 연관이 없는 사람들을 죽여 업보로 인해 모든 걸 잃고, 사람이 가지 말아야 할 길만 골라서 간 자신을 비난해 보라며 남사들을 비꼬기 시작했다. 하지만 남사들은 그를 욕하거나 비웃는 대신 그를 슬픈 눈으로 바라보기만 하였다. 잠깐 동안 침묵이 그들 사이에 무겁게 내리앉았다. 츠루마루는 조용히 그의 앞으로 다가와 그의 손을 따스이 꼭 잡아주었다. 손이 매우 거칠구나. 사니와의 손을 처음 잡은 츠루마루의 평가였다.

 

많이 힘들었겠군.”

“..딱히.”

이제껏 남을 위해서 살고 정작 자기 자신을 위해서 산적은 없구나.”

그런 말 하지마.”

널 책임져 주는 사람 하나 없이, 넌 홀로 무너져 갔구나. 이젠 그럴 필요 없다. 무서우면 우리의 뒤에 와서 숨거라. 불안하면 와서 기대거라. 너 하나정도는 넉넉히 받아줄 수 있으니!”

“.....”

 

츠루마루의 진중한 말에 아무 말도 못하는 사니와에게 야겐을 제외한 단도들이 엉엉 울며 다가와 꼬옥 껴안아주었다. 누구도 주군을 욕하지 않는다구요! 자신을 꼭 껴안은 나마즈오의 울음 섞인 외침에 사니와는 당황한 듯이 주변을 이리저리 둘러보았다. 안도의 미소를 짓고 있는 카센을 시작으로 평상시와 같이 생긋 웃는 츠루마루, 앞으로도 맡겨만 달라는 듯이 믿음직한 눈으로 바라보는 야겐. 그리고 자신을 둘러싼 다른 남사들의 호의. 사니와로썬 평생동안 느껴보지 못한 것이었다. 그 결과 사니와는 혼마루에 온 이후로 처음으로 감정을 드러내어 보였다.

 

바닥에 무릎 꿇고 자신에게 달라붙은 단도들을 꽉 껴안은 채 사니와는 미소지어 보았다. 평상시처럼 차갑게 비웃거나. 피식거리는 웃음이 아닌, 가을 하늘같이 개운하고 푸르른 웃음이었다. 모두다 고맙다며 어린 소년처럼 웃는 사니와를 따라 남사들 또한 웃기 시작했다. 그리고 사니와의 미소를 본 츠루마루의 가슴 속에 자그마한 감정하나가 그 자신도 모르게 자리잡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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