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e-21guns.
21 본문
사니와 이름 언급됩니다.
검x남사니 주의
도검난무 팬픽
캐해석 주의
“음. 방이 많이 추운데 정말 괜찮겠나?”
“괜찮다니까 그러네. 아직까진 끄덕없어!”
“음. 그래도 걱정되는데..”
나오키의 당당한 모습에 츠루마루 쿠니나가는 혀를 차고 방을 쓱 둘러보았다. 먼지구름이 뽀얗게 뿜어져 나오는 한숨 나올만한 위생 상태는 둘째 치고 방 안에서 입김이 나올 만큼 춥다. 이렇게 춥게 살면서 괜찮다니 어불성설이다. 이런 방에 있으면 걸리지 않을 병도 걸릴 것 같다. 가늘게 눈을 뜨고 쳐다보니 그도 찔리는 구석이 있는지 잽싸게 옆으로 고개를 팩 돌리고 휘파람만 불기 시작한다.
“안되겠군. 난방시설이 다 될 때까지만 나와 함께 지내야겠군!”
“싫어. 거기 미츠타다 있잖아. 잔소리하고 담배 못피게 하고 농땡이 못피게 한단 말이야.”
싫다는 나오키의 거절에도 츠루마루는 씨익 웃었다. 제멋대로 구석에 박혀있는 커다란 가방을 들어 안에 바리바리 그의 짐을 담더니 나오키가 말릴 새도 없이 자신이 머물고 있는 거처 쪽으로 달려가기 시작했다. 거기 서라는 외침과 함께 츠루마루를 열심히 쫒아갔다. 자신의 방으로 쏙 들어간 츠루마루를 쫒아 방문을 벌컥 여니 화들짝 놀라는 쇼쿠다이키리 미츠타다가 보였다.
“나, 나오키군?! 갑자기 무슨 일이야?”
“헥..헥.. 츠..츠루마루가 내 짐 다가져갔어..”
“오오. 생각보다 빨리 쫒아왔군! 네 운동신경은 언제 봐도 놀랍구나!”
“이상한 소리 하지 말고 빨리 내놔! 나 다시 돌아갈거야!”
“츠루씨. 돌려주는게 어때?”
“쯧쯧 미츠보는 뭘 모르는구나. 이 녀석 방에 들어가 보라고. 아마 깜짝 놀라 자빠질거다.”
인상을 구기며 말하는 츠루마루의 말에 미츠타다는 확인해 보려는 듯이 자리에서 일어나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나오키의 방으로 향했고 미츠타다가 자신의 방으로 간다는걸 알아챈 나오키는 다급한 얼굴로 재빨리 미츠타다의 뒤를 따라가며 그를 말렸다. 여유롭게 뒷짐을 지고 그 둘을 따라가는 츠루마루의 눈은 재미난 걸 볼 수 있다는 기대감에 반짝반짝 빛나기 시작했다.
둘이 동시에 방으로 들어가자마자 문 밖으로 미츠타다의 경악에 찬 고함이 울려 퍼졌다. 곧 이어 미츠타다의 우렁찬 잔소리와 나오키의 기어가는 변명소리가 한데 섞여 합주를 만들어내기 시작했다. 방이 소란으로 한바탕 들썩이더니 곧 문을 거칠게 열고 나온 미츠타다가 문지방을 꼭 잡고 버티는 나오키의 허리를 잡고 방 밖으로 그를 끌어내기 시작했다.
“나오키군! 이런데서 자면 분명 골병들거야!”
“안든다니까 그러네! 진짜 멀쩡하다니까!”
“안돼. 나오키군. 오늘부터 당분간 나와 같이 지내는 거야.”
단호하게 말을 마친 미츠타다는 허리를 쥔 손에 힘을 주어 쭉 끌어당기기 시작했지만 문지방을 꼭 쥔 나오키의 집념도 만만치 않았다. 마른 팔 어디에서 저런 힘을 내는지 모르겠다. 결국 츠루마루가 나서서 문지방을 붙들은 나오키의 손가락 마디마디를 깃털로 살살 간질이기 시작했다. 간지럼을 못 참고 꿈틀대자 그 틈을 탄 미츠타다는 재빨리 힘을 줘 나오키를 문지방에서 떼내는데 성공하였다. 자 같이 가자. 나오키군. 자신의 허리를 낚아챈 미츠타다의 미소섞인 다정한 목소리에 나오키는 푸욱 한숨을 쉬었다.
“자. 오늘부터 우리와 같이 지내는거야. 알았지?”
“치사해요 미츠타다씨! 저도 주군과 함께 지내고 싶다구요!”
“나, 나마즈오군?”
등 뒤에서 들린 볼멘 목소리에 화들짝 놀란 미츠타다는 나오키를 허리에 낀 상태로 뒤를 돌아보았다. 퉁명스러운 표정을 한 나마즈오와 무표정인 그의 형제인 호네바미가 팔짱을 끼고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무슨 뜻이냐며 반문하는 미츠타다와 츠루마루에게 나마즈오는 우리도 주군과 함께 지낼 권리가 있다며 따지기 시작했다.
“생각해보면 저희 거처와 더 가까운걸요? 주군은 저희 아와타구치가 모실게요!”“자, 잠깐만 나마즈오군! 이미 나오키군의 짐은 우리 쪽에 다 풀어놨는데?”
“짐쯤이야 금방 다시 싸면 되는걸요!”
뺏기지 않겠다는 듯이 나마즈오는 미츠타다에게 허리가 붙들려 있는 나오키의 한쪽팔을 잡아당기기 시작했고 형제의 움직임에 맞춰 호네바미도 다른 쪽 팔을 잡고 잡아당기기 시작했다. 슬금슬금 나마즈오쪽으로 당겨지는 나오키를 보자 뒤에서 구경만 하고 있던 츠루마루의 속이 부글부글 끓어오르기 시작했다. 밥을 다해놨더니 몰래 들어와 홀랑 먹으려고 한다. 츠루마루는 뺏길 수 없다며 나오키의 두 다리를 잡고 자기쪽으로 잡아당기기 시작했다.
“에잇! 이 녀석은 오늘부터 이쪽에서 묵을거다! 너희는 들어가서 평상시처럼 실컷 놀거라!”
“안돼요! 주군이랑 놀거에요!”
“우리가 데려간다.”
“에잇! 너희 멋대로 될 것 같으냐!”
“저기. 이제 나 그만 내 방으로 돌아가도 될까?”
세 남사 사이에 낀 나오키의 방으로 돌아간다는 선언에 세 남사는 다툼을 멈추고 한 목소리로 안된다고 버럭 소리질렀다. 이리로 잡아당겼다가 저리로 잡아당긴다. 내 몸으로 줄다리기는 이제 그만 해 줬으면 좋겠는데.. 나오키는 눈을 번뜩이며 자신의 팔을 잡아당기는 나마즈오와 호네바미를 보고 한숨을 푹 쉬었다. 아래쪽을 보니 금빛 눈을 불태우는 츠루마루가 발목을 꾹 잡고 잡아당기고 있었다. 세 남사의 쓸데없는 줄다리기를 보니 한숨이 나왔다.
“하아..일단 붙잡은거 내려줘..”
나오키의 푸념섞인 목소리에 세 남사는 잠자코 그의 팔 다리를 놓아주었다. 욱신거리는 팔 다리를 몇 번 털은 나오키는 자신 앞에서 눈을 밝히고 있는 세 남사를 보고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먼저 오늘은 츠루마루네서 잘 거야.”
“넌 언제나 날 놀래켜 주는군! 좋은 선택이다!”
“에에~”
“그리고 내일은 아와타구치네서 잘게.”
“이건 놀랍지 않군.”
웅성웅성 소란을 일으키는 남사들을 뒤로 하고 나오키는 자신의 짐이 있는 미츠타다와 츠루마루의 처소로 들어갔다. 처소로 들어가니 언제 들어온 것인지 미츠타다가 먼저 들어와 그의 짐을 차곡차곡 개며 정리해주고 있었다. 조용히 그의 옆에 와 앉으니 미츠타다는 조곤조곤 잔소리를 하기 시작했다.
“나오키군. 옷이 다 헤지고 더러워졌네. 이런 건 더 이상 못 입어.”
“무슨 소리야! 아직 3년은 더 입을 수 있어! 그거 청바지여서 오래가!”
“하지만 무릎이고 허벅지고 죄다 터져있는걸? 이런거 입으면 멋도 없고 감기도 걸리겠어.”
미츠타다는 들고 있던 청바지를 유심히 살펴보았다. 곳곳에 자리잡은 얼룩자국은 둘째치고 허벅지와 무릎 부근이 죄다 터져있고 바지 아랫단은 형편없이 헤져있다. 이러긴 싫지만 자신이 손을 안쓰면 자신의 사니와는 계속 이런 낡은 옷들을 입고 다니겠지. 미츠타다는 낡은 옷들을 품에 껴안고 준비한 봉투에 꾸깃꾸깃 담았다.
“미, 미츠타다?! 내 옷들로 대체 뭘 하려는 거야?”
“다 낡았으니 버려야지. 괜찮아. 콘노스케에게 말해서 새로운 옷을 준비하라고 일러놨으니.”
“그러면 난 오늘 뭘로 갈아입으라고?! 이리 돌려줘!”
나오키는 자신의 옷가지를 싸잡아 버리려는 미츠타다에게 소리도 쳐 봤고 애걸복걸 빌어도 보았지만 미츠타다는 안된다는 듯이 단호하게 고개만 저었다. 안 그래도 언제 손을 쓸까 내심 기회만 찾고 있었는데 잘 됐다. 미츠타다는 나오키가 다리를 붙들기도 전에 재빨리 봉투를 품에 껴안고 혼마루 어딘가로 사라져버렸다. 졸지에 속옷 몇 장과 걸치고 있는 옷만 남은 나오키는 아와타구치의 언쟁을 마친 츠루마루가 올때까지 그 자리에서 분노로 부들부들 떨었다.
“음? 짐이 줄어들었군?”
“너 때문이잖아!! 너가 강제로 여기로 데려오는 바람에!!”
“왠지 모르지만 미츠타다가 손을 썼다는 건 알 수 있겠군.”
평상시에 낡은 옷만 걸치고 다니는게 보기 안쓰러웠는데 그걸 전부 가져다 버리다니. 역시 미츠타다다. 오면 머리를 쓰다듬어줘야지. 츠루마루는 속으로 만족스러워하며 방방 뛰는 나오키를 제 방으로 데려갔다. 여긴 뭐하러 데려왔냐는 나오키의 질문에 츠루마루는 자신의 여벌 내번복을 건네주고 그에게 입혔다. 헐렁이는 허리띠를 꽉 조여 매주고 흘러내리는 바지 아랫단을 살짝 접어 올려주니 그제서야 그의 몸에 맞는다.
나오키에게 겨우 그의 내번복을 입히는데 성공한 츠루마루는 한발짝 뒤로 떨어져 천천히 눈앞의 그를 눈으로 훑어보기 시작했다. 최대한 끈을 조였는데도 펑퍼짐한 옷차림에 츠루마루의 얼굴이 살짝 굳어가기 시작했다. 자신도 그리 몸집이 있는 편이 아니건만 저 옷이 저리 축축 퍼질 줄은 몰랐다. 부정적인 생각을 지우려는지 츠루마루는 한차례 고개를 털어내고 눈 앞에 뚱한 표정을 짓고 있는 나오키를 향해 씨익 웃어주었다. 자신의 하얀 색 옷과 그의 검은색 더벅 머리가 저리 잘 어울릴 줄은 몰랐다. 마치 한 마리의 귀여운 까치와도 같았다.
“그렇게 입으니 마치 한 마리의 까치같구나.”
“까치한테 한번 머리 쪼여볼래?!”
“하하하! 너무 화내진 말거라 나름 칭찬이니!”
자신을 보며 성을 내는 나오키가 오늘따라 귀여워 보인다. 그의 몸을 꼬옥 끌어당겨 껴안고 붕붕 제자리에서 도니 품에 갖힌 나오키가 어지럽다며 성을 내기 시작했다. 하얀 학과 까만 까치라. 제법 잘 어울리지 않느냐. 츠루마루는 속으로 자기 자신에게 속삭이며 품에서 바둥거리는 까치를 놓치지 않겠다는 듯이 꼬옥 껴안고 목덜미에 고개를 묻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