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성물/나오키
005
프라이 ver1.0
2016. 3. 6. 08:37
오리지널 사니와 언급됩니다.
검x사니 주의
도검난무 팬픽
"그러니까. 다시한번 말할께. 이치고는 뭐가 보고 싶어?"
"전 주군이 원하시는 걸 보고 싶습니다."
이치고의 말에 나오키는 답답하다는 듯이 머리를 감싸쥐고 고함을 한번 지르고선 시계를 바라보았다. 호텔에서 할게 없다보니 근처에 있던 영화관에 도착한지도 벌써 20분, 현세가 처음인 이치고를 배려해서 영화 선택권은 이치고에게 주었건만 이치고의 답변은 한결같이 '주군이 원하는 것'이였고, 그 상태로 20분이 흘러가버렸다. 어쩔수 없이 나오키는 고개를 들어서 현재 상영중인 영화중에서 이치고와 볼만한 영화를 솎아내기 시작했다.
먼저 아동 애니메이션은 제외. 이치고의 동생들이라면 모를까 이치고와 볼 만한 영화는 아니다. 그리고 멜로영화도 제외. 오후에 이치고와 둘이서 멜로 영화라니...끔찍하다. 그리고 속편 영화역시 전부 제외. 전편을 안 본상태에서 보면 안본것보다 못하다. 결국 그는 고민끝에 영화 팜플렛을 두개 들고선 주명이라고 덧붙혀서 이치고에게 직접 고르라고 하였다.
결국 이치고는 한숨을 쉬면서 그가 가져온 팜플렛을 천천히 보기 시작했다. 그렇게 잠시 바라본 이치고는 둘중 가장 건전해 보이는 영화를 골랐고, 나오키는 안도의 한숨을 쉰채 그를 데리고 영화를 예매하기 시작했다.
"주군. 정말 괜찮으시겠습니까? 전 무엇을 봐도 상관은 없습니다."
"나도 똑같이 말해줄게. 나도 뭘 봐도 상관은 없어."
오후의 상영관은 찾아오는 사람이 자신들밖에 없는지 자리가 텅텅 비어있었고, 자리에 앉자마자 조명이 어두워지고 노래와 함께 타이틀 스크린이 올라오기 시작하면서 영화의 시작을 알렸다. 이치고의 입장에서는 생각보다 꽤 흥미로웠다. 영화 내용은 빈민가에서 자라서 범죄에 손을 대던 주인공이 좋은 스승을 만나서 권투(주군이 말하길 주먹으로 싸우는 경기라고 하였다.) 선수로 성장한다는 감동적인 내용이였다. 그 내용에 어느새 이치고는 자신도 모르게 영화에 몰입하기 시작했다. 비록 나오는 말은 자신이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이였지만, 그것은 아래의 자막으로 해결되는 부분이였다.
그러던 도중 자신의 옆자리에서 퍼석하는 소리가 들렸고, 이치고는 옆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나오키는 어느새 밀려오는 졸음을 참지 못한채 팝콘통에 얼굴을 박고 졸고 있었다. 이치고는 그 모습을 보고선 어쩔수 없다는 듯 웃어보이고선 그의 고개를 자신의 어깨 위로 뉘여 놓은 후에 영화를 계속 감상하기 시작했다. 어느새 영화는 주인공과 라이벌의 경기로 이어졌다.
주인공은 열심히 싸웠지만, 실력의 차이로 결국 패배하였고, 그런 그를 향해 영화속의 관중들은 잘했다는 듯이 갈채를 보내기 시작했다. 그리고 영화의 끝을 알리는 노래와 함께 화면에는 '끝'이라는 단어가 올라오기 시작했다. '이제 슬슬 주군을 깨울 때인가.' 이치고는 자신의 어깨를 베게삼아 자고 있는 주군을 조용히 흔들어서 깨웠고, 그 손길에 나오키는 아직 졸린 듯, 눈을 몇번 끔뻑이더니 이치고를 바라보았다.
"으..이치고..? 나 대체 얼마나 잔거야..? 영화는?"
"영화는 방금 끝났습니다."
나오키는 영화가 끝났다는 말에 아쉽다는 표정을 지은채 이치고를 데리고 영화관을 빠져나오면서 질문을 던지기 시작했다. "이치고 영화는 어땠어?" "제 생각보다 꽤 재미있었습니다." "다행이네. 재미없었으면 어쩔까 걱정했었어." 이치고의 반응에 다행이라고 생각한 그는 이치고를 데리고선 마을안에 있는 이곳저곳을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그러던 도중 그의 눈에 들어온 것은 상점 한편에 전시되어 있는 파칭코 기계였다. 손이 근질거리는걸 느낀 그는 이치고에게 파칭코기계를 손으로 가르키고선 한게임만 돌리고 가자고 졸라대었다.
"이치고. 한판만 하자. 응? 딱 한판!"
"안됩니다."
"왜! 저건 도박 축에도 못낀다고! 딱 한번만."
"안됩니다. 한번이 두번이 되고 두번이 열번이 되는 법입니다. 절대 안됩니다."
말을 마치자 마자, 이치고는 엄격한 얼굴로 그의 주군의 팔을 잡아 끌고 기계에서 최대한 멀리 떨어뜨려놓고선 심각한 얼굴을 하고선 도박이 얼마나 해로운지를 주제로 장시간에 걸친 설교를 하기 시작했다.
"아시겠습니까? 저희 모두가 주군을 걱정하고 있습니다."
"응...알았어.. 이제 그러니까 그만.."
시무룩해진 자신의 주군의 눈에서 진심어린 반성의 기운이 쏟아져 나오자 이치고는 안도의 한숨을 쉬고선 주군의 팔을 놓아 주었고, 팔이 자유로워지자마자 나오키는 배가 고파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는 자신이 아침도 안먹은채 저녁때가 가까운 시간까지 돌아다녔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는 이치고를 데리고 근처의 돈부리 음식점으로 자신은 괜찮다는 이치고의 의견을 간단히 묵살한 채 덮밥 두 그릇을 시켰고, 덮밥이 나오자마자 그는 "잘먹겠습니다."라고 읊조리고선 게걸스럽게 먹어치우기 시작했다. 그리고런 모습을 본 그의 맞은편에서 이치고가 한숨을 쉬기 시작했다.
"주군. 아무리 배고프셨다곤 하지만 식사예절은 지키셔야죠."
그의 한숨 섞인 잔소리에 나오키는 입에 밥풀을 덕지덕지 붙인채 고개를 들고선 "걱정마. 다먹었어."라고 말하고선 웃어 보였고, 이치고는 어쩔수 없다는 듯이 미소를 띄고선 냅킨을 들고서 그의 주군의 입을 닦아주기 시작했다.
"음 저기 이치고?"
"네? 왜 그러십니까?"
"굳이 닦아줄 필요까진 없는데..."
"하하. 죄송합니다. 저도 모르게 동생들에게 하던 버릇이 나와버렸습니다."
그거 지금 내가 정신연령 어리다고 말하는거지? 나오키는 어린아이 취급받은게 분한지 입을 비죽히 내민채 부루퉁한 얼굴로 이치고를 쳐다보았고, 이치고는 당황한 얼굴로 "그런 의미가 아니였습니다."라고 해명을 하기 시작했다. 다행히 나오키는 알았다는 듯이 표정을 풀고선 이치고가 다 먹을 때까지 기다린 다음, 이치고와 함께 다른 남사들에게 줄 선물을 사러 다니기 시작했다. 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어느새 시계는 오후 9시를 가르키고 있었고, 그들은 양손에 쇼핑백을 가득 든 채, 호텔로 돌아 왔다.
"나 지금부터 씻을건데 같이 씻을래?"
"아닙니다! 괜찮습니다!"
나오키의 말에 이치고는 당황한 표정으로 손을 가로저으면서 거절하였고, 그런 모습을 본 나오키는 "싫다면 어쩔 수 없고."라고 말한 다음 욕탕으로 향했고 욕탕에서 물 트는 소리가 들리자, 이치고는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하지만 잠시 후, 물 트는 소리가 멈추고 나오키가 타올 한장만 걸친채 문을 박차고 나오자마자 이치고는 얼굴이 빨개진채 입만 뻥끗거릴 수밖에 없었다.
"후아..개운하다. 따뜻한 물 받아놨으니 이제 들어가서 씻어."
"주..주군! 옷은 제대로 입고 다니셔야합니다!"
"남자끼린데 뭐 어때. 너무 부끄러워하는거 아냐?"
"그런 문제가 아닙니다!"
두 손으로 눈을 가리고 외치는 이치고의 반응에 그는 얼굴에 짖궂은 미소를 띄고선 이치고에게 다가가선 어깨를 쿡쿡 찔러대며 "뭐가 문제야? 응?"라고 웃어대었고, 이치고는 더 이상 참지 못했는지 그런 그를 밀치고선 욕실로 달려가버렸고, 그걸 보고선 나오키는 킬킬대며 놀리는 맛이 있다고 생각했다.
한편 이치고는 갑자기 달아오른 얼굴을 진정시키느라 나오키가 받아놓은 온수가 아닌 냉수로 샤워를 하고 있었다. 하지만 한번 달아올은 얼굴은 좀처럼 식혀지지 않았고, 어느새 가슴마저 두근대기 시작하였다. 자신이 갑작스레 찾아온 자기 자신도 모르는 감정에 혼란스러워하는걸 아는지 모르는지 밖에서는 킬킬대는 웃음소리가 들렸고, 그 웃음소리에 이치고는 약간의 괘씸함마저 느꼈다.
'이럴게 아니라 빨리 씻고 나가야겠군.' 이치고는 씻는둥 마는둥 재빨리 샤워를 마치고선 밖으로 나갔고, 어느새 그의 주군은 수면용 파자마로 갈아입고서는 침대에 누워서 잠에 빠져있었다. 이치고는 그런 주군의 옆에 앉아서는 제멋대로 헝클어진 그의 머리를 손으로 한번 위로 쓸어넘겨 주고선, 자는 그의 얼굴을 보았다.
"자는 얼굴만 보면 정말 얌전해 보이는데 말이지."
실제로 그의 주군은 생김새로만 따지자면 나이에 비해서 꽤나 동안인데다가 얼굴 형태도 갸름하고 곱상하게 생긴 편이였다.
"도박과 기행만 안하시면 정말 좋을텐데.."
이치고는 조용히 웃으면서 침대에서 삐져나온 주군의 손을 한번 잡아보았다. 손에 물한번 뭍히지도 않았을거라 생각되는 외모와는 달리 그의 손은 매우 거칠고 우둘투둘하였고 손 여기저기에는 자그만한 흉터마저도 보였다. 아까 보았던 그의 몸도 그러하였다. 새하얗고 호리호리한 몸 여기저기에는 상처들이 마치 세월의 흔적이라도 된다는 듯이 여기저기 대나무 잎처럼 길죽히 나있었다. 과거에 주군에게 어떠한 일이 있었는진 모르지만 절대 평탄한 삶은 아니였을거라고 생각한 이치고는 누워있는 그의 주군에게 안타까움을 느끼면서 머리를 쓰다듬어 주기 시작하였다.
지켜주고 싶다. 더 이상 가는 몸에 상처를 늘리게 하고 싶지 않다. 문득 이치고의 머리에는 아까 보았던 주군의 몸이 떠올랐고, 어느새 그의 얼굴은 아까 겨우 식혔던 열기가 올라와서 붉게 변하기 시작했다. '쓸데 없는 생각하지 말고 자자.' 이치고는 붉어진 얼굴로 업어가도 모를 정도로 자고 있는 나오키의 옆에 누워서 눈을 감고 잠을 청하였다.
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잠결에 이치고는 자신 옆에서 느껴지던 온기가 갑자기 느껴지지 않았다. 불안감에 그는 잠에서 깨 몸을 일으켜 주변을 둘러보았고, 그의 눈앞에는 마치 들고양이처럼 발꿈치를 들고 살금살금 어디론가 향하는 그의 주군이 있었다. 분명 자신이 잠든 사이에 어디론가 나쁜 곳으로 새려는 속셈이였겠지. 그런 그의 모습에 이치고의 미간은 찌푸려지기 시작했다.
"주군. 어디 가십니까?"
"흐익! 이..이치고?"
이치고의 말에 그의 어깨가 들썩거렸고, 잠시 후 그는 멋쩍은 듯이 뒷통수를 긁으면서 이치고를 향해 웃어보이기 시작했다. 눈을 여기저기 굴려대는것이 '나 나쁜짓 하려고 했어요.'라고 자백하는 것만 같았고, 그의 모습을 본 이치고의 주먹은 부들부들 떨리기 시작했다.
"어..음...그러니까..음. 그게 말이지."
"솔직히 말씀해 주십시오. 어디 가시려고 하셨습니까?"
이치고의 말에 나오키의 동공은 부들부들 떨리기 시작하였고, 그의 머릿속은 솔직히 말할지, 아니면 거짓말을 할지 두편으로 나뉘어서 싸우기 시작했다. 솔직히 말하면 분명 화를 낼 것이고 거짓말을 말하면 무사히 넘어갈 수 있겠지만 들키면 이치고의 후폭풍을 감당할 자신이 없다. 그렇게 고민에 빠져있는 그를 향해 이치고는 빨리 말하라는 듯이 팔짱을 끼고선 눈을 가늘게 뜨고 내려보았고, 결국 닥쳐올 후폭풍을 감당할 나오키는 솔직히 말하기로 결심하였다.
"캬...캬바쿠라..."
"캬바쿠라? 거긴 뭐하는 곳입니까?"
"왜 있잖아...여자 종업원이랑 수다떨면서 술먹는곳.."
나오키의 말이 끝나자마자 이치고는 그가 어디로 가려고 했는지 대충 눈치를 챘다. 예전의 환락가 비슷한 곳이겠지. 어느새 이치고의 팔짱낀 손에는 자신도 모르게 힘이 들어갔고, 입에서는 어느새 빠드득 하는 살벌한 소리가 나기 시작했다. 그런 이치고를 본 나오키는 식은땀을 흘리며 이치고에게 "화났어?"라고 물어보았고, 이치고는 씹어 뱉듯이 낮게 깔린 목소리로 그를 추궁하기 시작했다.
"술마시고 그 다음에는 무엇을 하시려 했습니까?"
"아..아니야! 진짜 술만 먹으려고 했어! 정말이야!"
이치고에 말에 나오키는 손을 절레절레 흔들면서 자신의 결백함을 입증하려고 노력하였다. 이치고가 생각하고 있는 레벨까지 갈 생각은 없었다. 그냥 일본의 캬바쿠라가 뭐하는 곳인지 궁금하기도 하고 술만 마시고 수다만 좀 떨고 올 생각이였다. 의외로 그는 그런쪽으로는 가본적이 없었고, 지금까지도 혼전순결을 지켜온 그였다. 이치고가 무슨 생각하는 지는 알고 있지만 자신은 절대로 거기까지 갈 생각은 없었다.
"정말이십니까?"
"진짜야! 정말이야!"
그의 의도가 전해졌는지 이치고는 어느새 표정을 풀고서는 눈앞에서 식은 땀을 흘리면서 필사적으로 변명하는 자신의 주군을 바라보았다. 다행히 거짓말 하는 표정은 아니다. 그래도 이런 늦은 밤에 자신 몰래 가려고 하는 곳인걸 보면 분명 좋은 곳은 아니겠지.
"주군."
"으..응?"
"그곳은 합법적인 곳입니까?"
"음..옛말에 이런말이 있어. '안들키면 장땡이다.' 그곳도 아직까지 영업하는걸 보면 장땡이라고 봐도 되지 않을까?"
환하게 웃으면서 던진 그의 말에 이치고는 다시 한번 손에 힘이 들어가는 것을 느꼈다. 자신의 동생이였으면 회초리를 들고 눈물이 쏙들어가도록 혼을 내주는 건데 차마 자신의 주군이여서 회초리도 못내겠다. 그래도 이번은 솔직히 말하였으니 한번쯤은 넘어가주자.
"주군. 빨리 누워서 주무십시오."
"아..알았어. 잘게. 자면 될거 아니야."
결국 포기할수밖에 없나. 아쉽다 어떤 곳인지 궁금했는데. 나오키는 아쉽다는 얼굴로 침대에 누워서 잠을 청했다. 그러던 도중 그의 상체를 따뜻한 무언가가 감싸안기 시작했고, 동시에 귓가에서 숨결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뭐..뭐야! 이치고! 뭐하는 거야!"
"주군께서 혹시라도 저 몰래 다른 곳으로 샐 것을 방지하는 차원에서 하는 것입니다."
"그..그래도 그렇지! 이거 풀어!"
"안됍니다."
이치고에 말에 나오키는 힘껏 발버둥 쳐보았지만 자신을 껴안은 이치고의 팔은 도무지 풀릴 기미가 보이지 않았고, 결국 그는 발버둥을 멈추고선 이치고의 온기에 몸을 맡긴채 잠을 청할 수 밖에 없었다. 어느새 그의 숨소리가 고르게 변한걸 느낀 이치고는 팔에 힘을 살짝 풀고서는 조심스레 그를 자신쪽으로 끌어 안았다. 손에 느껴지는 주군의 온기 때문인지 이치고는 어느새 또 한번 얼굴에 열이 올라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렇다고 해서 손을 풀었다가는 그물을 빠져나가는 문어마냥 은근슬쩍 자신도 몰래 빠져나갈수도 있다.
자신의 기분을 알기나 하는건지 어느새 그의 주군은 잠에 취했는지 입에서 침까지 흘리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본 이치고는 어쩔 수 없다는 듯이 한번 웃어보이고선 껴안았던 손을 풀고 휴지로 그의 입을 한번 닦아주고선 그를 조용히 자신의 품에 껴안았다. 그리고 들을리 없는 그의 귓가에 낮게 한번 속삭여 주었다.
"안녕히 주무십시오. 주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