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이 ver1.0 2016. 6. 27. 23:06

오리지널 사니와 언급됩니다.

검x남사니 주의

도검난무 팬픽

캐해석 붕괴 주의




요즘 사니와가 밤나들이를 자주 다니더구나. 미카즈키 무네치카가 넌지시 시시오에게 말해주었다. 그럴 리 없다며 인상을 쓰며 미카즈키에 말을 부정하던 시시오도 사실은 알고 있었다. 자신의 주인이 요즘 밤만 되면 살금살금 밖으로 빠져나간다는 사실을. 맨 처음에는 별일 없을 거라고 아무렇지도 않게 넘긴 시시오였지만, 혼마루 내의 소문은 점점 그 덩치를 불려가며 퍼지기 시작했다. 급기야 소문은 커지고 커져 츠루마루 쿠니나가가 사니와도 한참 때의 남자니 이해해줘야 된다고 금빛눈을 빛내며 킬킬대기 시작하는 지경까지 오고야 말았다. 바로 그것이 시시오가 달이 휘영청 뜬 밤에 잠을 거르면서 사니와를 기다리는 이유였다. 이제야 겨우 그 앞에서 말을 떨지 않게 되었는데 이런 식으로 닭 쫒던 개꼴이 되는 건 사양이다. 무슨 일인지 제대로 물어보고 싶었다.

 

멍하니 하늘을 올려다보니 구름 없이 검은 밤하늘에 별들이 수없이 박혀있다. 마치 검은 천에다가 자수를 넣은 모습 같았다. 시시오가 멍하니 별들 가운데 환하게 빛나는 반쪽 달만 바라볼 때, 그가 그렇게 목을 메고 기다리던 사니와가 항아리 하나를 껴안고 밤이 내려앉은 혼마루 안으로 들어왔다. 반듯하던 옷매무새는 여기저기 흐트러져 있었고, 많이 지쳐있는지 검은색 눈에는 피곤함이 가득 차 있었다. 터벅터벅 힘없이 걸어오는 사니와가 힘없이 웃으며 항아리를 놓고 시시오 옆에 앉자마자 시시오는 걱정스럽게 불만을 토해냈다.

 

“매일 밤마다 어딜 몰래 나가는 거야?”

“하하하. 시시오 걱정한거야?”

“당연하잖아..대체 무슨 일이길래 우리에게 말없이 나간거야?”

 

시시오의 걱정스러운 눈빛에 사니와는 잠시 고개를 숙이고 아무 말이 없었다. 사니와가 온걸 안 이치고 히토후리와 이시키리마루가 시시오에게 합세해 그의 옆에 앉아서 그의 말을 기다린다는 듯이 사니와를 빤히 바라보았다. 결국 3명의 눈빛을 이기지 못한 사니와는 깊은 한숨과 함께 다 털어놓기 시작했다. 사실. 요즘 내 동생에게 남자 친구가 생긴 것 같아서.. 감시하느라 나간 거야. 마치 죄를 털어놓는 듯한 사니와의 말이 끝나자마자 시시오는 예전에 사니와가 사진으로 잠시 보여준 사니와의 동생을 떠올렸다.

 

얼굴은 사니와와 똑같이 선이 매우 곱고, 앳된 얼굴을 가지고 있었다. 피부 또한 밀가루처럼 윤기 있는 새하얀 피부였다. 다만 사니와와 다른 점이 있다면 벚꽃과도 같은 연한 분홍색 머리를 허리까지 늘어뜨리고 있다는 점이였다. 사실 남사들도 그의 동생에 대한 건 자세히 모른다. 우연히 현세에서 직접 만나본 미다레 토시로의 말에 따르면 형과는 달리 동생 쪽은 옷도 아리땁게 입고 무엇보다 눈치가 매우 빠르다고 했다. 시무룩 울상을 짓고 있는 사니와를 같은 맏형 포지션인 이치고 히토후리가 달래기 시작했다.

 

“주군. 혹시 동생분께서 같은 남성과 사귀는 것이 마음에 걸리시는 겁니까?”

“아..아니야! 그런 건 상관없어!”

“그러면 무슨 이유로 반대하시는 겁니까?”

“이..이걸 보라고! 반대 안하게 생겼어?!”

 

버럭 고함을 지른 사니와가 품에서 사진 하나를 꺼내서 이치고 히토후리 눈 앞에 들이밀기 시작했다. 사니와에게서 사진을 받자마자 세명의 이목이 사진으로 집중되었고, 곧 이어 얼굴을 새파랗게 굳힌 세명이였다. 먼저 사니와의 동생은 사니와를 닮아 정말 아름다웠다. 머리카락이 분홍색인 것도 그대로였다. 나풀거리는 하얀색 원피스 사이로 드러난 몸매마저도 형을 닮아 얆고 매끈하였다. 문제는 그 옆에서 웃고 있는 짧은 머리의 남성이였다. 키는 옆에서 생긋 웃고 있는 동생쪽보다 2배는 더 커보였다. 눈가에 난 긴 검상이 범상한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어필하고 있었고, 우락부락한 근육은 마치 팔에서 터져 나온 것만 같았다. 사진을 보자마자 할 말을 잃어버린 세 명의 남사였다.

 

“어때. 걱정할 만 하지?”

“하지만 외모만으로 평가하기엔 너무 이른 게 아닐까?”

“저 상처들 좀 보라고 시시오. 야쿠자 아니면 사채업자임에 분명해!”

“그래서 둘의 사이를 갈라놓으시려고 이 늦은 시간까지 현세에 계셨던 겁니까?”

 

이치고의 말이 틀렸다는 듯이 사니와는 고개를 도리도리 저어보였다. 방해하다가 맞아 죽을까봐 무서워서 방해 못했어..솔직한 사니와의 대답에 세명은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이기 시작했다. 사니와는 남자치고는 키도 작고 여리여리하다. 만약 동생의 애인과 싸움이라도 붙는 날에는 바로 사니와를 담은 관이 혼마루로 들어올 것이다. 대신 사니와는 자신 옆에 놓인 항아리를 쓰다듬기 시작했다.

 

“오야. 그러고 보니 저 항아리는 뭐니?”

“오. 좋은 질문이야 이시키리마루. 여기서 질문. 황소가 사람을 하나 밟아 죽였어. 그러면 사람을 죽인 건 뭘까?”

“그거야 당연히 사람을 밟은 황소잖니.”

“음. 그것도 정답이야. 하지만 아프리카의 한 부족은 악한 영이 초자연적인 힘을 발휘했다고 주장해. 사악한 영이 힘을 발휘해서 황소를 조종했다고 설명해.”

“흥미로운 이야기로구나.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저 항아리가 무엇인지 모르겠구나.”

 

이시키리마루의 말에 사니와는 항아리의 용도를 설명해 주기 시작했다. 사실 요즘 늦은 이유는 현세에 있는 원령을 잡으러 간 것이고 저 항아리는 위에 설명한 부족이 영혼을 담기 위해 만든 항아리라고. 사니와의 말이 끝나자마자 세 명의 등골이 서늘해지기 시작했다. 특히 이시키리마루는 마음 한편에서 걱정이 모락모락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자신의 사니와는 예지도 예지지만 이국의 온갖 잡다한 사술에 능한 사니와다. 그런 사니와가 밤새 쫒아 공을 들여 잡은 원령을 담은 항아리. 무언가 불길하다.

 

“혹시 저 원령을 어디다가 쓸 건지 물어봐도 되겠니?”

“야단 안 칠거라고 약속하면..”

“알았다. 내 약속하마.”

“동생에게 치근덕대는 야쿠자놈의 집에다가 풀어버릴 거야.”

“...그런 짓을 해도 되는 겁니까?”

“난 그저 우연히 항아리를 그놈의 집에 가져갔다가 우연히 실수로 깨뜨려버렸는데 그 안에 우연히 원령이 들어가 있던거라고?”

 

참으로 우연이 많기도 하다. 동생과 사귀고 있는 저 남자의 외모보다 더욱더 무서운 사니와의 술수를 듣자마자 세명의 얼굴은 새파랗게 질렸다. 동생과의 교제가 마음에 안든다고 원령을 몰래 집에 보내겠다니. 동생일이라면 평상시와는 달리 눈을 뒤집는 사니와라지만 이번은 선을 넘어섰다. 영문도 모른 채 성난 원령에게 시달리는 건 동생에게 치근덕댄 댓가치고는 너무나도 크다. 무서운 얼굴로 굳게 입을 다문 이시키리마루가 항아리를 사니와에게서 빼앗았다. 지로타치와 합당한 절차를 거쳐 정화하겠다는 이시키리마루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엄격한 얼굴을 한 이치고 히토후리의 잔소리가 날아온다.

 

“주군! 아무리 화가 나셨어도 저런 술수로 사람을 해하는 건 안됩니다!”

“저..저놈은 내..내 동생을..!”

“교제를 반대하시려면 정당한 방법으로 하셔야 합니다! 저런 방법은 절대로 안됩니다!”

“그렇게 걱정되면 내가 아침에 같이 가줄게. 어때?”

 

시시오의 말에 사니와의 표정이 한결 누그러졌다. 그러면..아침에 같이 가줘. 사니와의 부탁에 시시오는 밝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치고 히토후리 또한 그 편이 훨씬 낫다면서 엄한 얼굴을 거두고 사니와를 달래려는 듯이 생긋 웃어보였다. 그리고 다음 날 아침, 시시오와 사니와의 앞에는 팔랑거리는 하얀색 원피스를 입은 동생과 사진에서 보던 우락부락한 남자가 앉아 있었다. 자신들 앞에 음료는 건드리지도 않은 채 카페 안에 어색한 침묵이 이어진다. 동생쪽은 한심하다는 얼굴로 이쪽을 바라보고 있었고, 사니와는 매서운 눈빛으로 남자를 쏘아본다. 결국 말문을 튼 것은 동생쪽이였다.

 

“형. 이쪽은 혼다군이야. 인사해 내 남자친구니까.”

“누..누가 니 남자 친구야!! 저딴 놈 이름 알고 싶지 않아!”

“혼다군. 이쪽은 우리 형 세이지야. 인사해.”

“헤에..세이지였구나..”

 

사니와의 이름이라니. 처음 알았다. 세이지. 이름에 별이 들어가 있다니. 정말 사니와와 잘 어울리는 이름이다. 멍하니 사니와의 이름을 중얼거리는 시시오에게 사니와의 동생이 그것도 몰랐냐는 듯이 한쪽 눈을 찡긋 감아보인다. 혼다라고 소개받은 남성은 소개를 받아 쑥쓰러운지 덩치에 안어울리게 얼굴을 잔뜩 붉히고 커다란 손으로 뒷통수를 벅벅 긁는다.

 

“사..사실 이런 자리는 익숙하지 않아서요. 현재 동생분과 교제중인 호..혼다라고 합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꺼져! 너 이름 따위 알고 싶지 않아! 당장 헤어져!”

“혀엉!!”

 

시시오를 옆에 뒀기 때문인지 무섭다고 사슴처럼 움츠러들던 모습은 어딜 가고 호랑이처럼 매섭게 울부짖으며 상대를 몰아 붙힌다. 오히려 움츠러드는건 상대쪽이다. 덩치에 걸맞지 않게 자기 반쪽만한 사니와가 으르렁대자 흠칫 놀라며 벌벌 떤다. 결국 보다 못한 동생쪽이 얇은 팔을 둘러 팔짱을 끼고 형을 향해 으르렁댄다.

 

“자꾸 혼다군에게 이럴래?!”

“도..동생아! 저..저 흉악한 녀석에게 넘어가면 안돼!”

“넘어가긴 누가 넘어가 이 화상아! 내가 먼저 고백한건데! 내가 혼다군 꼬시느라 얼마나 고생한줄 알아?!”

“혀..형한테 이러면 안돼...”

 

자신을 말리는 혼다의 필사적인 손길에도 불구하고 동생 쪽은 애인의 험담에 제대로 열이 뻗친 모양인지 고운 얼굴을 일그러뜨리고 형을 씹어 먹을 기세로 으르렁거린다. 한편 동생이 먼저 꼬신 거라는 사실을 안 사니와의 얼굴은 새하얗게 변한 채 멍하니 동생이 쏘아붙이는 말만 듣고 있다. 혼이 나갔네. 시시오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은 채 자신 앞에서 어쩔줄 모르는 혼다를 유심히 관찰하였다. 사진으로 봤을때는 소도 한주먹에 때려잡을 것처럼 무시무시하게 생겼는데 실제로 만나보니 눈매가 서글서글하게 생긴 게 나쁘지 않은 인상이다. 다만 눈가의 흉터가 전체적인 이미지를 깎아먹고 있다.

 

“그쪽은 뭐하는 사람이야? 무사?”

“아..저..저는 목수가 꿈이에요. 아버지께서 꽤나 실력이 좋으신 목수시거든요.”

 

확실히 지금 보니 목수의 순박함이 그대로 남아있다. 고개를 끄덕이는 시시오를 향해 동생쪽이 장난스럽게 물어온다. 그러고 보니 그쪽은 형의 뭐야? 애인? 생글 생글 웃으며 물어오는게 마치 미다레 같다. 시시오는 얼굴을 붉히고 손을 휘적휘적 젓기 시작했다. 아..아니야! 그냥 친구야 친구. 시시오의 답변에도 불구하고 동생쪽은 호오 하는 의미심장한 소리와 함께 입꼬리를 들어올리고 눈을 가늘게 뜬 채 시시오를 빤히 관찰한다.

 

“야. 혼다.”

“아? 네? 절 부르셨나요?”

“너 내 동생이랑 진도 어디까지 갔어?”

 

어느새 부활한 사니와의 음산한 목소리가 들리자마자 혼다는 다시한번 움츠러들었다. 결국 이번에도 혼다를 구한 건 생김새와는 달리 늠름하기 그지없는 사니와의 동생이였다.

 

“손도 잡고 키스도 하고 할 거 다해봤다! 왜!”

“너..!! 너!!”

“자꾸 그딴 식으로 나오면 오늘 성벽을 쌓고 내일 아침에 팥밥 먹을꺼니까 알아서 해!”

“에..에엣?!”

 

동생쪽의 폭탄과도 같은 말을 알아 들은 시시오와 혼다의 얼굴이 새빨개진다. 동시에 사니와의 얼굴은 울상이 되더니 어느새 두 눈에서 닭똥과도 같은 굵은 눈물이 방울방울 떨어진다. 너..진짜 이럴 거야? 형이 얼마나 널 걱정하는데! 울먹이던 사니와는 서러운 감정을 이기지 못하고 테이블에 엎어져서 대성통곡을 하기 시작했다. 형을 울린 동생 쪽은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 흥 하고 콧방귀를 꼈고, 결국 징징 우는 사니와의 뒤처리는 시시오의 몫이였다.

 

“진정해! 사람들이 쳐다보잖아!”

“내..내 동생이! 저..저런 반인반수 미노타우로스 같은 놈에게!! 흐어헝!!”

“알았으니까 일단은 그만 울어.”

 

사니와를 껴안고 토닥여주는 시시오에게 동생쪽의 의미심장한 눈빛이 또 다시 꽃힌다. 헤에 뭐야. 친구라더니 그것도 아니잖아. 동생의 말이 화살이 되어 시시오의 머리에 꽂혔다. 그쪽도 우리 형같은 돌덩이 만나서 참으로 고생이네. 이 말에는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는 시시오였다. 확실히 미다레의 말이 맞았다. 외모만 비슷하지 형제의 성격은 천지차이였다. 사니와가 울음을 멈춘 게 보이자마자 동생은 눈을 가늘게 뜨고 혀를 쯧쯧 차며 혼다를 데리고 자리에서 일어나기 시작했다.

 

“쯧쯧. 나한테 신경 쓸 시간 있으면 주변을 좀 돌아보지 그래? 진짜 불쌍해서 눈물이 나오려고 한다..”

“뭐..뭐야..! 뭐가 불쌍한데!”

“모르면 됐어! 형 같은 둔탱이는 말한테 치여도 싸!”

 

퉁퉁 부은 눈을 하고 따지는 사니와를 두고 동생 쪽은 나가버렸다. 한숨을 푹푹 쉬는 사니와를 시시오는 빤히 쳐다보았다. 그리고 무언가 생각한다 싶더니 사니와의 이름을 나지막하게 불러보았다. 세이지..세이지..다시 생각해봐도 정말 사니와에게 잘 어울리는 예쁜 이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