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이 ver1.0 2016. 11. 19. 23:28

오리지널 사니와 언급됩니다.

시시오x남사니 주의


도검난무 팬픽

캐해석 주의







나 안 울었어 주인. 알았지?”

하하하 알았어. 시시오.”

 

안울었다는 씩씩한 말과는 달리 눈시울이 붉게 변한 시시오를 보자 사니와는 힘없이 웃었다. 몇 시간전, 같이 멜로 영화를 보러가자며 시시오는 사니와의 팔을 잡아 끌었다. 시시오는 액션영화가 좀 더 취향에 맞을거야. 사니와는 시시오에게 다른 장르의 영화를 보자고 계속해서 설득했지만 평상시에 자신의 말을 잘듣던 시시오는 얼굴을 붉힌 채 고집을 부리기 시작했다. 결국 시시오의 등쌀에 밀려 멜로영화를 보기로 결정한 사니와는 영화의 타이틀이 올라가자 옆에서 팝콘을 껴안고 기대에 찬 시시오를 걱정스럽게 바라보았다. 그리고 아니나 다를까. 영화가 끝나기가 무섭게 슬픈 눈으로 스크린을 바라보며 사니와 몰래 눈물을 훔친다.

 

부드러운 눈으로 자신을 보는 사니와를 보자 시시오는 부끄러운지 얼굴을 붉히고 고개를 팩 돌렸다. 생글생글 웃는 사니와의 눈빛이 너무나 부담스럽다. 혼미해지는 정신을 가까스로 차린 시시오는 사니와를 붙잡고 미리 사니와의 동생이 예약해 둔 식당으로 향했다. 사니와의 손을 꼭 붙잡고 식당으로 향한 시시오를 반겨주는 건 몰린 사람들로 인해 발 디딜 틈 없는 인파였다. 식당 입구서부터 보이는 기나긴 줄을 보자 시시오의 정신은 다시 아득해지기 시작했다. 당황한 시시오는 여기저기 고개를 돌려 사니와의 동생을 찾기 시작했으나 졸졸 뒤를 따라다닐 것 같은 분위기와는 달리 사니와의 동생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이렇게 사람이 많을 줄 몰랐는데..미안해 주인.”

아냐 괜찮아 시시오. 다른곳 갈래?”

, !”

 

오늘은 분명 자신이 리드해야 하는데 언제부터인가 사니와가 리드하고 있는 상황에 시시오는 속으로 당황하기 시작했다. 사니와의 동생이 그려놓은 큰 그림이 망가지고 있다는 생각에 갈팡질팡하는 시시오를 사니와는 가만히 바라보고 있었다. 오늘따라 시시오가 평상시와는 달리 여기저기 고개를 홱홱 돌리는가 하면 슬금슬금 자신의 눈치를 살피며 당황한다. 매번 씩씩하고 활기찬 모습만 바라봐서 그런지 이런 모습의 시시오는 새롭다. 싱긋 웃어주니 화들짝 놀라는 시시오가 오늘따라 정겹다.

 

시시오. 내가 이 근처에 잘 아는 식당이 있는데 한번 가볼래?”

, ! 같이 가자!”

 

부드럽게 웃으며 상황을 수습해주는 사니와의 마음이 오늘따라 뜨거울 정도로 따뜻하다. 여기서 이제 눈치만 조금만 더 빨랐으면 좋겠는데. 아쉬운 마음에 시시오가 툴툴대자 옆에 있던 사니와가 화들짝 놀란다. 혹시 마음에 안드는 구석은 있냐며 눈치를 살피고 원하는 게 따로 있냐며 조심스레 캐묻는다.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사니와를 보자 시시오의 마음이 괜히 아파오기 시작했다.

, 아니야! 주인이 원하는 곳에 가도 돼! 정말 괜찮으니까!”

정말 괜찮은거지 시시오?”

! 정말 괜찮아!”

시시오는 평소의 씩씩한 모습으로 사니와에게 괜찮다며 헤헤 웃어주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한동안 빤히 바라본 사니와는 생글 생글 웃으며 시시오의 팔을 잡고 축제가 벌어지는 거리 구석으로 향했다. 구석에 위치한 라멘집으로 향하니 머리가 하얗게 샌 주인 홀로 한산한 가게를 지키고 있었다. 다행히 허름해보이는 겉모습과는 달리 음식의 맛은 뛰어났다. 입맛에 맞냐는 자신의 질문에 답할 겨를도 없이 허겁지겁 먹는 시시오를 보니 괜히 마음이 뿌듯해진다.

다 먹고 밖에 나오니 역시나 생각했던 대로 시시오의 입 주변에 국물이 말라붙어 있다. 품에서 손수건을 꺼내 시시오의 입을 살살 닦아주니 시시오의 얼굴이 목에서부터 새빨개지기 시작했다. 괜찮다며 요리조리 피하는 시시오를 끝까지 잡아 다 닦아주는 사니와의 손길이 너무나도 부담스럽다. 사니와의 손이 시시오의 얼굴에서 떨어지자 시시오의 얼굴은 잘익은 사과처럼 새빨개져 있었다. 열기가 올라와 손만 대도 금방 터져버릴것만 같다.

이렇게 있을때가 아니다. 얼른 주인의 동생이 알려준 대로 가야만 한다. 시시오는 조용히 고개를 돌려 몰래 품에서 쪽지를 꺼냈다. 쪽지에 적힌 내용은 간단했다. ‘둘이서 축제 구경을 할 것.’ 너무 폭이 넓다. 이렇게 대충 해주지 말고 구체적으로 설명을 좀 해주지. 시시오는 살짝 서운해지기 시작했다. 그래도 이대로 있으면 안되겠다는 생각에 시시오는 재빨리 자신만 멍하니 바라보는 사니와의 팔을 잡고 축제에서 재미나 보이는 곳은 죄다 쏘다니기 시작했다. 사니와와 함께 놀며 시시오는 눈을 빛내며 신기해보이는건 죄다 해보았다. 금붕어 건지기는 물론이고 비비탄을 이용한 사격까지, 어느새 시간 안에 사니와와 키스해야 한다는 목적은 저 멀리 가져다 버린 채 시시오는 사니와와 정신 없이 놀기 시작했다.

 

그리고 시시오가 초기의 목적을 깨달았을 때는 이미 해가 뉘엿뉘엿 산 너머로 지고 있을 때였다. 신사에서 소원을 적은 패를 사니와와 함께 걸던 도중, 시시오는 그제서야 자신의 소원이 뭐고 자신이 왜 사니와와 같이 현세의 축제를 즐기고 있는지 떠올렸다. 방방 발을 구르며 하늘을 보니 이미 해는 점점 져갔고 땅거미가 슬슬 내리앉고 있었다. 다급한 마음에 사니와쪽을 쳐다보자 사니와는 돌아갈 때가 되었다며 싱긋 웃고 있었다. 뉘엿뉘엿 내리는 석양을 배경으로 웃는 사니와의 미소는 눈에 부시게 화사했지만 그의 입에서 나온 내용은 전혀 화사하지 않았다. 오히려 시시오의 입장에서는 어둡고 음침한 말이었다.

 

~ 오랜만에 실컷 놀았다. 이제 돌아가자 시시오.”

, 벌써?! ..잠깐만! 조금만 더 있다 가자. ?!”

안돼. 쇼쿠다이키리도 그렇고 다들 기다린다고?”

, 조금만! 조금만 더 있자. ?”

 

이대로 놓치면 모든게 끝이라는 생각에 시시오는 점점 다급해지기 시작했다. 발걸음을 옮기는 사니와의 어깨를 억지로 잡고 자신을 돌아보게 하자 당황한 기색을 띤 사니와의 얼굴이 보인다. 왜 그러냐며 걱정스러운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사니와를 보자 시시오는 그대로 얼굴을 붉힌채 굳어버렸다. 이 앞에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억지로 입을 맞추자니 주인이 앞으로 자신을 싫어하게 될 까봐 겁이 난다. 그렇다고 해서 이대로 입을 못 맞추면 주인의 동생은 츠루마루를 지원한다. 양립할 수 없는 양갈래길을 마주친 시시오는 현현한 이후 처음으로 울음을 터트리고 싶어졌다.

 

시시오가 붉어진 얼굴을 하고 끄윽거리는 울음소리를 힘껏 감추고 있을 때, 그에게 기적이 일어났다. 눈시울이 붉어진 눈을 뜨자 보인건 자신쪽으로 쭉 밀려들어오는 사니와었다. 그리고 입술에서 따뜻하고도 촉촉한 감촉이 느껴졌다. 방금 무슨 일이 일어난거지? 시시오는 멍하니 자신의 앞을 쳐다보았고, 그곳에는 자신을 향해 미친 듯이 고개를 숙여보이는 사니와와 여유만만한 미소를 짓고 있는 사니와의 동생이 있었다.

 

으아아아! 미안해! 시시오! 고의가 아니었는데..어떻하면 좋지..!”

어떻하긴 뭐 어떻해. 축하해. 첫 키스.”

..? 지금 뭐가..? 게다가 첫 키스라니..”

정말 미안해 시시오! 이녀석이 밀어버려서..! 나도 모르게 그만..! 고의가 아니였어!”

..아니! ..나야말로!!”

 

사니와의 사과를 듣자 시시오의 머리는 그제서야 돌아갔다. 방금 입술에 닿은게 주인의 입술이였다니..! 정신이 없어서 제대로 감촉을 못 느낀 것이 천추의 한이다. 그런데 밀었다니, 그게 무슨소리지? 시시오는 멍하니 동생을 탓하는 사니와쪽을 바라보았다. 사니와의 말대로라면 그가 스스로 한게 아니라 누군가에게 밀려서 우연히 입맞춤을 한 것이다. 그리고 여기에 있는 사람은 자신과 사니와를 빼면 사니와의 동생 하나뿐이다.

 

어때 고맙지?”

정말. 정말 고마워.”

뭐야. 무슨 얘긴데?”

 

사니와의 의문 어린 시선을 받자 사니와의 동생은 형에게 알 필요 없다며 퉁명스럽게 쏘아붙혔다. 어디 가냐며 왁왁 소리지르는 형을 무시한 채 사니와의 동생은 시시오에게 조용히 다가와 그의 어깨를 한번 손을 꼭 주무르고 스쳐지나갔다.

 

앞으로 자알~해보자고?”

! 힘낼게!”

암암. 그래야지 내가 찍은 녀석이지.”

! 너네 둘 무슨 이야기 하는거야?!”

 

조용히 석양이 내리는 한 가을의 저녁, 그렇게 시시오와 사니와의 동생은 사니와 몰래 비밀 협약을 맺었다. 사니와의 동생과 헤어지고 나서 사니와의 손을 잡고 혼마루로 떠나는 시시오의 마음은 한결 가벼워졌고 날아갈 것만 같았다. 아침에 가졌던 부담이 바보같았다. 가장 중요한 주인의 동생이 아군이 되다니 흥얼흥얼 콧노래가 절로 나온다. 오늘 밤은 왠지 아무걱정 없이 두 다리 뻗고 푹 잘수 있을 것만 같다