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7
오리지널 사니와 언급됩니다.
검x남사니 주의
도검난무 팬픽
캐해석 붕괴 주의
아직 집안에 들어와서도 믿기지가 않는다. 주인이 농가 출신이라니. 주인의 말에 따르면 그는 태어날 때부터 시골에서 태어났고, 부모님 또한 양쪽 다 농업에 몸을 담고 있다고 했다. 정말 의외였다. 영능력자 집안인줄 알았는데..시시오는 아직도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마당에서 샛노란 병아리들에게 모이를 나눠주는 사니와를 바라보았다. 생글생글 웃는 사니와와 눈이 마주치자마자 시시오는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팩 돌렸다. 저런 해맑은 미소는 심장에 안좋다. 가슴을 붙잡고 얼굴을 새빨갛게 익히고 있는 시시오를 바라보고 옆에서 야스사다가 쯧쯧 혀를 차기 시작했다.
“그렇게 주인이 좋아?”
“다..당연하지!”
“근데 왜 아직 진도도 못나간거야?”
갑자기 아픈곳을 찔러오는 야스사다의 일침에 두근대던 가슴이 어느새 냉수를 맞은 것처럼 차가워진다. 그러게. 왜 아직까지 진도를 못나간거지? 물론 시시오 잘못도 조금 있긴 하지만 대부분은 저 돌덩이 같은 사니와가 문제다. 게다가 옆에서 맴도는 츠루마루 쿠니나가까지. 아직은 갈길이 멀기만 하다. 사니와는 시시오의 고민을 아는지 모르는지 콧노래를 흥얼대며 제 할 일만 한다. 제법 분주하게 움직이는 걸 보니 매우 바빠 보인다. 야스사다는 티비에 정신이 팔린 시시오를 내버려둔채 사니와를 돕기 위해 밖으로 나갔다. 뭐하고 있나 봤더니 여기저기 해진 닭사육장을 수리중이다.
“주인. 도와줄거 없어?”
“아! 괜찮아. 안으로 들어가서 편히 쉬어! 이따가 밥해줄테니까.”
“아무것도 하지 않고 주인만 일하는걸 보니 좀 미안해서 그래.”
“음..그러면 병아리들을 닭장 안에다가 집어넣어줘.”
“알았어!”
야스사다는 사니와의 부탁대로 마당 여기저기 삐약삐약대는 병아리들을 조심히 손으로 들어 품에 안았다. 야스사다의 손이 자신들에게 향하는걸 알자 짧은 날개를 파닥거리며 여기저기 도망치는 병아리들이 귀엽다. 야스사다는 귀엽다며 쿡 웃어보였다. 야스사다에 의해서 병아리들이 다 닭장안으로 들어오자마자 사니와는 손가락으로 병아리 숫자를 세기 시작한다. 어딘가 잘못된건가? 병아리를 세는 사니와의 표정이 어두워진다. 시시오도 궁금한건지 어느새 방에서 나와 사니와를 바라본다.
“음..역시 병아리 숫자가 많이 줄었네..”
“혹시 툇마루 밑에 숨어있는게 아닐까?”
“그건 아니야. 저기 산위에 살고 있는 들고양이들이 물어간 것 같아.”
“알았어. 그러면 여기 지키고 있다가 그 괘씸한 고양이들을 베면 되는거지?”
“아니..그건 됐어.”
아무리 병아리를 물어가는 괘씸한 존재라고는 하지만 피를 보고 싶지는 않다. 튼튼히 수리했으니 제아무리 날랜 고양이라고 해도 물어가진 못하겠지. 끝났다는 듯이 손을 탈탈 털고 일어선 사니와는 둘을 방에 밀어넣고 부엌으로 갔다. 달그락거리며 분주하게 움직이는 소리가 방 안에까지 들린다. 모락모락 하얀 김이 나는 밥상을 내려놓자마자 삼일은 굶은 사람처럼 맛있게 먹는 두 사람을 보니 밥을 먹지도 않았는데 벌써 배가 부른 기분이다. 만족스런 얼굴로 식사를 마치고 잘먹었습니다! 라고 크게 인사하는 두 남사로 인해 방 안의 분위기는 점점 훈훈해진다.
“주인 요리 잘하는데? 미츠타다한테 배운거야?”
“아니. 동생에게 밥해주면서 늘은거야.”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 원인은 동생이었다. 예상했다는 듯이 담담히 받아들이는 야스사다와는 달리 시시오는 무언가에 불타오르고 있었다. 나중에 사귀게 되면 나를 위해 맛있게 만들었다는 말을 받아내야지! 아직 시작도 하지 않았는데 벌써부터 사니와와 함께하는 미래의 계획을 짜는 시시오는 곧 행복에 겨운 미소를 짓기 시작했다. 얼굴을 붉히며 행복한 듯이 웃는 시시오의 환상을 차가운 야스사다의 목소리가 깨뜨린다. 아직 시작도 안했는데 뭘 그리 좋아해? 야스사다의 말에 높게 날아오르던 기분이 바닥으로 곤두박질친다. 그래. 아직 시작도 안했지..대체 주인과의 알콩달콩한 연애는 언제 해볼 수 있을까?
헤헤 웃었다가 고개를 푹 숙이고 시무룩해진 시시오를 보자 사니와는 당황하기 시작했다. 혹시 시골이여서 싫은거야? 조심스럽게 물어보는 사니와의 말에 시시오는 말없이 고개를 도리도리 젓기 시작했고 옆에 앉아있던 야스사다는 답답하다는 듯이 물만 벌컥벌컥 마신다. 솔직히 시시오 정도의 반응이면 미리 알아차려야 정상 아닌가? 답답해도 정도가 있지. 두 남사는 누가 뭐라 할 것도 없이 같이 사니와의 답답함을 못 이겨 속을 썩이기 시작했다.
“주인은 순진한건지 아니면 둔한건지 모르겠어.”
“응? 무슨 소리야 야스사다?”
“아무것도 아니야~”
운을 띄운 채 입을 꽉 닫은 야스사다는 사니와가 무슨 일이냐고 물어봐도 계속 아무것도 아니라는 말만 반복했다. 깨달을 수 있을 지는 미지수지만 이런건 본인이 직접 깨닫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 언젠가 나중에 깨닫게 되면 분명 머리를 쥐어뜯고 미안하다고 빌겠지. 한가지 분명한 건 시시오가 어떻게 나오냐에 따라서 깨닫는 날이 당겨질수도 있고, 멀어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러고 보니 주인 머리색이 지금과는 많이 다르네? 마음의 상처를 딛고 일어선 시시오는 방 한켠에 놓여있는 가족 사진을 손으로 가르켜 보았다. 사진속에 웃고 있는 사니와의 머리는 지금 하고 있는 깊은 적갈색과는 달리 황금색에 가까운 잘 익은 벼와 같은 갈색을 하고 있었다. 황금색 눈동자와 정말 잘 어울리는 색이다. 시시오의 질문에 사니와는 멋부리기 위해서 일부러 염색했다고 하였고, 사니와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두 남사는 놀란 눈으로 사니와를 바라보기 시작했다.
“주인. 원래 머리색이 훨씬 잘 어울려.”
“맞아. 눈동자와 비슷한 색이여서 훨씬 예뻐 보여.”
“예전으로 돌이킬 방법은 없어?”
나름 멋을 부렸는데 예전이 훨씬 낫다는 남사들의 반응에 사니와는 정말 예전이 낫냐고 물어보았고, 두 남사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 보니 주인 옷도 맨날 사무에 아니면 진베이만 입고 다니지. 다른 것좀 입어봐. 어느새 시시오의 머릿속에선 주인의 머리색을 닯은 갈색 유카타를 입은 채 평소처럼 상냥하게 방긋 웃는 사니와의 모습이 뭉개뭉개 그려지기 시작했다. 유카타 입은 주인은 정말 예쁘겠지.
“엑..편해서 입는건데. 보기 이상해?”
“이상하기보단.. 같은 옷을 몇벌씩 구비해놓고 그것만 입으니까 그렇지.”
“그래? 그러면 나중에 하나 구해서 입지 뭐.”
그 나중이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그때는 반드시 주인과 함께 가서 꼭 어울리는 옷을 입혀야지. 그때까지만 참자! 주먹을 꼭 쥐고 다짐한 시시오는 주인에게 밝게 웃어주었다. 그러고 보니 주인의 부모님은 어디 가셨어? 분명 지난번 올때에는 계셨는데. 야스사다는 지난번 자신과 카슈에게 사니와를 잘 부탁한다며 찐 감자와 옥수수를 주던 사니와의 부모님을 떠올리고선 주인에게 물어보았다. 어떻게 보면 실례일지도 모를 질문이었지만 사니와는 별거 아니라는 듯이 심드렁한 눈을 하고 해외로 여행갔다고 했다.
“너네 가고 난후에 농작물에 돌림병이 돌아서 말이지.. 갈아엎고 나서 해외가셨어.”
“엑! 그거 큰일인거 아니야?”
“그리 걱정 안해도 돼 시시오. 망해도 보험금 명목으로 돈도 주고..”
“그러고 보니 지난번엔 멧돼지문제로 골치 썩었지?”
“아 그거..? 이젠 문제 없어.”
사니와는 그때의 일을 생각하고선 표정이 새하얗게 변하기 시작했다. 카슈와 야스사다가 떠나고 나서 밭을 갈아엎어야 한다며 일손이 필요하다는 동생의 말에 사니와는 헤시키리 하세베를 데리고 집으로 돌아왔다. 돌림병이 돌아서 말라붙은 것도 모자라 뿌리부분이 파먹힌 농작물들을 보고 한숨짓는 사니와에게 같이 온 하세베는 나지막한 목소리로 원인을 물어보았다.
‘주군. 감히 어떤 요물이 주군의 밭을 파먹었습니까?’
‘아..야생 멧돼지야. 저 뒷산에 몇 마리 살거든..에휴..올해 농사는 이렇게 망하는구나.’
그날 한탄을 하지 말았어야 했다. 사니와의 한탄을 들은 헤시키리 하세베는 이를 꽉 악물더니 잠시 후 언제 그랬냐는 듯이 사니와에게 다정한 미소로 잠시만 기다려 달라고 한 뒤, 혼자 뒷산으로 향했다. 몇 시간 후 산에서 내려온 하세베는 바로 욕실로 들어갔고 그때 사니와는 볼 수 있었다. 문 틈 밖으로 비릿히 흘러나오는 핏물을..그 이후로 동네에서 야생 멧돼지는 발견할 수 없었다. 대체 하세베는 산에서 무엇을 한 걸까?
사니와의 말이 끝나자마자 두 남사는 전에 혼마루에서 있던 일을 떠올렸다. 현세에서 뭐하고 왔냐는 카슈의 질문에 하세베는 별거 아니라는 듯이 손을 탁탁 털며 주군의 근심을 덜어들었을 뿐이라고만 말했는데 설마 직접 산으로 홀라가 씨를 말릴 줄은 꿈에도 몰랐다. 그..그 이야기는 그만 하자.. 시시오의 말에 두명은 동의한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 보니 주인은 동생과 사이가 정말 좋네.”
“물론이지! 나만큼 동생을 생각해주는 형은 세상에 없다고!”
“나도 그렇게 생각해.”
물론 다른의미로 말한 거지만. 시시오는 동생이야기만 나오면 신나서 어쩔 줄 모르는 주인을 보고 작게 한숨을 쉬었다. 그러고 보니 지난번에 만났을 때 동생은 바로 알아차리던데 같은 핏줄인 주인은 왜 이모양인 걸까? 시시오가 속으로 한탄을 하는 사이, 사니와는 뭔가 생각났다는 듯이 손바닥을 주먹으로 팡 치고선 전화기를 들어 어디론가 전화를 걸기 시작했다. 그리고 잠시 후, 전화기에서 흘러나오는 화난듯한 목소리는 어디선가 많이 들어본 목소리였다.
“뭐야 형! 오늘 못간다고 말했잖아!”
“허..허락 못한다! 어서 차끊기기 전에 집에 와!”
“끊긴건 형의 이성이고! 지금 오후 6시야!”
“나 너 올때까지 잠 안잘거야! 멀쩡히 눈 뜨고 몇시가 됐던간에 기다릴거야!”
“아 좀~!!! 작작해!!”
퉁하는 거친소리와 함께 통화가 끊긴다. 다시 전화를 걸어보니 방금 전원을 껐는지 통화가 연결이 안된다. 분명 그 반인 반수와 데이트하러 간게 분명해. 인자한 소년의 미소는 어디가고 지옥의 수라와 같은 흉흉한 표정이 사니와의 얼굴에 드리운다. 뭔가 불길한데. 사니와를 바라보는 시시오와 야스사다의 눈이 떨리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