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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캐 사니와 이름 언급됩니다.
검x남사니 주의
도검난무 팬픽
캐해석 주의
오늘도 정말 좋은 날씨로구나. 마당을 쓸던 나마즈오는 잠시 빗자루 질을 멈추고 하늘을 바라보았다. 구름 한점 없이 하늘색으로 뻥 뚫린 하늘을 보자 나마즈오의 기분도 상쾌해졌다. 찬 겨울바람이 나마즈오의 머리카락을 훑고 지나가자 그의 장발을 잘 묶고 있던 머리끈이 바람을 타고 저 멀리 날아가기 시작했다. 장발을 흩날리며 멀어져 가는 머리끈을 쫒아가던 나마즈오의 눈에 자신의 형제인 호네바미가 담당자의 두 다리를 붙잡고 어디론가 질질 끌고 가는 광경이 보였다.
“이, 이거 놔주세요 호네바미님! 제가 잘못했어요!”
“걱정마. 죽이지는 않는다고 했다.”
“대신 엉덩이에 선인장이 박히잖아요!”
놔달라는 담당자의 애절한 부탁에도 불구하고 호네바미 토시로는 무표정으로 일관한 채 담당자의 팔을 잡고 사니와에게 질질 끌고가고 있었다. 이대로 방에 끌려가서 엉덩이에 선인장이 꽂히는가 싶던 찰나에 담당자를 구한 건 나마즈오 토시로였다. 끈을 잡아 채 머리를 다시 예쁘게 묶은 나마즈오 토시로는 그의 형제에게 다가가 웃으며 놔주라고 속삭였고, 나마즈오의 부탁을 들은 호네바미 토시로는 고개를 끄덕이며 담당자의 팔을 놓았다. 호네바미의 손아귀에서 벗어난 담당자는 연거푸 고개를 숙이며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선 나마즈오에게 사니와에게 전해달라며 자그마한 상자를 건네주곤 재빨리 도망치기 시작했다.
상자 안에 든게 뭔지 물어보기도 전에 저 멀리 사라지는 담당자를 본 나마즈오는 궁금하다는 듯이 상자 이곳 저곳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열어볼까 형제? 호네바미에게 장난스럽게 물어본 나마즈오는 호네바미의 답변을 들어보기도 전에 기세좋게 상자 뚜껑을 열었다.
“어라 이것들은 뭘까? 형제?”
“나도 모르겠다.”
“장신구 같기도 하고..흐음..”
상자를 열자 맨 처음 보인건 나무로 만든 조그만한 말 조각상이었다. 정말 진짜처럼 만들어져서 마치 땅 아래 내려놓으면 그대로 이히힝 거리며 울것만 같은 나무조각상을 보자 호네바미와 나마즈오는 눈을 반짝이며 조각된 말을 이리저리 돌려보았다. 그리고 뒤 이어 발견한 것은 편지 한 장이었다. 알 수 없는 언어로 쓰인 편지 위에는 화려한 별과 황금색 말이 새겨져 있었다. 열심히 상자안을 뒤적이는 나마즈오의 어깨에 호네바미의 손이 올라왔다. 이제 사니와에게 전해주는게 좋겠다는 호네바미의 의견에 나마즈오는 고개를 끄덕이곤 상자를 끌어안고 주군의 방으로 향했다.
기세좋게 웃으며 방문을 열자 선인장이라고 불리는 가시 덮힌 외국의 식물을 들고 있는 나오키와 눈이 마주쳤다. 호네바미는 어디가고 너가 왔냐는 나오키의 퉁명스런 질문에 나마즈오는 밝게 웃으며 품안에 안고 있던 상자를 건넸다.
“호네바미는 어디갔어? 아까 담당자 잡아오라고 보냈는데.”
“호네바미라면 지금쯤 방 안에 있을거에요! 담당자분이라면 제가 놔 드렸고요!”
“뭐?! 왜! 어째서! 놔준 이유가 뭐야!”
“그야 담당자 분은 잘못하신게 없는걸요?”
“에잇. 하세베! 하세베 어딨어?”
자신을 찾는 나오키의 목소리에 재빨리 달려온 헤시키리 하세베는 문을 열고 들어와 정중히 그에게 고개를 숙여보였다. 언제나 충성스러운 모습을 보여주는 하세베에 만족한 나오키는 담당자가 올 시 자신에게 잡아오라고 당부하였고, 나오키의 말에 하세베는 고개를 끄덕였다. 하세베의 믿음직한 대답에 만족스레 웃은 나오키는 나마즈오가 건넨 상자의 뚜껑을 열었다. 신기해하던 나마즈오와 호네바미와는 달리 말 조각상을 대충 세워둔 나오키는 편지를 열어보자마자 눈을 반짝이기 시작했다.
“오오오!! 드디어!! 드디어!!”
“무슨 좋은 일이라도 있으십니까 주군?”
“호오~뭔지 몰라도 좋은 일이신 것 같네요!”
“경마장 특별회원이 되었어! 이제 내 전용룸에서 음료수를 마시면서 느긋하게 구경할 수 있겠군!”
기껏 가져다준게 저런거라니. 뭔지 알았으면 그냥 전해주지 말 걸 그랬다. 의기양양한 모습으로 들어올린 회원권을 보며 히히히 웃는 나오키의 뒤에 점점 그림자가 지기 시작했다. 나오키 뒤에 조용히 서서 미소짓는 자신의 형인 이치고 히토후리를 보자마자 멋쩍게 웃던 나마즈오의 얼굴이 점점 굳어만 갔다. 이런 걸 들고 계셨군요. 몰래 뒤로 다가가 손에 들린 나오키의 회원권을 낚아 챈 이치고 히토후리는 나오키가 다시 뺏으려 들지 못하게 회원권을 고이 접어 자신의 품속에 넣었다. 순식간에 이치고에게 회원권이 뺏기자 나오키의 하늘로 치솟던 기분은 땅 아래로 곤두박질치기 시작했다.
“야! 내놔! 내껄 왜 뺏는거야!”
“도박은 안된다고 제가 말씀드렸을텐데요? 이건 압수입니다.”
“그런게 어딨어! 내가 니 동생이냐?!”
나오키는 눈에 쌍심지를 켜고 이치고에게 달려들어봤지만 이치고는 엄격한 얼굴로 안된다는 말만 반복하기 시작했다. 오히려 자기가 얼마나 걱정하는지 아냐면서 역으로 나오키에게 잔소리를 하기 시작했다. 폭포수처럼 콸콸 쏟아져 나오는 이치고의 잔소리를 못 참은 나오키가 두손으로 귀를 꽉 막자 이치고 히토후리의 눈매가 점점 가늘어졌다. 결국 백기를 든 건 이치고 히토후리였다. 힘을 주던 눈매를 풀고 자상한 미소와 함께 방방 뛰는 나오키의 머리에 손을 턱 올려놓으니 잔뜩 화가 나 있던 나오키의 눈매가 살짝 누그러졌다. 입을 비죽 내밀고 동생취급하지 말라며 툴툴대는 나오키를 보고 이치고 히토후리가 웃음을 참는 도중, 이치고 옆에서 희끄무리한 머리통 하나가 쑥 튀어나왔다.
“무슨 소란이 벌어졌나 해서 왔더니 또 너로구나. 역시 넌 날 항상 재밌게 해주는군!”
“뭐야. 츠루마루. 내가 동물원 원숭이라도 된다는 듯이 말한다?”
“맞아요! 주군은 저의 소중한 주군이라고요!”
츠루마루의 장난끼 섞인 목소리에 틱틱거리는 나오키를 보자 나마즈오는 히죽 웃었다. 재빨리 나오키의 옆으로 가 팔짱을 끼는 나마즈오를 보자 츠루마루의 눈빛이 점점 날카로워졌다. 말 없이 서로를 노려보며 눈에서 불꽃을 튀기는 둘을 보자 이치고 히토후리의 머리가 점점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하다못해 둘의 목적인 사니와가 말리면 좋겠건만 이 철없는 사니와는 자신을 노려보며 압수한 회원권을 어서 돌려달라는 듯이 손바닥을 내밀어보인다.
결국 사태를 진정시킨건 이번에도 이치고 히토후리였다. 조용히 츠루마루를 달랜 후, 미소띈 얼굴로 나마즈오를 쳐다보자 흠칫하며 뒤로 물러선다. 그리고 자신에게 손을 내미는 사니와에겐 조용히 주머니 안에서 사탕을 꺼내 쥐어주었다. 이치고 히토후리가 자신 손바닥 위에 올려준 조그만한 딸기맛 사탕을 보자 나오키의 얼굴은 딸기처럼 새빨갛게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애 취급 하지 말랬잖아! 이거 말고! 니가 뺏아간 회원권달라고!”
“그건 안됩니다. 그런 곳을 보낼 순 없어요.”
“난 된다고! 내 취미생활을 방해하지 마!”
“자꾸 그러시면 저도 하카타에게 말할 수밖에 없습니다..”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한숨과 함께 뱉어낸 이치고 히토후리의 말을 듣자마자 나오키의 저항은 뚝 멈추었다. 안그래도 용돈이 반토막났는데 이치고 히토후리의 말을 들으면 안그래도 쥐꼬리만한 용돈이 또 반토막 날것이다. 분한 듯이 입술을 꽉 깨물고 주먹을 부들부들 떨자 이치고 히토후리는 앞으로 말을 잘 들으면 용돈을 꼭 올려주겠다고 그를 달래기 시작했다. 애초에 용돈이고 자시고 내가 번 돈인데. 하카타에게 관리를 맡긴 게 자기 자신이라 이치고 히토후리를 탓하지도 못하겠다. 떨떠름한 얼굴로 이치고 히토후리를 계속 바라보고 있자 어느새 옆으로 하얀 학이 다가왔다.
“그렇게 인상 구기고 있으면 주름생긴다고? 자 어서 처소로 가서 푹 쉬자!”
“아직 지치진 않았는데?”
“에잇 날씨가 춥잖느냐! 가서 단 둘!이서 귤이나 까서 먹자꾸나!”
나오키에게 어깨동무를 한 츠루마루가 나마즈오쪽을 보며 유독 단 둘이라는 단어를 강조하자 이번에는 나마즈오의 얼굴이 구겨진다. 재빨리 앞으로 뛰쳐나가려는 나마즈오의 어깨를 이치고 히토후리는 꾹 잡았다. 자신을 바라보는 나마즈오의 원망스런 눈과 마주치자 이치고 히토후리는 속에서 우러나오는 무거운 한숨을 푹 내쉬었다. 왠지 앞으로 골치 아파질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