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e-21guns.
23 본문
자캐 사니와 이름 언급됩니다.
검x남사니 주의
도검난무 팬픽
캐해석 주의
“그래서. 어디 갔는지 모른다는 말이지?”
“네! 정말입니다! 믿어주세요!”
"하지만 못 믿겠는걸. 나오키군이 현세에 가면 가장 먼저 알아채는 사람이 바로 담당자군이잖아?”
매서운 미츠타다의 반문에 한 가운데 의자에 앉혀진 담당자의 이마에 식은땀이 송골송골 맺히기 시작했다. 고개를 홱홱 돌려 자신을 중앙에 두고 둘러싼 남사들을 보며 담당자는 생명의 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
몇 시간 전, 돈을 벌러 가겠다며 종이 한 장 달랑 남기고 사라진 사니와 나오키에 의해서 혼마루는 발칵 뒤집어졌다. 본채는 물론이고 모든 별채를 샅샅히 뒤져도 나오키의 모습은 머리카락 한 올도 찾을 수 없었다. 현세에 놈팽이들이랑 카드치러 간겨! 확실하당께! 분한 표정으로 바락바락 소리지르는 하카타 토시로의 주장에 남사들의 표정은 어두워졌다. 이대로 나오키를 도박장에 풀어줘야 하는 상황에 남사들이 이를 갈고 있을 때 그들의 눈에 보인건 빵빵한 배를 뒤집고 쌔근쌔근 자고 있는 콘노스케였다.
콘노스케를 찾은 다음의 일은 매우 순조롭게 흘러갔다. 바로 콘노스케를 이용해 혼마루의 담당자를 불렀고, 자신들의 부름에 다급히 달려온 담당자를 붙잡아 마당에 마련한 의자에 강제로 앉혀놓을 때까지만 해도 좋았다. 하지만 문제가 하나 있었으니 담당자의 입이 제법 무거웠다는 점이었다. 상냥하게 말해봐도 모른다고 말하고 위협조로 말해도 덜덜 떨기만 할 뿐 나오키의 위치를 절대 말하지 않았다.
“혹시 정말 모르는게 아닐까? 우리가 엉뚱한 사람을 잡아놓고 민폐를 끼치는게 아닐까?”
“아니야 미츠보. 저 담당자라는 녀석. 까치녀석이 어떻게 구워삶았는지 모르겠지만 우리에게 분명히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게 틀림없어.”
“흐음~그런거라면 내가 한번 나서보마.”
마당 한복판의 의자에 선인장처럼 우두커니 앉아 추위로 벌벌떠는 담당자에게 혼마루의 천하오검인 미카즈키 무네치카가 조용히 미소지으며 다가갔다. 이 세상의 것이라곤 믿기지 않을정도로 신비하고 아름다운 눈웃음에 담당자는 자신이 처한 상황도 까맣게 잊어버리고 멍하니 입만 벌리고 자신에게 천천히 걸어오는 천하오검을 주시했다. 자신을 빤히 바라보는 담당자의 머리를 몇 번 쓰다듬은 미카즈키는 담당자를 향해 아리따운 입을 열었다.
“좋아. 좋아. 얌전한 아이는 좋다. 또 솔직한 아이도 좋지.”
“저..저기..제가 몇 번씩이나 말했지만 사니와님의 위치는 잘 모릅니다..”
“으음~ 하지만 거짓말 하는 아이는 싫어한단다. 어떠냐. 말할 기분이 들었느냐?”
“제 사정도 좀 생각해 주세요..사니와님께서 절대 말하지 말라고 제게 언급을..”
“역시! 내 저놈이 알고 있을 줄 알았지!”
분한 듯이 담당자를 가르키며 방방 뛰는 츠루마루를 애써 진정시킨 미츠타다는 담당자의 뒤로 다가가 그의 양 어깨에 그의 두 손을 살짝 올려놓았다. 말해주지 않을래? 분명 따뜻하고 자상한 어투일 텐데 미츠타다의 입가에 걸려있는 미소는 담당자에게는 무시무시하게 들려왔다.
남사들의 계속되는 추궁에 이기지 못한 담당자는 결국 순순히 실토하기 시작했다. 약 한시간 전쯤 그가 혼자 입구에서 뛰쳐나오더니 카지노로 가자고 자신에게 반쯤 협박조로 추궁하였고, 결국 자신은 이기지 못하고 데려다 주었다고. 그의 말이 끝나자마자 남사들은 하나같이 이마를 부여잡았다. 이젠 하다하다 담당자까지 협박하는 사니와의 행태에 남사들은 푹푹 한숨을 쉬었다. 모든 걸 다 털어놓은 머릿속에는 나오키가 마지막으로 남긴 협박의 말이 떠올랐다.
내가 있는 위치를 말하면 커다란 선인장을 사다가 니 엉덩이에 꽃아버릴거야. 조용하고도 무시무시한 협박에 담당자는 굴복 할 수밖에 없었다. 자신이 담당한 나오키의 분노가 잠잠해질 때까진 당분간 이 혼마루에 오는건 자제해야겠다며 마음속으로 다짐하는 담당자에게 더 큰 시련이 찾아왔다. 어느새 현세로 갈 인원을 뽑은 남사들은 자신이 뽑은 두 남사를 나오키에게 데려다 줄 것을 요구했고, 남사들의 요구사항을 들은 담당자의 얼굴은 새하얗게 질려가기 시작했다.
“야겐군과 츠루마루씨를 나오키군에게 데려다줘. 담당자 군이라면 할 수 있지? 이곳에 들어오는 걸로 봐선 영력도 있는걸로 보이는데?”
"저기..제 입장도 생각해 주세요..저 진짜.."
“데려가 줄거라고 우린 믿고 있어. 담당자군은 착한 사람이니까.”
“저기..한번만 제입장도 봐주세요..그쪽 사니와께서 제게 하신 말씀이..”
“담당자군. 지금 이 상황에 어느쪽 말을 들어야 할지 잘 생각해봐야 하지 않을까?”
미츠타다의 나긋나긋하지만 가라앉은 목소리에 담당자는 잠시 생각에 빠졌다. 점점 목소리 톤이 아래로 곤두박질치는 걸 보니 이대로 가면 목숨이 위태로울 것만 같다. 나오키의 분노도 무서웠지만 자신 눈앞에 보이는 남사들의 분노에 비할 건 아니다. 결국 담당자는 남사들에게 굴복하는 쪽을 택했다. 자신을 빤히 노려보는 야겐 토시로와 츠루마루 쿠니나가를 데리고 혼마루를 나온 담당자는 미리 세워둔 자신의 차에 둘을 태우고 전속력으로 나오키를 향해 달려나갔다. 이번에는 그냥 안 넘어갈거야 대장. 뒷좌석에서 들리는 야겐 토시로의 웃음섞인 차가운 혼잣말에 담당자의 등골은 점점 차갑게 식어갔다. 빨리 이 둘을 나오키 앞에 데려다 놓고 도망치고 싶다.
열심히 차를 달린 끝에 그 들은 나오키가 들어갔다는 거대한 카지노 앞에 도착하였다. 고요한 주변 건물과는 달리 온갖 휘황찬란한 조명으로 번쩍이는 거대한 건물을 본 츠루마루는 흥미롭다는 눈으로 몇 번 훑어보기 시작했다. 카지노의 조명에 혹한 츠루마루와는 달리 야겐 토시로는 차에서 내리자마자 맹렬한 기세로 입구를 향해 달려갔다. 그를 막는 경비원들은 담당자가 내민 신분증을 보자마자 황급히 몸을 비켜 길을 뚫어주었다.
VIP를 상징하는 황금색 카드를 들고 안으로 들어가자 안의 모습은 더더욱 가관이었다. 온 세상의 도박이란 도박은 죄다 모아놓은 것 같은 거대한 건물 안 여기저기에는 도박에 빠진 사람들이 가득하였다. 영혼이 빠져나간 눈을 한 채 멍하니 카드만 뒤집는 사람들을 본 야겐 토시로는 이를 갈며 자신의 대장을 찾기 시작했다. 그리고 단도인 그가 나오키를 찾는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저 멀리 커다란 테이블 앞에 앉아 한 무리의 남자들과 옥신각신 말다툼을 벌이는 나오키를 보자 야겐 토시로는 씨익 웃기 시작했다. 곧 갈게 대장. 거기서 얌전히 기다려.
한편 야겐 토시로와 츠루마루가 자신을 쫒아왔을거라곤 꿈에서도 상상하지 못한 나오키는 입꼬리를 들어올려 맞은편에 앉은 남자들을 한껏 비웃어주기 시작했다. 자신앞에 잔뜩 쌓인 플라스틱 칩을 손가락으로 톡톡치며 도발하는 나오키를 보자 잔뜩 성이 난 남자들은 그를 향해 고래고래 소리지르기 시작했다.
"나만 너무 따가는것 같네. 이거 미안한 걸."
"카드 조작 아니야? 어떻게 내리 4판을 이겨?"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자신을 향해 얼굴을 붉히며 삿대짓을 하는 남자를 향해 나오키는 낄낄 웃으면서 자신은 결백하다는 듯이 소매를 털털 털어보였고, 남자는 속상한 표정으로 자리에 앉을 수밖에 없었다. 남자가 앉자마자 중앙에 있는 남자가 자리에 앉은 사람들에게 카드를 하나씩 돌리기 시작하였다. 나오키는 카드가 5장이 되자마자 왼쪽 손으로 살짝 열어 보았고, 결과를 보자마자 심장이 멎어 버릴 것만 같은 충격을 받았다.
붉은색 하트의 A, K, Q, J, 10. 포커에서 가장 강한 통칭 로얄 플러쉬였다. 다른 놈들이 무슨 패를 들이밀어도 자신을 이길패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는 카드를 살포시 덮어놓고선 남자들을 유도하기 위해 판돈을 올리지 않고 자신의 턴을 넘겼다. 그 모습을 본 남자들은 한번 당해보라는 식으로 너나 할것 없이 판돈을 무지막지하게 올리기 시작했고, 나오키는 자신이 쳐놓은 함정에 보기 좋게 걸려든 남자들을 향해 조용히 비웃으면서 굵은 담배를 물고 뻐끔뻐끔 피워대기 시작했다. 어느새 그의 차례가 돌아오자 남자들은 빨리 하라는 듯이 찌푸린 얼굴로 그를 향해 원망섞인 닥달을 하기 시작했다.
"이봐 젊은이. 빨리 판돈 걸지 그러나."
"난 콜. 그런데 아저씨들 괜찮아? 나 이번에는 진짜 센데?"
"허허허. 웃기지 마. 이번은 안속아."
남자들은 웃어보이고선 차례차례 카드를 뒤집어서 자신의 패를 공개하기 시작했고, 나오키의 미소는 점점 진해졌다. 죄다 자신보다 약한 패인데 뭘 믿고 배팅했는지 모르겠다. 뭐 상관없지 내돈 잃는것도 아닌데. 난 그저 돈만 챙겨가면 되는 걸? 어느새 테이블에 뒤집혀 있는 나오키의 패에 모두의 시선이 집중되었고, 남자들은 빨리 뒤집어 보라고 닥달했지만, 나오키는 남자들을 더 놀릴 속셈인지 그저 갈색의 담배만 뻐끔뻐끔 피고 있었다.
"이봐! 빨리빨리 뒤집어! 이제 자네 차례라고!"
"좀 기다려 봐. 담배 피고 있는거 안보여?"
"아 그러면 피면서 뒤집으면 되잖아!"
"그렇게 성만 내니 4판 연속으로 지지. 마음씀씀이를 좀 크게 가지는게 어때?"
“확실히 씀씀이가 큰 건 중요하지 대장.”
“맞아 맞..?”
나오키는 말을 끊고선 석고상처럼 꽁꽁 굳어버렸고, 동시에 담배를 집어든 손은 덜덜 떨리기 시작했다. 어디서 많이 들어본 목소리인데. 왜 이목소리가 여기서 들려? 자신의 어깨 위에 손길이 느껴지자. 나오키는 고개를 살짝 돌려 누군지 살폈다. 제복 소매를 보아하니 아와타구치 녀석들 중 하나다. 그리고 저 자신만만하고도 엄격한 목소리를 보니 아무래도 야겐 토시로 같다. 자신의 옆에 서 있는 자의 정체를 알자마자 나오키의 심장 박동이 급격히 올라가기 시작했다. 어떻게 저 녀석이 여기에 왔는지 모르겠다. 아니 애초에 나 없이 혼자 현세로 뛰쳐나올 수 있는건가? 아 그래! 이건 환각이다. 텐션이 너무 올라가서 내가 환상을 보고 있는 것이 틀림없어.
환상인지 현실인지 확인할 방법은 하나뿐이다. 나오키는 고장난 태엽처럼 삐그덕거리는 고개를 힘들게 돌려 옆을 보았고, 그곳에는 보랏빛 눈을 번들거리며 자신을 내려다 보는 야겐 토시로가 있었다. 왜 하필이면 많고 많은 단도들 중에서도 야겐 토시로가 왔는지 모르겠다. 자신을 보자마자 공포에 질린 나오키를 향해 야겐 토시로는 생긋 입꼬리를 들어올려주었다. 평상시라면 매력적으로 보일 미소지만 지금의 야겐의 미소는 토끼를 눈앞에 둔 호랑이가 짓는 미소와도 같이 싸늘하기 그지없었다.
“여. 대장~ 좋은 밤이네. 그치?”
“으..응! 좋은 밤이네 야겐. 산책하기 딱 좋고 말이야.”
“산책이라. 풉..산책치곤 너무 멀리 온거 아니야?”
야겐 토시로는 말을 마치고서 위협하듯이 테이블 한 가운데 놓인 카드 뭉치를 향해 자신의 본체를 한차례 깊숙이 찔러 넣었다. 자 봐. 칼자루까지 들어갔다고? 야겐 토시로의 검신에 주렁주렁 꿰뚫린 카드뭉치를 본 나오키의 안색이 점점 새파랗게 변해가기 시작했다. 난 죽었다. 난 죽었어. 속으로 되뇌이는 나오키를 향해 야겐은 안심하라는 듯이 그의 귀에 대고 속삭여 주었다.
“대장. 지금 마음 같아선 당장 혼마루로 끌고 가서 벌을 주고 싶지만..특별히 츠루마루 나리를 봐서 내가 참을게.”
“츠..츠루마루?! 츠루마루도 여기 왔다고?!”
“응. 이제 혼마루로 돌아가야지?”
“조금만 앉아있다가 가면 안될까?”
“설마 내가 그걸 용납할거라고 생각하는건 아니지?”
보랏빛 눈을 번뜩이며 나지막하게 으르렁거리는 야겐의 모습은 박력이 넘쳤다. 야겐에게 기세가 눌린 나오키는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나 얌전히 자신의 팔을 잡아끄는 야겐을 따라갔다. 조용히 챙긴 칩들을 돈으로 교환해 주머니에 넣고 밖으로 향하자 야겐과 같은 엄격한 눈을 한 츠루마루 쿠니나가가 그를 반겨맞기 시작했다.
“이야. 네가 사라졌을땐 참으로 놀랐단다. 넌 정말 날 깜짝깜짝 놀래켜주는 재능이 있구나.”
“하하핫. 과찬이야 츠루마루.”
“칭찬이 아니란건 너도 알고 있겠지? 자 이제 가자. 일탈은 여기까지.”
말을 마친 츠루마루는 야겐과 함께 나오키의 팔을 붙잡고 강제로 담당자의 차에 구겨 넣었다. 앞으로는 절대 함부로 못나오게 해야겠군. 조용히 대화를 나누는 츠루마루와 야겐의 눈은 어느새 차게 식어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