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e-21gu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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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해석 주의
가을 바람이 지나가자 혼마루 본채 위에 액자가 흔들린다. ‘축! 오사카성 재패!’ 현수막에 쓰인 글귀를 보고 나오키와 남사들은 쓰디쓴 웃음을 짓기 시작했다. 고작 저런 것을 얻자고 그 깊디 깊은 지하를 내려갔단 말인가. 액자를 한번 손으로 쓰윽 훑은 나오키는 본성의 자원을 적은 책자를 유심히 바라보는 하카타 토시로의 어깨를 손바닥으로 톡톡 치기 시작했다. 안경을 빛내며 바라보는 눈이 오늘따라 유독 부담스럽다.
“또 무신 일이여?”
“용돈 좀 더 주라.”
“또 현세로 가서 놈팽이들이랑 카드놀인가 뭔가 하려구 그러는 거제?”
“야. 내가 번 돈이잖아. 그러지 말고 좀만 더 줘.”
“저어기 노사다가 말혔어. 그런 용도로 쓸 돈은 주지 말라고.”
깐깐하게 말한 후, 안경을 고쳐쓰는 아와타구치의 단도를 보자마자 나오키는 한숨을 푹푹 쉬었다. 몇 일전, 오사카 지하에서 고토 토시로와 데려온 하카타 토시로는 오자마자 자원을 점검하기 시작했다. 자원과 자금을 보자마자 혀를 내두른 그는 앞으로 자원과 돈을 자신이 관리해도 되냐고 그에게 물어보았다. 지친 나머지 대충 고개를 끄덕인 게 화근이었다. 자원 관리는 오히려 고마웠다. 애초에 금전감각이 약한 그였으니까. 하지만 개인의 월급을 관리하는건 너무 심하지 않은가? 너무 심한 처사라고 항의해보아도 들려오는 답은 ‘주인이 허락했잖어?’ 이 말 뿐이었다.
어르고 달래고 심지어는 눈치까지 줘봤지만 하카타는 예상외로 굳세었다. 오히려 숨겨놓은 영수증 뭉치를 공개해서 월급 관리를 해야 하는 정당성까지 확보한 그는 담당자랑 공모해 그의 월급통장을 관리하기 시작했다. 카드 발급을 새로 하려고 해도 귀신같이 알아채서 카드를 묶어버린다. 힘없이 터덜터덜 아침밥을 먹으러 가는 그의 어깨를 츠루마루 쿠니나가가 달려와 손바닥으로 힘차게 치며 털털히 웃는다.
“하하하! 기운이 없어보이는군! 새로온 아와타구치의 꼬마 때문인가?”
“말도 마. 얼마나 깐깐한데.”
“너무 시무룩해 하지 말거라. 널 위해서 그런거니.”
담배를 피며 본당의 위치한 식당쪽으로 향하는 그를 향해 혼마루의 남사들이 손을 들어 반갑게 인사를 하기 시작했다. 식탁에 앉으니 힘껏 눌러 담은 밥그릇이 그를 반긴다. 이렇게 많이는 못먹는다고 했잖아. 한숨을 쉬며 불평하는 나오키에게 츠루마루는 많은게 좋은거라며 웃어주었다. 젓가락을 놓고 밥그릇을 들어 이리저리 돌려본다. 다른 남사들의 밥그릇보다 더 큰걸 보니 밥이 아니라 국그릇에 담은 것 같다.
“나오키군. 좋은 아침. 오늘은 특별히 나오키군이 좋아하는 돈가스를 튀겨봤어.”
“미츠타다. 좋아하는 반찬을 해준 건 고마운데 양이 너무 많아.”
“나오키군. 내가 지난번에도 말했잖아.. 나오키군은 좀 더 많이 먹고 튼튼해져야할 필요가 있어.”
낡은 코트사이로 비치는 얇은 손목을 보며 미츠타다는 한숨을 쉬며 말했다. 매번 밥을 새 눈물만큼 조금 먹는 그가 안쓰러워서 밥을 많이 퍼주니 못 먹는다고 남기기 시작했다. 왜 자꾸 그러냐고 물어보니 어려서부터 밥을 잘 못 먹다 보니 이제는 조금 먹는 게 버릇이 되버렸다며 허허허 웃는 나오키였다. 코트 안쪽으로 보이는 마른 몸의 윤곽이 안쓰러워서 강제로라도 먹이려고 마음먹은 미츠타다는 그 후 일부러 밥을 많이 퍼준 다음, 다 그가 먹을때까지 옆에서 지켜보기 시작했다.
“전에도 말했지만 남기면 안돼. 다른건 다봐줘도 식사는 안봐줄꺼니까.”
“나 그렇게 많이 못먹어! 또 체할거라고!”
“천천히 꼭꼭 씹어 먹으면 괜찮아.”
“미츠보 말이 맞아. 많이 먹고 튼튼해져야지?”
도끼눈을 뜨며 불만을 토해봐도 미츠타다는 평소에 오냐오냐하던 것과는 달리 부드러운 황금빛 눈에 엄격함을 담아서 그를 나무라기 시작했다. 옆에서 웃으며 지켜보던 츠루마루 또한 많이 먹으라며 자신의 돈가스 몇 조각을 집어 그의 접시에 올려놔주었다. 남기지 말라는 듯이 부드러운 미소와 함께 자신을 지켜보는 둘을 향해 나오키는 다시 한번 더 못먹는다고 변명을 하기 시작했다.
“미츠타다. 츠루마루. 내가 전에도 말했지만 나 밥 3끼 챙겨먹은 적은 여기 와서 처음이야.”
“응. 들었다만.”
“그건 분명 지난번에 들었어 나오키군. 그래서 내가 말했잖아? 앞으로 나오키군에겐 무조건 삼시 세끼 다 챙겨 먹이겠다고.”
“그래도 이건 양이 너무 많잖아! 이걸 어떻게 혼자서 다 먹어!”
아무리 말하고 애원해봐도 미츠타다는 고집을 꺽지 않았다. 결국 오늘도 미츠타다에게 기가 꺾인 그는 한숨과 함께 밥을 열심히 먹기 시작했다. 먹고 먹어도 양이 줄지 않는다. 아직 반도 안먹었는데 벌써부터 위장이 무겁고 배가 터질 것만 같다. 둘 몰래 저 멀리 있는 나마즈오에게 도와달라고 신호를 보내보았지만 웃으며 고개를 절레절레 젓는다. 도움을 요청한 나마즈오 대신 밥을 앞에 두고 낑낑대는 나오키를 향해 야겐 토시로가 생글 생글 웃으며 다가왔다.
“여. 대장. 힘들어 보이는데. 도와줄까?”
“야겐..! 도와줘!!”
“야겐군. 이건 나오키군이 다 먹어야하는 거야. 도와주는건 안돼.”
“이봐 미츠타다 나리. 대장을 생각하는 건 좋지만 양이 너무 많은 거 아니야? 체하는건 둘째치고 저렇게 한번에 많이 먹이면 탈난다고.”
“음..역시 너무 많은가?”
“내가 많다고 계속 말했잖아!”
억울한 듯이 소리치는 나오키를 향해 야겐은 씨익 웃으며 미츠타다에게 더 좋은 방안을 제시하기 시작했다.
“한번에 많이 먹이지 말고 하루에 4끼를 먹이는 건 어때? 꽤나 좋은 방법 같은데?”
“자..잠깐! 4끼라니! 무슨 소리야!”
“오. 그거 좋은 생각이야 야겐군. 앞으론 그렇게 해야겠다.”
“그거 좋은데! 나도 같이 먹기로 하지 미츠보!”
야겐의 말에 맞장구를 치는 두 남사를 보니 아침부터 머리가 쑤신다. 조용히 다가온 초기도인 카센 카네사다는 그래도 많이 먹었으니 장하다며 앉아서 욱욱 무거운 소리를 내는 나오키의 등을 살살 쓰다듬어 주기 시작했다. 손바닥으로 마른 몸의 굴곡이 느껴진다. 괜히 저 둘이 난리치는 게 아니다. 정성스레 손으로 등을 쓰다듬어주는 카센을 향해 나오키의 원망스런 눈빛이 꽃인다. 왜 그러냐고 물어보니 하카타가 다 말했다면서 아까의 일을 걸고 넘어진다.
“하카타가 다 말했어. 용돈 안주는거 카센이 말했다고.”
“정당한 용도로 쓰는 거라면 얼마든지 주라고 말했단다. 다만 카지논지 뭔지 하는 곳은 절대로 안돼.”
“내가 파병 때부터 즐긴 취미 생활인데도?”
“하지만 도박이잖니? 그건 우아하지 못해.”
“맞아. 그것만큼은 나도 허락하지 못하겠군.”
씨익 웃으며 츠루마루는 그의 팔을 붙잡았다. 평소에 잔소리 한번 안하더니 왜 그러냐며 눈을 흘기는 나오키를 보고 웃음을 터트린 츠루마루는 전부 너를 위해서 하는 일이라며 조용히 타이르기 시작했다. 모두 날 갓난아이 취급하네. 비죽이 내밀어진 나오키의 입에서 조그만한 불만이 새어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