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e-21guns.
020 본문
오리지널 사니와 언급됩니다.
검x남사니 주의
도검난무 팬픽
캐해석 붕괴 주의
조용히 어둠이 내려앉은 깊은 방안, 평화롭게 잠들어야할 밤에 잠들지 못하는 한 남사가 있다. 상의를 풀어해친채 자신의 배를 깔고 앉아 묘한 눈빛으로 자신을 내려다보는 사니와 때문에 시시오는 빨개진 얼굴을 두손으로 가리고 고개를 팩 돌렸다. 주, 주인! 뭐하는거야! 시시오의 고함소리에도 불구하고 사니와는 아무말 없이 시시오를 쳐다보기만 한다. 캄캄한 밤안에 햇빛같은 사니와의 두 눈동자가 고양이처럼 번들번들 빛난다. 곱게 호를 그리는 입가가 매혹적이다.
시시오는 이런걸 원한게 아니였어? 평소의 느긋하던 목소리와는 달리 사니와의 목소리는 끈적하고 뜨거웠다. 얼굴을 발갛게 물들인 채 자신을 내려보던 사니와는 허리를 굽혀 자신의 품에 꼬옥 안긴다. 점점 얼굴이 가까워지고 끈적한 숨결이 목을 간지럽힌다. 심장이 터질것만 같이 두근댈 때, 차가운 물을 뒤집어쓰는 것 같은 오싹한 감각과 함께 눈이 확 뜨였다.
뭐야 꿈인가. 자리에서 일어난 시시오는 한숨을 몰아쉰 채 자신 옆에서 쿨쿨 자는 사니와를 보고 안도의 미소를 지었다. 그러면 그렇지. 주인의 성격상 절대 그런 짓을 할 리가 없다. 씨익 웃으며 흘러나온 사니와의 앞머리를 손으로 몇 번 쓸어주던 도중, 사니와의 품안에서 무언가 꿈틀거린다. 이불을 살짝 걷어보니 진한 붉은 머리카락이 보인다. 또 이녀석이다. 시나노 토시로. 누가 단도 아니랄까봐 밤을 틈타 몰래 움직이는건 잘한다.
사니와의 품 안에 꼭 안겨 얼굴을 부비는 시나노 토시로를 보자 시시오의 눈에 불길이 인다. 이를 부득 갈고 시나노의 허리를 붙잡아 당겨보았지만 꼭 붙은 시나노 토시로는 떨어질 줄 몰랐다. 얼굴을 찌푸린 채 불편하다는 신음만 내지 전혀 떨어지지 않는다. 오히려 붙잡아 당기니 사니와마저 딸려온다. 그렇다고 이대로 용납할 수는 없는일. 시시오는 매미마냥 사니와에게 달라붙어 쿨쿨 자고 있는 시나노 토시로의 어깨를 툭툭 치기 시작했고, 늘어지는 하품소리와 함께 시나노가 녹색눈을 비비며 일어나기 시작했다.
“흐아암..좋은 아침..얼레? 아직 캄캄하네?”
“넌 별채를 냅두고 여긴 왜 온거야?!”
“대장의 품에 안겨있어야지 잠이 잘오는걸.”
매정하게 내치려는 시시오에게 시나노 토시로는 볼을 부풀리며 항의하기 시작했다. 여기는 시시오의 방이 아니라 사니와의 방이니 시시오가 쫒아낼 권리가 없다면서 바락바락 대드는 시나노 토시로를 보자 시시오의 주먹은 부들부들 떨리기 시작했다. 이치고 히토후리만 아니면 한 대 쥐어박고 싶다.
둘의 말다툼이 다 들렸는지 잠자는 사니와의 미간이 꿈틀대고 불편한 소리를 내기 시작한다. 이런 꼭두새벽에 곤히 자는 사니와를 깨울 수 없다고 판단한 시시오는 사니와의 품이 아닌 저 먼 방구석에서 자는 걸 조건으로 시나노가 방에서 자는걸 허락하였다. 시시오의 억지에 시나노 토시로는 그런 법이 어딧냐고 따져봤지만 결국 텃세에 밀려 눈물을 머금고 베게를 가지고 구석으로 가야만 했다.
“좋은 아침입니다. 주군. 오늘의 근시를 맡은 마에다 토시로입니다.”
“어..으..좋은 아침 마에다..”
“안색이 안좋아보이시는군요. 어디 편찮으신 곳이라도 있으십니까?”
아침 햇살과 함께 산뜻한 미소로 자신을 깨우는 마에다의 말에 사니와는 더워서 잠을 설쳤다고 털어놓았다. 갑갑하고 더워서 눈을 떠 보니 시시오와 시나노 토시로 사이에 끼여있었다. 더위를 잘 타는 체질인 사니와로써는 견딜 수 없는 더위였다. 벗어나려고 이리저리 몸을 뒤틀어 보았지만 앞뒤로 꽉 껴안은 팔들은 풀릴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마에다 토시로는 퀭한 눈과 땀에 절어 내리앉은 머리를 한 채, 옷에 땀자국을 잔뜩 묻힌 사니와를 보고 이해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그러면 바로 목욕 준비와 갈아입으실 옷을 준비하겠습니다.”
“아 괜찮아. 혼자서도 할 수 있어. 씻고 올때까지 잠시만 기다려줄래?”
“알겠습니다. 그러면 여기서 기다리겠습니다.”
마에다 토시로는 알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더니 제자리에 단정히 앉았다. 그리고 잠시 후 목욕을 마친 사니와가 나오자마자 미리 준비한 수건을 건넨다. 자리에 앉자마자 수건을 들고 젖은 머리를 꼼꼼히 닦아주는 마에다에게 미안한 생각이 든다. 너무 부려먹는것 같아서 미안한걸. 미안하다며 머리를 쓱쓱 쓰다듬어주는 사니와에게 마에다 토시로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이 생긋 웃어주었다.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할뿐입니다. 너무 심려치 마십시오.”
“그래도 너무 열심히 해주는 걸?”
“칭찬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정진정명 모시겠습니다!”
아니 좀 여유롭게 하라는 뜻이였는데..그렇게 열심히 하지 않아도 됀다는 말을 칭찬으로 알아듣고 활짝 웃음꽃이 핀 마에다 토시로를 보며 사니와는 작게 한숨을 쉬었다. 그러면 일단 저 잠꾸러기들부터 깨우도록 할까? 사니와는 자리에 대자로 뻗은채 코를 드르렁 골고 있는 시시오와 시나노 토시로를 조용히 흔들어 깨웠다. 일어나기 싫다는 듯이 몸을 뒤트는 시시오의 반응에 사니와는 피식 웃었다. 그래 때로는 늦잠도 잘 수 있는 거지. 사니와는 잘 자라는 듯이 배꼽을 드러내고 쿨쿨 자는 시시오의 위에 이불을 폭 덮어주고 마에다 토시로와 함께 조용히 방을 떠났다.
업무를 처리하려고 책상 앞에 앉은 사니와 옆자리에 마에다 토시로가 조용히 앉았다. 또박또박 일정을 설명해주는 마에다 토시로가 대견하다. 어려보이는 겉모습과는 달리 의젓하고 든든하다. 기특한 마음에 손을 들어 머리를 쓰다듬어주니 생글생글 웃는다.
“그리고 오후 1시쯤에 담당자분께서 방문하신다고 하는군요.”
“엑. 1시쯤에? 그때는 낮잠 자는 시간인데.”
“서신을 보내 2시쯤으로 바꿀까요?”
“굳이 서신까지야. 무리할 필요는 없어. 한시간 늦게 자면 되지.”
사니와의 태평한 목소리에 마에다 토시로는 알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 후로는 평상시와 별 다를게 없었다. 있는 자원의 개수를 센 다음, 부족한 자원을 중심으로 원정을 보내고 평균 연도를 맞춰서 출정을 보낸다. 큰 배에 탄 기분으로 맡겨달라며 출정조의 대장을 맡은 츠루마루 쿠니나가가 손을 흔들며 정문을 나선다.
출정조의 배웅을 마친 사니와는 지친다는 듯이 의자에 무너지듯이 앉았다. 날씨가 더우니 조금만 움직여도 몸이 축축 쳐진다. 잠시 등받이에 몸을 기댄 채 눈을 감고 앉아 있으니 마에다 토시로가 옆으로 다가온다. 괜찮으십니까 주군? 동그랗게 눈을 뜨고 걱정스럽게 자신을 쳐다보는 마에다 토시로를 보니 없던 기운도 내야할 것 같다.
“정말 괜찮으십니까? 야겐을 불러올까요?”
“난 정말 괜찮아. 그냥 더워서 기운 없는 것 뿐이라고.”
“혹시라도 편찮으신 곳이 있으시면 언제든 말씀해 주세요.”
더워서 집중도 잘 안되는데 잠깐 쉬었다 할까? 사니와는 서류를 내려놓고 음료수과 다과류를 꺼내 마에다 토시로와 조촐한 다과회를 열었다. 오렌지 주스를 홀짝이며 과자를 집어 오독오독 먹는 마에다 토시로를 보니 벌써부터 행복해진다. 마에다에게 과자를 계속 권하는 사이, 밖에서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난다.
“들어가도 되겠습니까?”
“네~ 들어오세요.”
“그러면 실례하겠습니다.”
담당자가 들어오자마자 마에다 토시로는 옷매무새를 가다듬고 사니와의 뒤에 조용히 자리잡았다. 이번에도 서류에는 별일 없네요. 서류를 살펴본 담당자는 아무 문제없다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이번에는 정말 점검목적으로 왔는지 담당자는 사니와에게 여러 가지를 물어보기 시작했다. 몸은 건강하냐. 혹시 부족한 물품같은건 없느냐. 힘든 일은 없느냐 같은 평범한 질문이였다.
“정말 아무문제 없어요. 걱정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나중에 힘든점이 있으시면 꼭 말씀해 주셔야 합니다?”
“네 알겠습니다.”
담당자는 말을 마치고선 흘러나온 안경을 똑바로 쓰고 다시 돌아갔다. 담당자가 돌아가자마자 사니와의 눈이 밀려오는 졸음으로 인해 천천히 감겨온다. 쉬시는 거라면 잠자리를 펴드릴까요? 마에다 토시로의 질문에 사니와는 대답대신 천천히 고개를 끄덕인다. 졸음으로 인해 거동조차 제대로 못하는 사니와를 부축하고 자리에 눕힌다.
자리에 눕히자마자 바로 잠이 드는 사니와를 보고 마에다 토시로는 쓴웃음을 지었다. 낮잠을 좋아한다는 건 알지만 바로 잠이 들 줄은 몰랐다. 이럴줄 알았으면 담당자의 방문을 좀 늦출걸 그랬다. 조용히 사니와의 곁에 앉아 부채질을 해주고 있는 마에다 토시로의 귀에 다급해보이는 발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발걸음 소리는 점점 가까워지고 시끄러워지더니 이윽고 문을 벌컥 열고 머리를 다 풀어해친 시시오가 들어왔다. 주인! 여깄어? 문을 열고 고래고래 소리치는 시시오에게 마에다 토시로는 조용히 하라는 듯이 조용히 검지손가락을 입술로 가져다 대 보였다.
“쉿. 조용히 해주세요. 주군께선 방금 잠드셨습니다.”
“아, 앗! 미안!”
시시오는 마에다 토시로에게 작게 사과하고 그 옆에 털썩 앉아 조용히 낮잠을 즐기는 사니와를 빤히 쳐다보았다. 신나게 잠을 자고 일어나보니 자신의 옆에 있던 건 사니와가 아니라 태평하게 입에 침까지 고여가며 쿨쿨 자고 있는 시나노 토시로였다. 시시오는 왜 안깨운거냐고 마에다 토시로에게 항의해 봤지만 몇 번이나 흔들어봐도 안일어났다는 마에다 토시로의 차분한 대답에 아무말 못하고 잠자는 사니와의 머리만 손으로 만지작 거린다.
언제쯤 눈치채줄지 야속하긴 하지만 이렇게 곤히 자는 모습을 보니 야속한 심정은 저 멀리 사라진다. 마침 마에다 토시로가 차를 가지러 잠시 자리를 비운 덕에 방 안에는 잠자는 사니와와 자신 둘뿐이다. 시시오는 잘자라는 듯이 미소지으며 조용히 고개를 숙여 사니와의 이마에 입을 살포시 쪽 맞추어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