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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성물/나오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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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이 ver1.0 2016. 10. 8. 02:38
오리지널 사니와 언급됩니다.

검x남사니 주의

도검난무 팬픽

캐해석 붕괴 주의



아무도 없는 한밤중의 항구에 추적추적 가을비가 내린다. 찢어진 코트 사이로 가을의 차가운 바람이 칼날처럼 스며들었지만  커다란 가방을 들고 있는 청년은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 더욱 더 으슥한 곳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고개를 이리저리 돌려 사람이 아무도 없는 걸 확인하자마자 청년은 가방을 풀어 발로 거칠게 내용물을 발로 걷어찼다. 안에 들어있던 건 발 다리가 이상한 방향으로 꺾여있는 한 남성이었다. 남성은 밖으로 나오자마자 공포가 섞인 처절한 비명을 사방에 질러댔지만 아쉽게도 항구에는 그의 비명을 들어줄 사람이 없었다. 자신의 발 앞에서 흉하게 꿈틀대는 남성을 잠시 싸늘하게 노려보던 청년은 고개를 숙여 남성에게 아까부터 가슴속에 품고 있던 질문을 물어보기 시작했다.

“oo고아원 방화사건. 너가 한거 맞지?”
“수, 술먹고 그랬어! 그냥! 우..웃음소리가 시끄러워서! 그날 일도 잘 안 풀려서 홧김에..!”
“알았어. 이제 더 이상 말 안해도 돼.”

남성의 말을 들은 청년의 두 눈이 싸늘하게 식어가기 시작했다. 마치 최후의 선고를 내리는 것만 같은 눈빛이다. 가죽장갑을 낀 손이 거칠게 남성의 머리채를 휘어잡는다. 부둣가엔 거친 발걸음 소리와 남성의 절규소리가 울려퍼졌다. 아무 말 않고 남성을 한참동안이나 끌고 간 청년은 조그만한 의자 위에 남성을 꽉 묶어놓았다. 남성은 겁에 질린 얼굴로 벌벌 떨면서 배 위로 발걸음을 옮기는 청년을 바라보았다. 청년은 이제 정박되어 있는 배 위로 올라가 칼로 무언가를 뜯어내기 시작했다. 그리고 잠시 후, 청년이 역겨운 냄새를 풍기는 끈적한 액체를 남성 위로 쏟아 붓기 시작하자 남성은 청년이 뭘 하려는지 알 수 있었다. 청년이 가져온 건 경유였다.

“그..그만 둬! 자..잘못했어! 지금 당장 자수할게! 제발! 한번만! 목숨만이라도!”
“더 이상 말 안해도 된댔잖아.”

청년은 비명 지르는 남성의 입을 시끄럽다는 듯이 붕대로 칭칭 감아버렸다. 입이 막히자 남성은 청년을 올려다보았다. 자비와 용서, 그리고 후회를 잔뜩 담은 눈이었다. 그리고 찰칵하는 금속의 마찰음과 함께 청년의 눈앞에서 불길이 치솟아 오르며 어지러이 춤을 추고 있었다. 피처럼 새빨갛고, 밤처럼 새까만 불길이.

혼마루의 평화로운 밤을 거친 비명소리가 갈기갈기 찢어놓았다. 사니와의 비명소리로군. 츠루마루는 재빨리 자리에서 일어나 미츠타다와 함께 사니와가 머무는 방으로 달려갔다. 방의 모습은 그야말로 혼란스럽기 그지없었다. 상처가 터졌는지 어깨에서 피를 흘리는 사니와는 방 구석에 틀어박혀 벽을 보며 마구 비명을 질러대며 밖으로 나가려고 애를 쓰고 있었고, 근시를 맡은 마에다 토시로는 왁왁대는 사니와를 진정시키기 위해 그의 허리를 꽉 끌어안고 그를 막으려 애를 쓰고 있었다.

눈을 뒤집고 애를 쓰는 사니와를 제압하기 위해 남사들이 달려들었다. 날뛰는 사니와를 재빨리 찍어 누르고 팔과 다리를 꽉 붙잡은 채 약을 가진 야겐을 기다린다. 이윽고 물과 현세에서 받아온 약을 가진 야겐이 들어와 사니와의 입에 강제로 알약을 밀어넣고 물을 흘려보낸다. 약 기운이 돌았는지 흉흉하던 사니와의 눈은 어느새 초점을 잃은 채 멍하니 풀리기 시작했고, 남사들이 꾹 누르고 있던 팔 다리의 힘도 서서히 풀리기 시작했다. 어느새 실 끊어진 인형처럼 바닥에 널부러진 사니와를 마에다 토시로가 조용히 이부자리에 다시 눕혀주었다. 품에 꼭 끌어안고 다독여주니 천천히 눈이 감기기 시작한다. 언제 날뛰었느냐는 듯이 조용히 잠이 든 사니와를 보며 츠루마루를 위시한 남사들은 서로 조용히 눈빛을 교환하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때가 무르익은 것 같다.     

조용히 그들의 작전실로 간 남사들은 사니와 방에 놓여있던 통신기를 방 한가운데 놓고 칠판에 그들이 밝혀낸 내용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방 앞에 놓여있는 칠판은 이제는 하나로도 모자라 두 개가 놓여있다. 한 가운데 놓여있는 통신기에서 담당자의 음성이 흘러나오자 남사들은 하던 행동을 멈추고 담당자의 음성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몇 일전, 츠루마루의 부탁을 못이긴 담당자는 자신이 책임지고 사니와가 있었던 나라로 날아가 조사해주겠다고 그들과 약조하였다. 조사한 내용을 말해주는 담당자의 목소리에는 약간의 죄책감이 서려 있었다.

‘잘 들리십니까? 들리시면 대답해주세요.’
“잘 들리고 있으니 어서 말해보라고.”
‘사니와 님의 고아원을 조사해보았는데...이미 몇 년전에 고의로 추정되는 화재로 전부 불타버렸다는군요.’

화재라는 말이 나오자 나마즈오와 이치고의 미간이 찌푸려지기 시작했다. 둘의 반응에 혀를 찬 츠루마루는 더 말해보라며 담당자를 닦달하기 시작했고, 담당자의 입에서 나온 얘기는 츠루마루를 놀라게 하기 충분하였다.

‘그래서 현재 생존자는 그쪽 사니와 한분입니다.’
“나머지는? 나머지는 어떻게 되었나?”
‘전부...사건 현장에서 사망..했다고 하는군요.“

담당자가 전해준 충격적인 얘기에 자리에 있던 남사들은 할 말을 잃고 멍하니 고개를 숙여 바닥만 바라보고 있었다. 몇몇은 그 자리에서 눈물을 훔치는 자들도 있었다. 알려줘서 고맙다며 츠루마루가 통신기를 끄려고 할 때, 아직 말이 끝나지 않았다는 듯이 통신기 너머로 담당자의 가라앉은 목소리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그런데 여기 무서운 이야기가 실려 있습니다..’
“뭐지? 한번 이야기 해보게나.”
‘그 방화 사건의 유력한 용의자. 그쪽 사니와가 돌아온지 한달만에 죽었습니다. 그쪽 경찰에 의하면 산채로 태워죽인것 같다고 하더군요..유력한 용의자로 사니와님이 지목되었지만..증거 불충분이라고 하더군요.’
“알려줘서 고맙군…이거 놀라운데..”
‘더 자세한 내용은 지금 콘노스케를 통해 보내겠습니다.’

담당자의 말이 끝나자마자 통신기는 뚝하고 끊어진채 아무런 말이 없었다. 모든 남사들은 충격에 빠져 있었다. 츠루마루 또한 슬픈 얼굴로 고개를 숙인 채 주먹을 꼭 쥐며 속으로 사니와를 나무라기 시작했다. 대체 왜 그랬느냐...그렇게 완전히 부서질 거였으면 애초에 하지나 말지…

무거운 분위기도 잠시. 문을 거칠게 두드리는 소리에 남사들은 바짝 긴장한 채 문만 바라보았다. 설마 사니와인걸까? 천천히 문을 열어보니 서류를 물고 있는 콘노스케와 콘노스케의 뒷목을 잡은채 이쪽을 향해 매서운 눈빛을 보내는 헤시키리 하세베가 있었다.

애초에 거절할 줄 알고 제안조차 안한게 화근이었을까? 하세베는 바닥에 콘노스케를 내려놓고 모인 남사들에게 호통을 치기 시작했다.

“너희들. 이런 한밤중에 콘노스케를 불러 뭘 하려는 거냐! 지금 주군께서 저렇게 아프신데 보살펴드리진 못할망정!”
“이봐..여기에는 깊은 사정이..”
“저 칠판에 쓰인건 뭐지?”

츠루마루의 말을 가볍게 무시한 하세베는 칠판 앞으로 다가가 천천히 살피기 시작했다. 칠판에 쓰여 있는 건 사람의 행적이었다. 동시에 하세베의 머릿속엔 한 사람의 얼굴이 떠올랐다. 자신의 주군이자 이 혼마루의 주인인 사니와였다. 설마하고 츠루마루 쪽을 돌아보니 난감한 표정을 지으며 시선을 슬슬 피한다. 심증이 확증으로 변하자마자 하세베의 보라 빛 두 눈은 분노로 이글이글 타오르기 시작했다.

“이..이게 무슨 불충이냐! 감히 주군의 뒤를 캐다니!!”
“이봐..이건 사니와와 내가 한 내기라고?”
“주군께서 그런 내기를?!”

사니와가 그런 내기를 할 줄 몰랐는지 하세베는 그 자리에서 선 채로 굳어버렸고 츠루마루는 그런 하세베를 잠시 불쌍하다는 듯이 쳐다보더니 콘노스케가 뱉고 간 서류더미를 살펴보았다. 서류 더미는 그 동안 사니와가 어디에 돈을 지출했는지 알려주고 있었다. 담당자가 달아 놓은 친절한 설명문 덕에 남사들은 그가 그동안 무엇을 위해서 전쟁터에 갔는지 알 수 있었다. 사니와가 가끔씩 악몽을 꾸며 처절하게 부르던 그 이름. 그 이름이 서류에 적혀 있었다. 이름 위에는 붉은색 선이 그어져 있었고 조그맣게 날짜가 쓰여져 있었다

“한푼도 쓰지 않고 이 분에게 꼬박꼬박 돈을 보냈군요.”
“이봐. 이치고. 질문 하나만 해도 될까?”
“네. 무엇인가요 츠루마루님?”
“만약 자네가 없는 동안 자네 동생을 포함한 혼마루의 모든이가 죽어버렸으면 어떨 것 같나?”

츠루마루의 살벌한 질문에 이치고 히토후리는 잠시 생각한다 싶더니 상상도 하기 싫다며 굳은 얼굴로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래. 상상하기 싫은 끔찍한 일이겠지. 츠루마루는 슬픈 미소를 띄운 채 칠판으로 다가가 서류에 쓰인 내용을 간추려 적었다.

이제 마지막 퍼즐이 맞추어졌다. 남은 건 과거에 씌인채 악몽에서 허우적대고 있는 사니와를 끌어낼 일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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