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

검x사니 전력 묘약보단 간접키스 (주제 약)

프라이 ver1.0 2016. 11. 27. 22:53

시시오x남사니

자캐 남사니와 언급됩니다. 캐릭 해석 주의해주세요.



조용한 혼마루의 부엌 안에서 고뇌에 찬 신음소리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신음소리의 주인공인 시시오는 떨리는 눈으로 자신 앞에 놓인 자그마한 병을 보며 한숨만 푹푹 쉬었다. 바로 몇 시간 전, 열심히 말을 돌보고 있던 자신을 저 멀리서 미다레 토시로가 몰래 부르기 시작했다. 또 주인에 관련된 일일까 싶어 뒤를 따라가니 묘한 웃음과 함께 자신의 손에 자그만 약병을 쥐어주는 미다레 토시로였다.

 

진한 분홍색 뚜껑을 따고 조용히 냄새를 맡으니 쓰디쓰면서도 약간은 오묘한 향기가 시시오의 코에 흘러들어오기 시작했다. 뚜껑을 닫고 인상을 찌푸리며 어디서 났냐고 물어보는 시시오에게 미다레 토시로는 생글생글 웃으며 주인의 동생이 특별히 보내준거라는 말만 하였다.

 

주인님의 동생이 특별히! 시시오를 위해 보내준거야!’

‘..무슨 약이야 이거? 엄청 위험해보이는데.’

후훗. 차에 조금 타 먹이면 주인님의 답답한 바위 같은 마음을 녹일 수 있대나봐~난 이만 여기까지!’

 

미다레 토시로의 알쏭달쏭한 설명에도 불구하고 시시오는 이 약이 어떤 약인지 단번에 알아챘다. 재빨리 빨개진 얼굴로 약병을 품 안에 숨긴 다음 이리저리 고개를 돌려 주변을 살피기 시작했다. 아무도 안보는걸 확인 하자마자 시시오는 잽싸게 부엌안으로 들어와서 끝없는 고민을 하기 시작했고, 길고 긴 고민과 갈등에 사로잡혀 아직까지도 한숨을 푹푹 내쉬고 있었다.

 

비록 우리 주인이 자신의 마음을 먹먹하게 만드는데 선수고 대놓고 사랑한다고 눈치를 주는데도 못알아채는 최고의 둔탱이긴 하지만 이런 약까지 쓸 필요는 없다. 대체 주인의 동생은 무슨 생각으로 이런 걸 주는지 꿈에도 모르겠다. 이런 약은 나중에, 아주 나중에 주인과 이어진 다음 주인의 동의를 받고 써도 늦지 않는다.

 

어느새 제 정신을 차리고 의견을 굳힌 시시오는 속으로 주인 동생의 경솔함을 꾸짖으며 약병을 조용히 품 깊숙한 곳에 넣었다. 언젠간 쓸 일이 있을꺼라 믿으며 시시오가 조용히 옷매무새를 가다듬는 사이, 그의 눈 앞에 그의 마음을 사로잡은 주인이 산책을 하는 광경이 보였다. 혼자였으면 좋았으련만 불행이도 행운의 여신은 시시오의 편이 아니었다.

 

오오. 이렇게 너와 단 둘이 산책을 할줄이야. 정말 놀랍군.”

하하하. 따라올 필요는 없다고 했는데..”

널 혼자 둘 수는 없지! 그래. 오늘 야밤에 나와 같이 술이라도 한잔 하는게 어떤가?”

 

어느새 자신이 없는 틈을 타 주인의 옆에서 알짱거리는 츠루마루를 보자 시시오의 눈이 거세게 타오르기 시작했다. 동시에 주인에 대한 서운함도 스믈스믈 기어오르기 시작했다. 그렇게 내가 좋아하는데도 이 마음을 알아주지 않는다. 사니와에 대한 서러움에 눈물이 나올것만 같아 시시오는 고개를 푹 떨군 채 주먹을 꼭 쥐었다. 지금 뛰쳐나가면 츠루마루에게는 물론이고 주인에게까지 좋은 말을 할 것 같지 않다.

 

부엌에서 조용히 화를 식히고 있던 찰나, 시시오의 품에서 또르르 약병이 굴러떨어졌다. 재빨리 허리를 숙여 약병을 줍자 안에 있는 투명한 액체가 넘실거리기 시작했다. 아까까지만 해도 한심하고 써서는 안될 것 같았는데 지금은 왠지 매력적으로 보이고 써도 될것만 같아 보인다. 시시오는 한번 침을 꿀꺽 삼키고 차를 달이기 시작했다. 주인의 찻잔은 하얀색, 자신의 찻잔은 노랑색으로 미리 구분까지 해 놓은 시시오는 천천히 차를 따른 후, 하얀색 찻잔에 조심스럽게 약병을 가져다 대기 시작했다.

 

이게 과연 옳은 짓일까? 주인의 마음을 얻겠다고 약을 쓰는게? 시시오의 마음속에 있는 양심이 그를 콕콕 찌르며 그를 나무라기 시작했다. 어느새 약병을 든 시시오의 손이 부들부들 떨리기 시작했다. 시끄러워! 나도 이러긴 싫다고! 답답한 주인에겐 이게 최선이야! 시시오는 속으로 조용히 울분을 터트린 다음 하얀색 찻잔에 약을 죄다 털어놓고 열심히 흔들기 시작했다.

 

다행히 하얀색 찻잔의 양이 좀 많은 것 빼고는 겉보기엔 이상한 점이 없었다. 애초에 주인이 의심을 하긴 하는지 모르겠지만 의심을 살 여지도 없다. 시시오는 재빨리 큰 쟁반에 차와 다과류를 담은 다음, 떨리는 마음으로 사니와에게 향하기 시작했다. 부엌에서 나오니 어느새 혼자가 된 사니와가 본채 툇마루에 앉아 홀로 바람을 쐬고 있었다.

 

잘 익은 벼와 같은 사니와의 연갈빛 머리카락이 가을 바람에 흩날리는걸 보자 시시오의 얼굴은 다시 붉어지고 심장이 쿵떡쿵떡 뛰기 시작했다. 시시오를 보자 사니와는 조용히 미소지으며 손을 흔들기 시작했다.

 

시시오 안녕! 왠 차야?”

, 그게 말이지! 주인과 같이 마시고 싶어서! 헤헤헤!”

시시오는 정말 상냥하네...고마워 잘마실게.”

 

한치의 의심도 담지 않고 순수한 선의로만 가득 찬 사니와의 황금빛 눈을 보자 시시오의 마음은 다시 한번 흔들리기 시작했다. 자신은 주인을 못 믿고 몰래 약까지 탔는데 주인은 그런 자신에게 끝없는 호의로 답해준다. 양심이 콕콕 찔려서 가슴 한복판이 저려오기 시작했다. 시시오가 자괴감에 빠져있는 사이 사니와는 조용히 하얀색 찻잔에 손을 가져가기 시작했다.

 

사니와가 하얀색 찻잔을 손에 쥐고 조용히 입에 가져가려던 찰나, 그의 팔을 꾹 잡는 손길이 있었다. 당황한 기색으로 옆을 돌아본 사니와의 눈에 보인 건 심각한 얼굴을 한 시시오였다. 왜 그러는거냐며 물어보는 말에 시시오는 그의 찻잔을 뺏아든 다음, 저 멀리 홱 던져버렸다. 어찌나 세게 던졌는지 찻잔은0 포물선을 그리며 밭 한복판을 향해 날아가버렸다.

 

..시시오?! 갑자기 왜그래?”

아 그게. 주인의 찻잔 안에 파리가 죽어있어서 그만!”

그런거라면 그냥 내용물만 비워도 됐는데..”

미안! 미안! 워낙 급해서 말이야!”

 

웃으며 사과를 건네는 시시오에게 사니와는 못말린다며 키득키득 웃기 시작했다. 사니와의 환한 미소에 시시오는 아까까지 가슴속에 얹혀있던 감정들이 싸그리 날아가는것만 같았다.

 

그러면 남은 찻잔은 하나뿐이네..이걸로 나눠마실래?”

, 나눠마신다고..?”

역시 불쾌하려나..잠깐 기다려. 찻잔 하나 새로 가져올게.”

, 아냐! 난 좋아!!”

 

생각지도 못한 주인과의 간접키스 기회를 놓칠 수 없다는 생각에 시시오는 다급히 사니와의 팔을 붙잡았다. 조용히 먼저 한 모금 마시고 자신에게 차를 건네며 헤실헤실 실없이 웃는 사니와의 미소가 마치 햇살같았다. 역시 사람이든 츠쿠모가미든 선행을 하면 좋은 일이 있는 거구나. 시시오는 속으로 쾌재를 부르며 조용히 사니와의 입이 닿았던 곳에 입을 가져다대고 차를 한모금 마셨다. 오늘따라 차 맛이 기가 막히게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