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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성물/점쟁이

006

프라이 ver1.0 2016. 6. 24. 00:01

오리지널 사니와 언급됩니다.

검x남사니 주의

도검난무 팬픽

캐해석 붕괴 주의



네모난 안경을 번뜩이며 사니와 앞에 한 청년이 마주 앉아있다. 청년의 키는 사니와보다 머리 하나만큼 커서 앉은 자리에서도 사니와는 그와 눈을 맞추기 위해 고개를 들어야만 했다. 청년은 차를 한모금 마시고 손에 들린 서류에 눈을 돌렸다. 혼마루의 모든 항목이 우수하다. 사니와의 담당자로서 왠지 어깨에 힘이 들어가는 것 같다. 역시 정부에서 특별히 모셔온 사니와답다. 자신을 긴장된 눈으로 바라보는 사니와를 보고 청년은 한번 웃어보였다.

 

“그렇게 긴장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모든 항목이 전부 평균 이상이에요.”

“아. 정말인가요? 다행이네요.”

“사실 오늘 온 목적은 다른 목적입니다만..”

 

담당자는 말을 마치고 커다란 앨범 하나를 꺼내 사니와 앞에 펼쳐주었다. 앨범 안에는 눈이 휘둥그레 변할 정도로 아름다운 남녀의 사진들이 잔뜩 꼽혀있었다. 앨범을 받아보자 사니와의 미간이 찡그러지는 것을 보고 담당자는 속으로 혀를 끌끌 차 봤다. 사실 자신이 온 목적은 담당자로써 혼마루에 별 일이 없나 점검하러 온 목적도 있지만 가장 큰 목적은 다른 사니와 집안들의 부탁 때문이었다.

 

자신이 이 사니와의 담당이 되던 날, 다른 사니와 가문들은 하루가 멀다하고 그를 자신의 가문에 집어넣으려고 눈에 불을 켜기 시작했다. 하다못해 유서 깊은 가문이였으면 덜 할법도 하지만 청년은 아무런 가문에도 소속되지 않은 말 그대로 평범한 가정집 출생이다 보니 그를 데릴사위로 맞으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그들 입장에서 청년은 무한대로 뽑아낼 수 있는 다이아몬드 광산과도 같았다.

 

비록 정 반대로 이루어지긴 하지만 그가 가지고 있는 예지능력이 가장 큰 이유였다. 만약 그를 데릴사위로 데려와서 후손들 중 한명이라도 그 능력을 잇는 순간, 아무리 자그마한 가문이여도 그 가문의 앞길은 환히 트인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아니 후손까지 필요 없다. 비록 남자에게 사랑에 빠져도 그가 가문의 성을 받는 순간 그 가문은 최강의 눈을 손에 얻은 셈이다. 그래서 가문들은 오늘도 청년을 자신들의 가문에 넣기 위해 사력을 다하고 있었다.

 

“전 분명히 전달해 드렸습니다. 그러면 이만 가보도록 하죠.”

“하아..앞으로는 이런 건 좀 자제해 주셨으면 합니다만..”

 

사라지는 담당자의 뒷모습에 사니와는 불만어린 소리를 중얼거리기 시작한다. 어린나이에 사방에서 쏟아져 오는 구혼에 사니와는 매번 담당자가 올때마다 그에게는 미안하지만 도저히 그를 좋은 눈으로 봐 줄 수 없었다. 좋게 웃으면서 거절하는 것도 한두번이다. 앨범에 적힌 가문에게 아직은 결혼할 생각이 없다고 일일이 거절의 편지를 써 보았음에도 불구하고 낯뜨겁게 보내는 청혼요청과 사진들은 끊이질 않았다. 이 앨범은 다시 담당자에게 돌려줘야겠다. 사니와는 한숨을 쉬며 탁자에 손을 짚었으나 방금까지만 해도 올려져 있던 앨범은 온데간데 없다. 뭐지? 귀신이 채갔나? 고개를 숙여 마루 밑을 봐도, 방안을 뒤져봐도 앨범은 보이지 않았다. 사니와가 앨범을 찾는 동안, 혼마루 구석에 연기 하나가 스멀스멀 올라오고 있었다.

 

“심정은 이해하는데 말이지. 정말 이렇게 막 태워도 괜찮을까나~?”

“.....”

 

앨범이 마치 구운 오징어마냥 불에 타서 배배 꼬이기 시작한다. 연기가 올라오는 곳에는 이제는 앨범이라고 부를 수 없는 잿더미를 말없이 노려보는 시시오와 그런 시시오를 향해 눈을 가늘게 뜬 미다레 토시로가 서있다. 시시오는 아직 분이 안 풀렸는지 발로 잿더미를 마구 걷어차기 시작했다. 사방으로 날리는 잿가루에 미다레의 눈이 따끔따끔해지기 시작했다. 그만해 시시오씨. 좀 진정해봐. 미다레는 시시오를 탓하는 속마음과는 달리 불쌍하다는 눈으로 시시오를 쳐다보기 시작했다.

 

“어쩔 수 없지. 주인님은 인기 만점이니까. 외모도 좋고. 성격도 좋고.”

“저 담당자라는 녀석. 마음에 안들어.”

 

이를 드러내며 으르렁거리는 시시오를 보고 미다레 토시로는 뒷머리를 긁기 시작했다. 올 때 마다 항상 구혼소식을 한 아름 들고 오는 담당자는 시시오에게 있어서 앞길을 가로막는 깊이 박힌 짱돌이자 안구에 붙은 눈썹 한 가닥과 같은 존재였다. 미다레가 사니와가 한눈을 팔 때 몰래 슬쩍해 오자마자 불길로 직행하는 앨범이었다. 뒤를 보니 사니와가 땀을 훔치면서 욕탕으로 들어가는 모습이 보인다. 심심한데 장난 한번 쳐볼까? 미다레의 푸른 눈이 장난기로 빛난다.

 

“시시오씨. 옷이 많이 더러워졌는데 씻어야하지 않아?”

“딱히 그럴 필요 없는 것 같은데? 수건으로 닦으면 괜찮아.”

“아니 아니 씻어야해. 그런 엉망인 꼴로 주인님에게 가려고?”

 

미다레는 시시오의 말이 듣기 싫다는 듯이 고개를 팩팩 저으며 시시오를 강제로 욕탕에 집어넣었다. 그리고 잠시 후, 새된 비명소리가 욕실 안에서 울려퍼졌고, 미다레는 만족스럽다는 듯이 입가를 손으로 가리고 키득키득 웃기 시작했다. 몇 번 소란스러운 소리가 난다 싶더니 하의만 입은 시시오가 코를 손으로 꽉 틀어막은 채 새빨갛게 얼굴을 붉히고 미다레를 노려보며 씩씩거리고 있다. 손가락 사이에서 붉은 피가 질질 새어나오는 걸 보자 미다레의 눈은 더욱 더 빛나기 시작한다.

 

“너어..일부러 그런거지?!”

“설마 주인님 보고 코피 흘린거야? 시시오씨 변태!”

“너가 집어 넣었잖아!”

“자자. 미다레. 그만하고 사과하세요.”

 

소란스러운 소리에 다가온 이치고 히토후리가 미다레 뒤에 서 있다. 입가는 웃고 있지만 부드러운 눈빛안에 철통같은 엄격함이 서려있다. 결국 미다레는 졌다는 듯이 두손을 들고 항복선언을 할 수 밖에 없었다. 이치고가 건넨 손수건으로 코피를 닦는 시시오의 귀에 부드러운 이치고의 목소리가 들린다.

 

“죄송합니다. 제 동생이 누를 끼쳤군요.”

“아..아냐. 이제 화 풀렸으니 됐어.”

“그러고 보니 오늘 주군께서 장을 보러 가신다는군요.”

 

이치고가 꺼낸 말의 의미는 간단했다. 사니와와 함께 가서 장을 보라는 뜻이다. 시시오는 귀중한 정보를 알려준 이치고에게 고맙다고 소리치고 사니와의 방으로 달려갔다. 갑자기 방으로 들어온 시시오를 장바구니를 멘 사니와가 놀란 눈으로 쳐다본다. 역시 매번 속이기만 하는 츠루마루와는 다르다니까. 시시오는 마음속으로 이치고 히토후리에게 감사의 인사를 한 다음, 떨리는 목소리로 같이 가자는 말을 해 보았다. 잠시 시시오를 신기하다는 듯이 빤히 쳐다보던 사니와는 해맑게 웃으면서 시시오의 손을 붙잡았다.

 

“같이 가준다면 환영이지. 자 가자.”

“아..앗! 저..저기!”

“응? 무슨 문제라도 있어 시시오?”

“아..아냐.”

 

맞잡은 손에서 느껴지는 따스한 사니와의 체온에 시시오는 고개를 숙이고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사니와가 이끄는 대로 끌려가던 시시오가 정신을 차렸을 때는 이미 현세의 시장 안이었다. 뒤돌아보니 고개를 갸웃거리며 생선을 바라보는 사니와가 보였다. 무엇을 그리 뚫어지게 보는지 궁금한 마음에 시시오는 사니와 옆에 나란히 섰다.

 

“시시오. 미츠타다가 좋은 생선을 고르려면 눈이 맑아야 한다고 했는데.”

“응. 그게 왜?”

“생각해보니 저 생선들 다 죽은 거잖아? 그런데 어떻게 눈이 맑을 수가 있지?”

 

듣고 보니 그럴싸하다. 죽은 생선의 눈에 생기가 돈다는 게 이상한거 아닌가? 시시오는 사니와의 말을 듣고 진열장에 놓인 생선들을 살펴보았지만 생선들의 눈은 생기는커녕 자다 방금 일어난 것처럼 죄다 눈이 풀려있었다. 결국 생선을 골라 준 건 가게 주인이였다. 생선들을 눈앞에 두고 멍하니 머리만 긁는 둘을 보다 못한 가게 주인은 제일 인기있는 생선이라면서 생선 몇 마리를 장바구니에 담아주는 걸로 둘의 고민을 끝냈다.

 

어느새 식재료로 두둑해진 장바구니를 들고 시장 거리를 걷던 찰나 사니와는 살가운 미소를 지으며 시시오와 팔짱을 껴 자신 쪽으로 끌어 당겼다. 갑작스런 사니와의 행동에 시시오의 얼굴은 다시 빨개지기 시작했고 목소리도 떨리기 시작했다.

 

“시시오. 먹고 싶은 음식이라도 있어? 미츠타다에게 부탁할게.”

“나..나?! 따..딱히 없어.”

“에이 그러지 말고. 하나정돈 있을거 아니야?”

 

사니와의 독촉을 이기지 못하고 시시오는 결국 작은 목소리로 사니와에게 가라아케 라고 속삭여주었다. 닭튀김이라니. 시시오는 역시 고기종류를 좋아하는구나. 사니와는 시시오의 대답이 마음에 드는지 시시오를 향해 싱긋 웃어보였다.

 

“그런 간단한 거라면 나도 해줄 수 있는데.”

 

“저..정말? 그러면 주인이 해줘!”

 

“괜찮겠어? 나보단 미츠타다가 몇백배는 더 요리 잘하는데?”

 

“괘..괜찮아!”

 

자신을 초롱초롱한 눈으로 바라보는 시시오를 향해 사니와는 알았다는 듯이 쿡쿡 웃기 시작했다. 어느새 시간이 지나 혼마루로 돌아가는 중, 사니와의 어깨에 시시오의 손이 올라온다. 사니와는 조용히 지는 석양을 보고 미소를 지었다. 사니와는 조용히 눈을 감고 시시오가 처음 자신의 혼마루로 왔을 때를 떠올렸다. 시시오와는 처음 만났을 때부터 친구 같았다. 그래. 이렇게 친구처럼 어깨동무를 하는 것도 주인이 아니라 친구 같다는 소리겠지. 시시오와 친구라.. 참 마음에 드는 관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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