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4
오리지널 사니와 언급됩니다.
검x사니 주의
도검난무 팬픽
캐해석 붕괴 주의
처음으로 시끌벅적하던 혼마루가 조용하다. 마루에 앉아 바람을 쐬면서 햇살을 즐기는 야겐은 저 멀리서 보이는 분홍색 꽃들을 열심히 가꾸는 나오키의 색다른 모습에 마음한복판에 위화감을 느낄 수 밖에 없었다. 그의 대장인 나오키는 하루가 멀다하고 크고 작은 사고들을 터트리는 혼마루 공인 말썽꾸러기다. 혼자 가만히 두다간 무슨 짓을 할 지 모르는 시한폭탄인데다가 준법정신까지 희박한 사람이다. 오죽하면 담당자가 그를 통제불능에다가 무법자라고 부르겠는가. 야겐은 마음 한복판에 걱정을 담아두고 콧노래를 흥얼대며 열심히 꽃에게 물을 주는 나오키에게로 다가갔다.
"음음음~오 야겐 안녕. 무슨일이야?"
"대장. 요즘 무슨 걱정거리라도 있어?"
왜 갑자기 안하던 짓을 해.라는 날카로운 말을 간신히 삼키고선 야겐은 걱정스러운 눈으로 자신의 대장을 바라보았지만, 나오키는 그 걱정이 무색할정도로 내리쬐는 햇살과 같은 미소로 야겐을 향해 하하하 하고 웃어주었다. 동시에 야겐의 머리위에 나오키의 손이 턱 하고 올라간다 싶더니 머리카락을 헝크러뜨리기 시작했다.
"우와. 내 걱정해준거야? 기특하다 기특해."
"대장 말돌리지 말고..진짜 무슨 일 있는거야?"
"아니 없는데? 그냥 새로운 취미를 찾은거야."
나오키의 말에 야겐은 예전에 작디 작은 그의 서재에서 찾은 책에서 나오는 서양의 요괴를 떠올렸다. 이름은 기억나지 않지만 그 요괴의 특징은 인상에 깊어서 기억하고 있는 야겐이였다. 책에서 말하길 그 요괴는 대상과 똑같이 생겼는데 그와 똑같이 생긴 사람을 만나면 그 사람을 죽이고 희생자 대신 희생자의 인생을 살아간다고 한다. 혹시 눈 앞에 보이는 대장이 사실은 대장이 아니라 그 요괴가 아닐까? 혹시 대장도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그 요괴에게 살해당한것이 아닐까? 상식으로는 도저히 설명할 수 없는 나오키의 돌발행동에 야겐은 점점 망상속으로 빠져들어갔고, 그 사실을 모르는 나오키는 야겐의 갑작스러운 행동에 당황하기 시작했다.
망상에 빠져든 야겐을 앞에 두고 고민하던 도중 문득 입구쪽에서 움직임이 느껴져서 나오키는 손에 들고 있는 분무기를 잠시 자리에 놓고선 낮은 목소리로 무언가를 중얼거리는 야겐의 손을 잡고 입구쪽을 향해 달려가기 시작했다. 이윽고 그들이 입구에 도착하자마자 보인 것은 몇 주전과 똑같이 눈가에 짙은 다크서클을 드리운채 자신을 향해 웃어보이는 타카후미였다. 나오키는 반가운 마음에 한걸음에 그에게로 달려가서는 손을 꽉 잡고 미친듯이 흔들어대기 시작했다.
"오오 후미선생님! 반가워요! 왠일이세요!"
"하하하..바..반가워요 나오키군. 잘 지내셨나요..?"
"저야 물론 잘 지내죠!!"
타카후미는 자신을 향해 해맑게 웃으며 손을 마주잡고 붕붕 흔들어대는 나오키를 향해 자신이 온 목적을 차근차근 말해주기 시작했다. 사실 얼마 후에 자신이 여기에 혼마루 감사를 올 것인데 그 전에 걱정되서 한번 와봤다고 나오키에게 조용히 말해주었다. 타카후미의 입에서 나온 감사라는 말에 나오키는 그의 손을 놓고선 새하얗게 얼어붙어버렸고, 타카후미는 당황하며 굳어버린 나오키를 다독이며 달래기 시작했다. 그 모습에 야겐은 정신차리라는 듯이 나오키의 어깨를 두드리기 시작했다.
"정신차려 대장. 별일 없을 거라잖아."
그의 위로에 나오키는 화들짝 놀라더니 자신을 쳐다보는 타카후미를 혼마루 안으로 데리고 가서는 여기저기 소개해 주기 시작했다. 맨 먼저 그들이 도착한 곳은 전체적으로 동양풍인 혼마루의 분위기와 동 떨어진 네모난 일층짜리 회색 콘크리트 건물 앞이였다. 굳게 닫힌 검은색 문앞에는 붉은색 해골마크와 함께 '화기엄금'이라고 크게 쓰여있었다. 그 살벌한 모습에 타카후미는 나오키에게 이 건물의 용도를 물어보았고, 나오키는 해맑은 표정으로 그에게 답해주었다.
"여기는 무기고에요. 정확히 말하면 제 전용."
"아하..그렇군요..한번 둘러봐도 될까요?"
타카후미의 말에 나오키는 고개를 한번 끄덕이고선 문을 열어서 내부를 보여주었고, 안에 꽉 들어찬 총기류에 타카후미는 할말을 잃어버렸다. 군인 출신인건 알겠지만 설마 저렇게까지 많은 총기와 폭약류를 혼마루에서 볼 줄은 몰랐다. 건물만 놓고 본다면 혼마루가 아니라 어딘가에 몰래 숨겨진 비밀기지같다. 나오키는 멍하니 서있는 타카후미를 건물안으로 들여보내고선 총기 하나하나를 잡고 기나긴 설명을 시작했지만 아쉽게도 민간인인 타카후미 귀에는 알아들을 수 없는 말들이였다. 멍하니 고개만 끄덕이는 타카후미를 본 야겐은 그만하라는 듯이 팔꿈치로 나오키를 툭툭 쳐 보았고, 나오키는 타카후미를 보고 아차 하는 표정으로 미안하다고 사과하기 시작했다.
"아..선생님 죄송합니다. 무심코 그만.."
"아..아니에요! 나오키군."
"아 그럼 죄송한데 혹시 필요한 물품이 몇가지 있는데..요구사항을 전달해 주실수 있나요?"
나오키의 진지한 눈빛에 타카후미는 고개를 끄덕였고 타카후미의 긍정적인 반응에 나오키는 활짝 웃더니 어디서 가져왔는지 종이와 펜을 들고선 열심히 무언가를 적은 다음 타카후미에게 전달해 주었다. 그리고 무엇이 적혀있나 본 타카후미는 그 자리에서 굳어버렸다. 최신 저격총이야 이해는 할 수 있다. 그의 말대로라면 지금 그가 사용하고 있는 총들은 죄다 옛날 총이니까. 하지만 무인 정찰 폭격기는 대체 어디다가 쓰려고 하는 걸까? 순간 그의 머릿속에 떠오른 건 전국시대 병사들 한가운데 떨어지는 미사일이였다.
"저기..나오키군..이건 좀 힘들어요.."
"엑! 왜요!!"
"총이야 나오키군이 능숙하게 사용해서 그렇다고는 하지만.. 무인폭격기는..시대가..좀.."
"저거 하나만 있으면 일격에 적들을 사이좋게 지옥에 박아줄수 있는데..."
아쉬움이 섞인 나오키의 말에 타카후미는 안됀다는 듯이 고개를 좌우로 절레절레 저었다. 사니와가 남사들과 함께 전장에서 싸운다는 것도 말리고 싶은데 하물며 시간 여행을 하는데 현대의 폭격기라니. 저런걸 썻다간 돌이킬 수 없는 큰일이 생길것이다. 타카후미의 필사적인 설명에 나오키는 아쉽다는 듯이 쩝하고 입을 한번 다시고선 포기하기로 결심하였다. 야겐 또한 순순히 포기하는 나오키를 보고선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결국 나오키는 문을 닫고선 계속해서 혼마루 여기저기를 소개해주기 시작했다. 특히 자신과 남사들이 만든 공중 목욕탕을 소개해 줄때는 뿌듯하다는 듯이 어깨에 힘을 주는 그였다.
말들 사이에 태연히 껴있는 당나귀를 애써 모른 척 한 타카후미는 안도의 한숨과 함께 가슴을 쓸어내렸다. 사실 여기에 온 목적은 수업동안 그가 보여줬던 모습을 보고선 감사 전에 걱정이 되서 와 본 것이였다. 하지만 지금까지는 몇몇 특이한 것만 빼면 평범하고 평화로운 혼마루다. 남사들도 꽤나 강하고, 자원도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있으며 전적또한 꽤나 좋다. 괜히 걱정한게 아닐까? 어쩌면 자신이 그에 대해서 잘못 생각한 것일수도 있다.
하지만 그의 걱정은 현실이 되어 나타났다. 혼마루의 구석에 위치한 공터에 빼곡히 자리잡은 담배작물을 보자마자 타카후미는 다리에 힘이 풀려서 털썩 주저 앉아 버렸다. 대체 저렇게 많은 양의 담배들은 어디서 구한 것일까? 아니 애초에 개인이 무허가로 담배를 기른다는 자체가 불법이라는 걸 그는 아는 것일까? 남미의 마약왕이 와서 울고갈정도의 거대한 담배밭을 본 타카후미는 주저앉은채로 힘겹게 입을 열기 시작했다.
"나..나오키군..저..저건..?"
"아차..들켜버렸다.."
"대체 뭔데 그래? 대장이 또 잘못을 저지른건가?"
"저건..담배라는 건데요...저건 개인이 허가없이 기르면 큰일나요.."
어느새 웅성웅성 모여든 남사들은 타카후미의 마지막 말에 누가 뭐라 할것도 없이 다같이 머리를 부여잡았다. 몇일 얌전하다 싶더니 또 거하게 사고를 쳤다. 특히 카센은 배신감마저 들었다. 꽃망울이 예뻐서 꽃에다가 남몰래 시도 쓴 그였다. 하지만 알고보니 불법 작물이였다니. 앞으로는 감시를 더욱더 철저히 해야겠다. 멀리서 누군가 뛰어오는 소리가 들린다 했더니 카슈가 올림픽 성화를 들고오는 선수처럼 횃불 하나를 들고 이쪽으로 달려오고 있었다.
"저것들 죄다 태워버리면 되는거지?"
"응 카슈나리. 기왕이면 기름도 가져왔으면 좋았을텐데."
"자..잠시만. 내 말도 좀 들어주라."
"어디 한번 말씀해보시지요."
쥬즈마루의 낮은 목소리에 모두의 시선이 쥬즈마루와 나오키에게로 쏠렸고, 나오키는 커흠하고 목을 한번 풀어보고선 모두가 경악할 말을 태연하게 쏟아내기 시작했다.
"기왕에 태울꺼면 팔자! 저게 얼만데!"
"나..나오키군..그..그건 밀매잖아요. 더욱 하면 안돼요."
타카후미의 말에 나오키를 제외한 모두의 눈빛이 번쩍 빛나기 시작했다. 문득 나오키의 허리춤을 작은 손이 쿡쿡 찌르기 시작했다. 고개를 돌린 나오키의 눈에 보인 것은 거대한 장부를 들고선 묘한 눈빛을 나오키에게 보내는 하카타 토시로였다.
"주인. 이미 몇번 팔아먹었더만? 꽤나 큰돈을 만졌나벼?"
"어...어떻게 그걸 알았어?"
"주인..장부같은걸로 날 속이려 들지 말어..차라리 귀신을 속이는게 더 쉬우니께.."
하카타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담배밭에서 커다란 불길이 솟아오르기 시작했다. 더 이상 들어줄수는 없었는지 남사들 모두가 힘을 합해 주인의 추태를 없애고자 불길속에 기름을 던지며 불길을 더욱더 키우기 시작했고 잠시 후, 불길이 멎자마자 들어난 것은 잿더미로 변한 나오키의 담배밭이였다.. 쥬즈마루는 가느다란 손가락으로 세상을 잃은 듯이 멍하니 주저앉아 있는 나오키의 어깨를 쿡쿡 찌르기 시작했다.
"그 돈들은 어딧습니까?"
"아...알아서 뭐하게!"
나오키의 말에 남사들 모두가 한마음이 되어서 그 돈은 잘못된 돈이니 돌려줘야 한다고 외치기 시작했다. 쥬즈마루가 나오키를 추궁하던 도중, 칼을 빼든건 결국 이치고 히토후리였다. 이치고는 결국 한숨을 쉬고선 본채에 있는 방에 금고가 있다고 말해주었고, 이치고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나오키는 잽싸게 본채로 들어가더니 금고를 꽉 껴안고 있었다. 바둥거리는 그의 허리를 잡아 금고에서 겨우 떼넨 이치고는 쥬즈마루에게 고개를 끄덕여보았고, 동시에 나오키의 웃음섞인 목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아무리 천하오검인 너라도 저건 못열거다! 합금으로 되어있다고!"
"후우.."
쥬즈마루는 나오키의 웃음을 아랑곳하지 않고 숨을 고른다 싶더니 일격에 금고의 문을 잘라버렸다. 합금으로 된 금고문을 마치 종이장을 베듯이 반듯하고 손쉽게 잘린 금고문을 본 나오키는 필사적으로 바둥거리며 눈을 번뜩이면서 소리지르기 시작했다. 쥬즈마루는 잠시 이치고의 품에 안겨서 바둥거리는 나오키를 보았다. 물욕과 번뇌로 찌든 수준이 아니라 아예 물욕과 번뇌 그 자체다. 무슨 일이 있어도 올바른 길로 인도해야한다. 쥬즈마루는 나오키가 열심히 밀매해서 번 돈들을 집어다가 맨 뒤에 서있는 타카후미에게 전해주었다.
"이 돈으로 어려운 사람들을 도와 주십시오."
"네..아..알겠습니다."
"그리고 당신은 오늘부터 저와 함께 불도에 정진을.."
나오키에게 날벼락이 떨어졌다. 쥬즈마루로 말하자면 자신의 혼마루안에서 깐깐하기로는 제일이다. 그런데 불도까지 닦으라니. 분명 스트레스로 인해 일주일 안에 죽을것이다. 나오키는 현재 판사와 같은 위치에 서 있는 쥬즈마루에게 변호할 기회를 달라고 부탁하였고, 쥬즈마루는 어떤말을 하는지 궁금한 마음에 허락을 해 주었다. 그리고 그의 입에서 나온 말은 쥬즈마루의 미간을 더욱더 좁히고 있었다.
"사실 10분 전까지만 해도 불법이 아니였어."
"그건 무슨 의미입니까?"
"'들키지 않으면 불법이 아니다!'라는 말도 있잖아? 그러니까 10분전까지만 해도 합법이였어! 그러니까..아악..!"
결국 쥬즈마루의 바다와 같던 인내심이 바닥났다. 더이상 그의 망언을 들어줄수 없었던 쥬즈마루는 그에게 부처의 법도를 가르치고자 그의 볼을 붙잡고선 법당으로 질질 끌고가기 시작했고, 그 뒤를 이치고 히토후리가 한숨과 함께 따라가기 시작했다. 갑자기 사니와가 끌려가는 일에 타카후미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였고, 그의 귀로 한숨섞인 야겐의 말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후우. 저래야지 우리 대장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