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e-21guns.

03 본문

연성물/나오키

03

프라이 ver1.0 2016. 8. 22. 20:28

오리지널 사니와 언급됩니다.

검x남사니 주의


도검난무 팬픽

캐해석 붕괴 주의




오랜만에 악몽을 꾸는일 없이 푹 잔 것 같다. 어제 괴물에게 베인 오른 팔이 욱신거리는 걸 빼면 좋은 아침이다. 몸을 휘감는 기분 좋은 온기에 사니와는 기분좋은 소리를 내며 눈을 떴다. 눈을 뜨자마자 보인 건 새하얀 사내의 가슴이었다. 화사하던 아침에 냉수를 끼얹는다. 어느새 싸늘한 눈을 한 사니와는 자리에서 일어나 발 끝으로 츠루마루의 허벅지를 꾹꾹 찌르기 시작했다.. 사니와의 발짓에 옆에서 자던 츠루마루는 늘어지게 하품을 하며 깨어나기 시작했다. 황금색 눈을 뜨자마자 아침부터 싸늘한 눈으로 자신을 노려보는 사니와가 보인다.

 

어제 우는 것도 달래줬는데 아침부터 저런 반응이면 꽤나 섭섭하다. 츠루마루는 뭐라 항의를 하려던 도중, 사니와가 자신의 말을 알아듣지 못한다는 걸 기억해 냈다. 이럴때는 몸짓이 최고지. 츠루마루는 불신의 눈으로 자신을 쏘아보는 사니와 앞에서 어제밤의 일을 기억하라는 듯이 장난스럽게 우는 시늉을 해 보았고, 츠루마루를 본 사니와는 어제 츠루마루 품 안에서 눈물을 흘린 걸 기억해 냈다. 그러고 보니 어제는 그랬었지. 기분 좋은 듯이 하하하 웃는 츠루마루의 얼굴에 매서운 눈을 한 사니와의 얼굴이 가까워진다. 한쪽 손으로 입을 채우는 시늉을 하는 걸 보니 아마도 어제의 일을 말하지 말라는 것 같다. 한번 놀려볼까? 츠루마루의 눈에 장난끼가 번지기 시작했다.

 

“알았다. 내 모두에게 말하기로 하지.”

“....”

“음? 왜 그런 불만스런 눈을 하는가? 모두에게 말하겠다니까.”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지만 왠지 말이 통한 것 같다. 평상시의 무표정으로 돌아온 사니와는 자리에 앉아 킬킬대는 츠루마루를 힐끗 쳐다보더니 방문을 박차고 나가버렸다. 방문을 열고 나오니 툇마루에 앉아있던 야겐 토시로와 카센 카네사다와 눈이 마주쳤다. 사니와가 나오자마자 야겐 토시로는 걱정했다는 말과 함께 사니와에게로 다가가 천천히 붕대를 풀어 그의 상처를 살펴보기 시작했다. 팔을 걷고 조심히 살펴보니 다행히 상처는 점점 나아지는 중이였다. 안도의 한숨을 쉰 야겐은 사니와를 앉혀놓고 팔에 붕대를 갈아주기 시작했다.

 

사니와님! 인원수를 조금 더 늘려야합니다! 야겐 토시로가 붕대를 갈아주는 동안 콘노스케는 사니와 앞에 서서 사니와가 해야 할 일을 하나하나 가르쳐주기 시작했다. 사니와가 해야 할 일은 그의 생각보다 꽤나 많았다 서류작성에 출정과 원정 조 편성, 도검과 장비의 제작까지. 이 많은 일거리를 혼자 다 해야하냐고 물어보니 다른 사니와분들도 다 그렇게 한다며 고개를 끄덕인다. 나오키는 조용히 자신 주변에 모여 있는 남사들을 살펴보았다. 카센 카네사다, 츠루마루 쿠니나가, 야겐 토시로. 3명으로는 충분치 않다. 먼저 새로운 도검 제작부터 하자.

 

단도실의 문을 열자 자그마한 도공 두 명이 자신을 빤히 바라본다. 지난번과는 달리 딱 절반의 자원만 넣으니 한쪽은 두 시간 반이라고 하고 한쪽은 세 시간이라고 한다. 그 동안에 공부나 하자며 카센 카네사다는 아무 말 없이 도공만 뚫어져라 빤히 바라보고 있는 사니와를 데리고 본채로 향했다. 미리 준비해 놓았는지 책상 앞에는 책이 펼쳐져 있었다. 욱신거리는 오른팔을 들고 붓을 잡으니 붓 끝이 부들부들 떨린다.

 

“팔이 다 나을때 까지 글쓰기는 미루자꾸나.”

“....”

“자 그러면 여기를 따라 읽어보겠니?”

 

조용히 사니와의 손에서 붓을 뺏어든 카센은 손가락으로 단어들을 가르켰고, 사니와는 멍하니 그가 가르키는 대로 따라 읽기 시작했다. 아직은 어눌한 발음이지만 그래도 가르치는 대로 또박또박 따라 읽는다. 가끔씩 틀린 발음이 있으면 고개를 저어 틀렸다는 걸 알려준 다음, 제대로 된 발음을 알려준다. 이렇게 가르치면 얼마 후에는 말문이 트이겠지. 현재의 진도에 만족한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는 카센 카네사다를 사니와는 잠시 빤히 쳐다보더니 그의 입에서 어눌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안...녕 카센 카네사다?”

“다시 한번 말해보겠니?”

“안...녕..?”

“그래. 반갑구나 주군.”

 

처음 만났을때 못한 인사를 지금 여기서 듣게 될 줄은 몰랐다. 사니와의 어눌한 인사를 듣자마자 카센의 마음속에서 왠지 모를 성취감이 샘솟듯이 솟아올랐다. 카센 카네사다는 잘했다며 사니와의 검은 더벅머리에 손을 올렸다. 동시에 사니와의 배에서 꼬르륵 하고 생체 시계가 올렸다. 사니와의 뱃속 알람소리를 듣자마자 카센은 자신이 밥도 안 먹이고 밀어붙이고 있었다는 걸 깨달았다. 자신답지 않게 우아하지 못한 짓을 해버렸다.

 

카센의 손에 끌려가 반 강제로 아침을 먹었더니 속이 더부룩하다. 싫다는데도 계속 밥그릇에 밥을 덜어주는 카센 때문에 아침부터 본의 아니게 과식을 해 버렸다. 텁텁한 입 안을 담배 연기로 행구며 단도실로 가는 그의 곁에 따라붙는 남사가 있었다. 하얀 기모노 자락을 휘날리며 친근한 듯이 어깨동무를 하는 츠루마루의 팔을 무심히 뿌리치니 우는 시늉을 하기 시작한다. 빨리 말을 익혀서 욕이라도 한바가지 퍼부어주고 싶다. 결국 이번에도 백기를 든 건 사니와였다. 저쪽이 사니와의 약점을 잡고 있는 이상, 말문이 트이지 않은 사니와로써는 손쓸 방도가 없다.

 

친근하게 사니와와 팔짱을 끼고 단도실에 도착하니 야겐 토시로가 벌써 친해진거냐며 씨익 웃기 시작한다. 츠루마루는 기분좋게 웃으며 우린 원래부터 친했다고 사니와의 머리를 쓰다듬기 시작했지만 친하다는 그의 말과는 달리 츠루마루를 노려보는 사니와의 얼굴은 점점 차가워지기 시작했다. 야겐이 한숨을 쉬며 둘을 떨어뜨려놓으니 그제야 표정이 풀린다. 사니와는 도공들이 전해준 칼 두자루를 받고 천천히 힘을 불어넣기 시작했다. 그리고 잠시 후, 그들 앞에는 단정한 갈색머리를 한 미남과, 그보다 키가 더 크고 검은색 안대를 한 쾌남 한명이 서 있었다. 멍하니 둘을 바라보고 있는 사니와에게 갈색 머리를 한 청년이 다가오더니 그의 앞에 한쪽 무릎을 꿇은 채 고개를 숙여보였다.

 

“헤시키리 하세베, 라고 합니다. 주명이라면 뭐든지 하겠습니다.”

“.....”

“하세베 형씨. 안됐지만 아직 우리 대장은 우리말을 못 알아들어.”

“그런가..그래도 주군은 주군. 주명을 내리시면 그에 따를 뿐.”

“하하. 나는 쇼쿠다이키리 미츠타다야. 다테 마사무네 공이 쓰던 검이지. 잘 부탁해 사니와군.”

“오오! 이거 놀랍군! 미츠보가 아닌가!”

 

남사들은 서로의 이야기를 하며 어느새 한 식구가 된 것 마냥 친해져 있었다. 멍하니 남사들만 바라보는 사니와의 어깨에 어느새 콘노스케가 다가와 앉아있었다. 콘노스케는 정말 잘했다며 입에 침이 마르도록 사니와를 칭찬해댔지만 정작 칭찬을 받는 사니와는 무표정 일색이다. 남사들은 잠시 서로를 머쓱한 표정으로 쳐다보았다. 침묵을 깬 건 헤시키리 하세베였다. 그는 재빨리 사니와의 앞에 무릎을 꿇고 부복한 다음, 명령만 내려달라는 듯이 고개를 숙여보았다.

 

“주군. 뭔가 불편한 곳이라도 있으십니까?”

“콘노스케. 쟤 뭐라 하는거야?”

“불편한 곳이 없나 물어보고 계십니다요!”

“아니 그런 건 딱히..”

“헤시키리 하세베님! 사니와님께서 말씀하시길 불편하신 곳은 딱히 없다고 하십니다!”

 

콘노스케의 통역이 끝나자마자 남사들은 자기끼리 뭔가 수군거리고 있었다. 쇼쿠다이키리 미츠타다는 자신 앞에서 무표정으로 쳐다보는 사니와를 한번 훑어보았다. 제멋대로 여기저기 삐져나온 검은색 더벅머리에 남자치고는 곱상한 얼굴, 검은 마노석을 닮은 두 눈동자. 미형이라면 미형이였다. 문제는 그가 걸치고 있는 옷이였다. 여기저기 다 헤진 가죽 상의는 멀쩡한 곳을 찾아볼 수 없었고, 입고 있는 바지조차 찢어져서 맨 허벅지가 드문드문 보인다. 멋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행색이다.

 

남사들이 자신을 두고 수군거리는 사이, 사니와는 남사들의 소리를 들으며 곰곰이 생각에 잠겼다. 여긴 대체 왜 온 거지. 난 대체 여기서 뭘 하는 걸까. 앞으로 뭘 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애초에 삶에 의지조차 꺾인 내가 뭘 해보려는 것도 웃기다. 수군거리는 소리는 어느새 비난의 소리로 바뀌어만 간다. 저기 모인 남사들의 회의소리에 섞여 비난하는 목소리가 섞여왔고, 그를 쳐다보는 남사들의 눈빛 또한 가슴을 찌르는 살벌한 칼과 같이 느껴진다.

 

눈을 꼭 감고 귀를 틀어막고 있던 도중 어깨를 부드럽게 감싸는 온기가 느껴졌다. 거친 숨을 고르며 눈을 뜨니 자신을 걱정스레 바라보는 남사들이 보인다. 자신에게 쏠리는 수많은 시선에 숨은 다시 거칠어지고 두 다리에 힘이 안 들어간다. 풀썩 자리에 주저앉는 사니와를 보자마자 여기저기서 경악에 가득 찬 고함소리가 들려왔다. 야겐 토시로는 재빨리 달려와 주저앉은 채 거친 숨을 몰아쉬는 사니와를 살펴보았다. 얼굴은 새하얗게 질려있었고 입은 부들부들 떨린다.

 

“대장! 어디 아파?! 갑자기 왜 그래!”

“사, 사니와님! 어디 편찮으십니까?!”

 

콘노스케의 질문에 사니와는 아무일 없다는 듯이 고개를 저으며 일어나려고 다리에 힘을 주어봤지만 후들후들 떨리는 다리는 이미 사니와의 통제를 벗어난 지 오래였다. 결국 사니와는 그토록 싫어하던 츠루마루 쿠니나가의 등에 업혀 방으로 다시 들어가야만 했다. 자리에 눕혀놓고 조금 토닥여주니 거친 숨이 잦아들고 몸의 떨림 또한 점점 멎어간다. 일어서려는 사니와를 붙잡아 도로 자리에 눕혀놓으니 평소와 같이 무표정으로 조용히 자신을 바라보기 시작한다.

 

“이봐. 그런 눈으로 바라보지만 말라고. 나름 걱정하고 있으니.”

“....”

“..넌 빨리 말을 익히는 편이 좋겠구나. 말이 안 통하니 답답하기 그지없군.”

그렇지. 책이라도 읽어주면 좋겠구나. 츠루마루는 자리에서 일어나 책장에서 낡은 동화책 하나를 가져와서는 재빨리 읽어주기 시작했다. 사니와의 머리를 들어 허벅지에 뉘어놓으니 자신을 노려보는 사니와의 얼굴이 잘 보인다. 점점 썩어들어가는 사니와의 표정에 츠루마루가 난감해 하고 있을 무렵, 작게 들썩이던 사니와의 입술이 열리더니 옅게 부는 바람과도 같은 어눌한 속삭임이 들려 왔다.

 

“고...마..워..”

“음? 너 지금 말 한건가?”

“고..마..워....”

 

어눌하지만 분명한 감사의 인사였다. 사니와는 말을 마치자마자 평소와 같이 침묵으로 일관하며 츠루마루의 시선을 피해 베게에 머리를 돌려 누워버렸다. 마음 같아서는 흔들어 이쪽을 보게 하고 싶지만 그런 짓을 했다간 또 재미없는 눈을 한 채 조용히 노려보겠지. 어쩔수 없다는 듯이 웃은 츠루마루는 잘 자라는 듯이 누워있는 사니와의 위로 이불을 덮어주고 방을 나섰다.

 

방문을 나서니 방문 앞에 서 있던 야겐이 따라오라는 듯이 고개를 까닥였다. 궁금해서 그를 따라가보니 커다란 회의실에 심각한 얼굴로 모여 있는 남사들과 콘노스케가 보인다. 무슨일이냐고 물어보니 사니와에 관한 일이라고 한다. 사니와의 일이라는 말을 듣자마자 츠루마루는 얼굴에 장난기를 지우고 콘노스케가 준비한 사니와의 서류를 찬찬히 살펴보았다.

 

사니와의 서류는 가관이였다. 검게 칠해진 이름란은 그렇다치고 있는 항목보다 공백이 더 많아보였다. 알아볼 수 있는 건 고아원 출신이라는 것과 여기 오기전 불명예전역이라는 것을 했다는 것. 그것 두 개뿐이었다. 원래 이렇게 정보가 적은 건가? 남사들은 텅텅 빈 서류를 받아보고 콘노스케에게 따져보았지만 콘노스케 또한 뭐라 할 말이 없는 듯이 고개를 푹 숙였다.

 

수많은 사니와들의 서류를 보았지만 이렇게 정보가 적은 사니와는 처음이다. 태어난 곳은 물론이요 심지어 생일조차 불명이다. 정보가 이렇게 적어서야 어디가 아픈지, 어떤 병을 앓고 있는지 아는건 불가능에 가깝다. 대체 뭐하시는 분이실까요. 한탄이 섞인 콘노스케의 질문에 답한건 헤시키리 하세베였다.

 

“주군이 어떤 분이시던 상관없다. 우린 그분을 모실 뿐.”

 

똑 부러지는 하세베의 대답에 자리에 모여 있는 모두가 맞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병이라던가 과거에 뭘 했는가는 상관없는 일이다. 말이 안통하면 가르치면 될 일이고 병을 앓고 있으면 최대한 보살피면 되는 일이다. 가장 중요한 사실은 딱 하나다. 그는 지금은 우리의 소중한 사니와다.

'연성물 > 나오키' 카테고리의 다른 글

05  (0) 2016.08.25
04  (0) 2016.08.23
02  (0) 2016.08.21
01  (0) 2016.08.19
029  (0) 2016.06.05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