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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성물/나오키

15

프라이 ver1.0 2016. 10. 21. 22:18

오리지널 사니와 언급됩니다.

검x남사니 주의


도검난무 팬픽

캐해석 붕괴 주의




차가운 바람과 함께 푸르렀던 혼마루의 정경도 붉게 물들어 가고 있었다. 아름답게 단풍으로 물든 정원을 걷던 츠루마루 쿠니나가는 몸을 숙여 바닥에 떨어져 있는 단풍잎을 하나 주웠다. 중간에 부서진 곳도 없고 아주 예쁘게 다홍색으로 물든 단풍잎이다. 츠루마루는 그의 사니와인 나오키에게 줄 작정으로 단풍을 들고 사니와의 방을 향해 달려갔다. 사니와의 방문앞에 다가가 손으로 몇 번 노크를 하니 의욕 없는 축 늘어진 목소리가 그를 반긴다. 활짝 방문을 열어보니 이불을 몸에 돌돌 말은 나오키가 그를 반긴다.

 

츠루마루 어서와.”

이봐 밖에 단풍이 정말 아름답게 폈다고? 가서 구경이라도 하지그래?”

귀찮아...추워..”

정말이지. 겨울잠 자는 곰처럼 방안에만 틀어박혀 있지 말고.”

 

나오키의 책상에 조심스레 단풍잎을 올려놓은 츠루마루는 이불을 돌돌 말고 고치를 만들고 있는 나오키의 팔을 잡아 고치 속에서 끌어냈다. 강제로 일으키고 팔을 꼭 잡아 방 밖으로 나서자 나오키는 알았다는 듯이 옷을 챙겨 입기 시작했다. 구멍이 숭숭 뚫린 외투를 보자 츠루마루는 미간을 좁히기 시작했다. 저렇게 구멍이 뚫려있으니 가을바람이 그대로 들어오지. 미츠타다가 저걸 처리하려고 눈에 불을 켜고 주시한다는 걸 그는 과연 알고 있을까? 씨익 웃으며 그의 제멋대로 헝클어진 머리를 제대로 정돈해 주니 고맙다고 생글생글 웃기 시작했다.

 

요즘 가을이니까 잠이 많아진 것 같아. 정말 겨울잠이라도 자고 싶어.”

호오. 그렇다면 나도 옆에서 같이 자주도록 하지.”

넌 분명히 지겨워서 중간에 자다가 뛰쳐나갈걸?”

 

장난스레 눈을 흘기며 옆구리를 콕콕 찌르는 나오키의 반응에 츠루마루는 기분 좋은 웃음을 터트렸다. 얼마 전 까지만 해도 그들에게 보였던 냉기 철철 넘치는 싸늘한 반응과는 천지 차이다. 마치 어린 소년과도 같은 장난기와 호의을 가득 담은 검은빛 두 눈이 자신을 향하자 츠루마루의 가슴 안쪽에서 따스한 온기가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헛기침을 하는 츠루마루를 잠시 빤히 바라보던 나오키는 츠루마루에게 원정을 이끈 남사가 누군지 물어보았고, 츠루마루는 잠시 생각한 후, 야만바기리 쿠니히로라고 답해주었다.

 

그러고 보니 원정 갔던 자들도 돌아왔겠군. 놀래켜주긴 이미 늦었나!”

으음.. 성과를 확인하고 싶은데 말이지.”

그런거라면 여기서 잠깐 기다려. 야만바기리를 곧 불러오도록 하지.”

아니. 그럴 필요 없어. 야만바기리를 부르는 노래를 부를꺼거든.”

야만바기리를 부르는 노래? 뭔지 궁금해지는군.”

 

나오키는 잠시 목을 가다듬더니 입을 열어 야만바기리의 애칭인 만바라는 단어를 특이한 음률에 맞춰서 읊기 시작했다. 가끔씩 만바라만바라고 별명을 뭉뚱그려 부르기도 하였다. 그의 미성이 혼마루에 울려퍼지기 시작하자 저 멀리서 다급해보이는 발걸음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이윽고 저 멀리서 평상시에 덮고 다니는 낡은 천을 뒤집어 쓴 야만바기리 쿠니히로가 얼굴을 굳히고 이쪽을 향해 뚜벅뚜벅 걸어오기 시작했다. 빠른 걸음으로 다가온 야만바기리 쿠니히로는 듣기 싫다는 듯이 재빨리 나오키의 입을 손바닥으로 틀어막기 시작했다.

 

만바라만바 만바바~! 만바읍!”

그 노래. 부르지 말라고 했을텐데.”

이거 놀랍군! 정말로 노래만 불렀을 뿐인데 야만바기리가 올 줄이야! 나도 나중에 한번 불러봐야지!”

부르지 마. 역시 내가 복제품이여서...”

오옷. 너 그 단어. 방금 말했지?”

 

자신의 입을 틀어막은 야만바기리 쿠니히로에게서 벗어난 나오키는 웃는 얼굴로 방금 야만바기리가 말한 단어를 계속 지적하였고, 사니와에게서 지적받은 야만바기리 쿠니히로의 얼굴은 점점 새파랗게 질려가고 있었다. 궁금증을 못 참은 츠루마루는 점점 미소가 진하게 번지는 나오키의 어깨를 두드리며 이번엔 뭐냐고 물어보기 시작했지만 나오키는 대답해 주는 대신 근시인 츠루마루에게 혼마루의 모든 단도들을 모아달라고 부탁하기 시작했다.

 

츠루마루. 혼마루의 모든 단도들을 모아줄래?”

문제는 없다만. 왜지?”

, 잠깐! 이건 실수였다!”

야만바기리가 자기보고 복제품이라고 그러면 단도들로 야만바기리 노래 합창단을 만들어준다고 했거든. 그렇게 합창이 듣고 싶다는데 사니와로써 어찌 무시할 수 있겠어?”

그거 재미있겠군! 당장 모아오도록 하지!”

, 그만해..”

 

당장 뛰쳐나가려는 츠루마루의 팔을 다급한 얼굴을 한 야만바기리 쿠니히로가 붙잡았다. 다시는 안하겠다는 말을 하며 하지 말라고 장난스런 얼굴을 한 두 사람을 뜯어 말리기 시작했다. 어느새 얼굴에서 장난기를 지운 나오키는 조용히 미소를 지으며 자신 앞에 서있는 야만바기리 쿠니히로를 바라보았다. 주인과 눈이 마주치자마자 야만바기리는 재빨리 쓰고 있던 천을 아래로 쑥 내려 자신의 얼굴을 감추었고, 동시에 아쉬움을 잔뜩 담은 나오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쉽네. 야만바기리 너 엄청 잘생겼는데.”

그런 말 하지마.”

진짜 잘생겼다니까? 동화속에서 나오는 왕자처럼 생겼다고. 게다가 야만바기리는 우리 가족이잖아?”

가족이라..”

 

진심을 담아 달래는 나오키의 말에 야만바기리의 얼굴이 살짝 붉어지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보는 츠루마루는 속으로 그들 몰래 감탄사를 내뱉기 시작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아무말없이 우울하던 사람이라곤 믿을 수 없다. 과거에만 연연한 채 인형처럼 살던 그는 이제 남에게 멋진 말을 하며 달래줄 정도로 부쩍 자라 있었다. 어느새 자신도 몰라 볼 정도로 마음이 쑥쑥 자라는 사니와를 보니 부모라도 된 것 만큼 기분이 좋아지고 뿌듯해진다.

 

. 그래도 합창단은 만들거지만.”

방금 안한다고 하지 않았나.”

난 안한다는 말은 안했다? 가서 직접 모아야지. 일단 저기 보이는 사요에게 먼저 가르쳐줘야지!”

..거기 서!”

 

정말 가르쳐 줄 속셈으로 저 멀리 보이는 사요 사몬지에게 달려가는 사니와의 뒤를 야만바기리가 바짝 뒤쫒아가기 시작했다. 제대로 약이 오른건지 흥얼흥얼 노래를 부르며 달려가는 사니와를 따라 이를 악문 야만바기리가 쫒아가기 시작했다. 흥미진진한 얼굴로 그들의 뒤를 따라간 츠루마루의 눈에는 감나무 위에 올라가 야만바기리를 부르는 노래를 목청껏 부르는 나오키와 나무 밑에서 감을 딸 때 쓰는 장대를 사용해 요리조리 피하는 사니와를 노리고 감나무를 이리저리 들쑤시는 야만바기리 쿠니히로가 보였다.

 

만바라바라 만바! !! 잠깐! 야 뼈! 뼈 맞았어!”

당장 내려와. 내려와서 안하겠다고 약속해.”

그럴 수는 없지. 혼마루 모두가 들을 수 있게 더욱더 노래를 부르지 않으면 악! ! 종아리 찌르지 마!”

 

마치 몇주전의 자신과 나오키의 상황과 똑같은 상황이 펼쳐졌다. 차이점이라면 그때는 나오키가 아래에 있었고, 그때는 노래가 아니라 낙서였다는 점이었다. 갑작스러운 소란에 혼마루의 모두가 감나무로 모이기 시작했다. 옆에 서 있는 나마즈오 토시로가 나오키의 노래를 따라부르기 시작하자 나무 위를 찌르는 야만바기리의 움직임은 더욱 더 다급해져만 갔다. 곤란한 듯이 고개를 절레절레 젓는 미츠타다 옆에서 츠루마루 쿠니나가는 유쾌한 미소를 터트렸다.

 

모인 남사들 사이로 시원한 가을바람이 한차례 지나갔고, 가을바람에 흔들린 단풍들은 모인 남사들의 위로 차분히 내려앉기 시작했다. 붉고도 아름다운 가을이 그들에게 성큼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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